이슈 및 트랜드 - 이달의 노동뉴스
가족여행 앞두고 사망한 택배 노동자 ‘과로사’ 인정
근로복지공단 “사망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71시간 넘게 노동”
기자명 강예슬
근로복지공단이 2020년 5월 가족과 1박2일 제주도 여행을 앞두고 돌연사한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 정아무개씨(41)의 죽음을 과로사로 인정했다. 2020년 12월22일 광주전남노동상담소(소장 신명근)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이 정씨 유족의 유족급여 . 장의비 청구를 2020년 12월 11일 승인했다. 광주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고인은 고용노동부 고시에 정한 만성적 과중한 업무부담 기준시간을 초과해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를 수행했다"며 "고인의 상병(특발성 심근병증에 의한 심인성 급사)은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된다"고 판정했다. 특발성 심근병증은 발생 원인이 불분명한 심장근육병증을 뜻한다. 고인은 가족과 여행을 떠나기로 한 당일인 5월4일 오전 잠을 자던 중 '악' 소리를 외친 후 의식불명에 빠졌고 오전 8시께 사망했다. 유족과 고인의 동료는 코로나19로 인한 물량증대로 고인이 매달 1만개넘는 물량을 혼자 배송하는 등 업무 과중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질병판정위 조사 결과 과로는 사실로 확인됐다. 고인은 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8시간42분 일했다. 12주 동안은 업무시간이 1주 평균71시간49분이나 됐다. 고인이 매일 400여개의 택배물량을 소화하면서 평균 누적중량 700킬로그램을 감당한 점을 업무부담 과중 요인으로 봤다. 택배노동자는 특수고용직으로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않아 장시간 노동에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다. 노동부고시는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업무시간이 60시간 혹은 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업무와 질병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본다.
파견·용역도 고용유지지원금 쉽게 받는다
원청 경영난 인정되면 하청노동자도 적용 …
고용보험법 시행령 개정
코로나19 고용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가 시행한고용유지지원금 혜택을 본 노동자가 76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감염병 지속 사태에 대비해 지원금 지급요건을 완화해 내년부터 확대적용할 계획이다. 정부는 2020년 12월22일 국무회의에서 하청 · 파견노동자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지급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고용보험법 시행령을 심의 · 의결했다. 고용유지지원금은 사업주가 인력감축 대신 노동시간을 단축하거나 휴직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고 휴업수당 등을 지급할 때사업주를 지원하는 대책이다. 사업주가 지급한 수당 등의 50~67%까지 지원한다. 특별고용지원업종은 최대 90%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고용충격이 확산하자 올해 무급휴직 신속지원제를 도입하는 등 대책을 개선했다. 2020년 12월 10일 기준으로 7만1천개 기업 노동자 76만명(연인원 217만명)에게 2조1천억원을 지원했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제도이기 때문에 특수고용직 등은 해당 제도를 적용받지 못한다. 항공사 · 호텔 등이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을 때 하청업체 노동자나 파견 . 용역 노동자들이 적용받지 못하는 사례가 나타나 사각지대도 드러났다. 지원금을 받으려면 사업장노동시간단축 비율이 20%를 넘어야 하는데 파견 ·용역업체는 여러 현장에 인력을 보내기 때문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시행령 개정으로 내년부터는 원청 사업장이 노동시간단축· 유급휴직을 하면 하청 . 파견 노동자도 제도를 적용받을 수 있게 됐다. 이를테면A호텔이 경영난 등으로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게 되면, 그 호텔에서 일하는 파견노동자도 지원받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파견업체는 지원금을 받기 위해 고용조정 불가피성을정부에 입증하지 않아도 된다.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지원도 강화된다. 현재 10명 미만 사업장은 무급휴직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2021년부터는 해당 사업장이 유급휴직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기간(180일)을 채우면 무급휴직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노동부는 "코로나19 장기화에도 많은 사업주가 고용유지지원제도 등을 활용해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이 지원제도를 더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홍보 · 안내하고, 현장요구를 반영해 지원제도도 계속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업무성격상 근로 계속성 인정되면 ‘동절기 실업기간’도 퇴직금 산정에 반영
지방자치단체와 매년 근로계약을 맺고 근무하던 기간제 공원관리자가 각 근로계약 사이에 있는 동절기 근로 공백기간 중 실업급여를 받았더라도 업무성격에 비춰 근로의 계속성을 인정할 수 있다면 퇴직금 산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7단독 이준구 판사는 A씨가 서울시를 상대로 낸 퇴직금 소송(2019가 단32512)에서 최근 "시는 49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04년부터 서울시와 1년 단위로 기간제 근로계약을 맺고 서울대공원에서 국화를 재배 ·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서울시와 A씨는 매년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동절기 공백 기간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8~9개월씩을 근로기간으로 설정했다. 그러다 A씨는 서울시의 기간제근로자 무기계약직 전환 계획에 따라 2013년 무기계약직으로 고용됐다. A씨는 2018년 말 퇴직했는데, 서울시는 A씨가 계속근로한 기간을 2012년 2월 이후로 산정해 4300여만원을 퇴직금으로 지급했다. 