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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포커스 - 특집 -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평생직업능력개발을 위한 법적과제

작성자 관리자 | 날짜 2021.06.07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평생직업능력개발을 위한 법적과제

최홍기 (고려대 법학연구원 전임연구원, 법학박사)

 

 

I. 들어가며

2021년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 · 경제는 국내외의 메가트렌드(Mega-trend) 속에서 크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4차산업혁명(The 4th Industrial Revolution)을 중심으로 한 정보통신기술(ICT)의 혁신적 발전은 경제의 서비스화와 디지털화를 초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근래에 국제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COVID-19)는 그것을 보다 촉진 · 가속화시키고 있다. 한편, 국내 노동시장의 측면에서도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의 저출산 및 고령화 현상과 고학력화 현상 등으로 인하여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최근 4차 산업혁명 등을 비롯한 국내외의 사회 · 경제적 변화와 노동시장의 변화에 따라 적극적 고용정책의 필요성이 강하게 요청되고 있는 상황에서, ‘직업능력개발’은 ' 무엇보다도 근로자의 고용을 촉진하고, 고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게 할 뿐만 아니라, 보다 나은 고용 내지 취업으로의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을 이유로 적극적 고용정책의 핵심수단으로써 활용되고 있다. 아울러 직업능력개발은 평생학습(Lifelong Learning)이 강조되는 현대 사회에서 근로자의 자기발전과 사회 · 경제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서도 실질적인 수단이 되고 있다.

현행 직업능력개발법제는 이상과 같은 의의 및 중요성을 고려하여, 모든 근로자 및 기업 등에 대해 생애주기별 내지 노동시장 각 단계별로 평생직업능력개발을 촉진하고 지원하기 위한 규범적 체계를 나름 구축하고 있다. 즉, 다양한 직업능력개발 관련 법령을 통해 정규교육시기에는 직업계고 학생을 비롯하여 중도탈락자, 비진학 청소년을 대상으로 현장실습과 일학습병행, 기능자 양성훈련 등을 실시하고 있으며, 노동시장의 진입시기에는 미취업자(청년실업자), 취업취약계층(고령자, 여성,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신규실업자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재직시기에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재직자훈련을 실시하고 있으며, 실업시기에는 실업자를 대상으로 전직실업자훈련을 실시하는 등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규율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적어도 외형상으로는 주요 선진국에 견주어 봐도 크게 뒤쳐지지 않을 정도의 직업능력개발법제를 구비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으며, 형식적인 측면에서는 현행 직업능력개발법제가 충실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하지만, 직업능력개발의 비중과 중요성이 강조되는 지금의 현실과 달리, 근로자의 직업능력개발에 관한 권리, 즉 직업능력개발권의 보장에 있어서는 최근 주요 선진국의 직업능력개발법제의 변화에 비추어볼 때,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없지 않다. 다시 말해서 현행 직업능력개발법제는 평생 직업능력개발을 지향하고, 근로자의 직업능력개발에 관한 보편적 권리를 법 ·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주요 선진국과는 달리, 근로자의 평생 직업능력개발을 촉진 · 지원하기 위한 법 제도적 체계는 나름 구축하고 있지만, 직업능력개발권의 실질적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아직까지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현행 직업능력개발법제가 형식적인 측면에서는 충분할지 몰라도 질적인 측면에서는 아직까지 취약한 부분이 있음을 드러낸다.

오늘날 4차 산업혁명 등에 따라 노동시장이 급격하게 변화되고, 개인이 주도한 평생학습이 모든 국가의 주요한 정책과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직업능력개발권을 법 ·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이다.

이하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평생직업능력개발을 위한 법 · 제도적 개선방안을 몇 가지 검토해보고자 한다.

 

II. 4차 산업혁명 시대와 평생직업능력개발의 필요성

1. 4차 산업혁명과 노동시장의 변화

오늘날 사회 · 경제적 환경은 그 누구도 쉽게 예단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동시에 이러한 변화는 복잡하고도 다양한 양상을 띠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세계화의 확산과 정보화의 진전이 계속되고 있으며, 국내적으로는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의 저출산 및 고령화 현상과 고학력화 현상 등이 심화되고 있다. 나아가 최근에는 ‘4차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화두도 제시됨에 따라, 사회 · 경제 전반의 혁신적 변화를 유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4차 산업혁명은 ‘디지털 혁명(제3차 산업혁명)에 기반하여 물리적 공간, 디지털적 공간 및 생물학적 공간의 경계가 희석되는 기술융합의 시대’를 의미하는 것으로써, 개별 국가의 산업구조를 비롯하여 노동시장에도 작지 않은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예를 들어,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기술혁신은 일자리의 총량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일하는 방식과 내용도 크게 바꾸고 있다. 아울러 일하는 형태도 다양해지고, 근로자에게 요구되는 직업능력(직업에 필요한 직무수행능력)에도 근본적 변화가 초래되고 있다. 이로 인해 노동대중(勞動大衆) 내지 근로자의 안정적인 직업생활(근로권)과 인간다운 생활(생존권)이 위협받을 수 있는 사회문제가 심각하게 발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국가, 사회, 기업 그리고 근로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구성원의 적극적인 노력과 대응이 요구된다.

 

2. 평생직업능력개발의 의의 및 필요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적 수단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노동시장의 변화를 고려해본다면 고용정책이 우선시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고용정책은 완전고용을 위하여 국가가 노동시장에 개입하는 정책을 의미하는데, 오늘날 적극적 고용정책으로써 평생직업능력개발이 필요한 이유는 크게 다음과 같다.

첫째, 직업능력개발은 고용을 촉진하는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수단이다. 직업능력개발은 학교를 중심으로 한 일반교육 제도가 가지는 한계 및 문제점을 보완하고, 학생의 직업의식과 직업능력을 제고함으로써, 학교로부터 (내부)노동시장 내 고용으로의 원활한 이동을 도모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국가는 노동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직업계고) 학생 