이에 A씨는 "2004년부터 시와 기간제 근로계약을 반복적으로 체결했다"며 "계속근로기간을 2004년 이후로 산정해 퇴직금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시는 "A씨가 근로를 제공하지 않는 동안 실업급여를 신청해 수급하기까지 했다"며 "2004년부터 2012년까지는 '1년 이상의 계속근로' 요건이 충족됐다고 할 수 없다"고 맞섰다. 이 판사는 "동일한 조건의 근로계약을 반복 체결한 경우에는 반복된 기간을 합산해 퇴직금 지급요건으로서의 계속근로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면서 "그 사이에 일부 공백기간이 있더라도 전체 근로계약 기간에 비해 길지 않고, 계절적 요인 등 기타 사정으로 근로를 제공하지 않을 상당한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근로관계의 계속성은 그 기간 중에도 유지된다"고 밝혔다. 이어 "A씨와 시는 10차례 반복해 기간제 계약을 체결했고, 그 사이 공백 기간은 계절적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A씨 귀책사유도 아니고 전체 근로기간에 비해 길지도 않다"면서 "A씨는 계약기간이 아닌 동절기 공백기간에도 국화분갈이 등 업무수행이 필요한 경우 대체근무 명목으로 매년 20일가량 근로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가 공백기간 동안 실업급여를 신청해 받았다고 하더라도 실업급여 청구와 퇴직금 청구는 그 법적 성질과 지급의무의 주체가 다르므로, 이를 이유로 근로관계의 계속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며 "계절적 요인 등 업무 성격에 비춰 근로를 제공하지 않을 상당성이 인정돼 근로의 계속성이 유지됐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시는 2004년을 기준으로 재산정한 퇴직금 9200여만원에서 이미 지급한 퇴직금을 뺀 나머지 49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대법 “학교 계약직원, 공무원처럼 근속승진 인정 안돼”
교육공무직원들, 서울시 상대 임금 소송
“공무원처럼 근속승진 인정해달라” 주장
1·2심 “공무원과 비교 안된다” 패소 판결
학교 행정실 등에서 일하는 계약직 직원들에게 공무원 보수기준에 따른 급여를 지급하면서도 근속승진을 인정해주지 않는 것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A씨 등 55명이 서울시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020년 12월16일 밝혔다. 서울의 공립 중 · 고등학교에서 교육공무직원으로 근무한 A씨 등은 근속승진을 인정 받지 못해 각종 수당을 받지 못했다며 소송을 냈다. 교육공무직원이란 시도교육청 산하 교육기관에서 교육 및 행정 실무를 맡는 계약직 직원을 뜻한다. 서울시교육청은 공무원의 9급 보수기준에 따라 교육공무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했다. 그런데 A씨 등은 다른 공무원과 달리 교육공무직원에게는 근속승진이 인정되지 않아 명절휴가비 등 수당을 적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은 교육공무직원과 일반 공무원을 비교할 수 없다고 봤다. 먼저 1심은 "공무원은 대부분 공개경쟁임용 시험 등을 통해 채용된 반면, A씨 등과 같은 호봉제 근로자는 각 학교장이 옛 육성회직원 또는 학부모회 직원으로 고용한 것"이라며 "공무원은 호봉제 근로자와 달리 지방공무원법 등의 적용을 받아 직무상 명령 준수 의무 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근속승진을 전제로 한 각종 수당에 관해서는 A씨 등이 서울시와 공무원의 보수기준에 따라 급여를 지급하는 방향으로 단체협약을 맺었으나, 근속승진까지 적용한다는 내용은 아니라고 했다. 1심은 근속승진과 무관한 일부 수당에 대해서만 A씨 등의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사실상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2심도 "호봉제 근로자는 서로 직무의 분야가 다를 뿐 직급이 구분돼 있지 않다"면서 "근속 기간에 대응해 이들의 직무수행 능력, 업무의 난이도나 책임도가 증가한다고 볼 만한 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호봉제 근로자와 공무원은 채용형태 및 절차, 업무내용 및 범위, 권한과 책임 등에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라며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며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제철소 노동자 폐암, 추정의 원칙 적용해 직업성 암 인정
크레인 운전기사로 20년 일해 … “과거 상당한 석면 노출됐을 가능성 높아”
제철소에서 20여년간 일하다가 폐암에 걸린 노동자가 과거에 석면에 노출됐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역학조사 결과에 따라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 현재 작업환경에서 석면이 검출되지 않았더라도 추정의 원칙에 근거해 직업성 암의 인정범위를 판단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2020년 12월8일 근로복지공단은 12월 1일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일하던 A씨의 폐암이 직업성 암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A씨는 1995년 한보철강 시절 입사해 2014년 비소세포 폐암 진단을 받기 전까지 전기로 철근공장과 제강공장에서 크레인 운전기사로 19년9개월간 일했다. 150톤 전기로에 고철을 투입하는 장입용 크레인을 주로 운전했다. 크레인 운전 외에도 주 1회 삽이나 에어건으로 크레인 천장에 쌓인 분진을 쓸어 담거나 장비를 점검하는 업무도 했다. 공단 직업환경연구원은 A씨가 일한 철근공장과 제강공장에 세 차례 작업환경 노출평가를 실시했는데 폐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형유리규산' 이 검출되지 않거나 노출기준보다 낮았고, 석면은 검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A씨가 과거에 일한 크레인은 지금과 달리 유해물질 유입 차단용 이중문과 양압설비가 없었다. 석면 규제가 시작된 2009년 이전에 크레인으로 운반한 고철에 석면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는 점, 고온작업으로 인한 상승기류 때문에 분진과 유해물질이 바닥보다는 30미터 높이의 크레인에서 더 많이 검출된 점 등도 주요하게 고려됐다. 공단은 이를 토대로 A씨가 상당 수준의 석면에 노출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2017년에도 공단은 현대제철 연주공장에서 기계보수 작업을 하던 노동자의 폐암을 직업성 암으로 인정한 사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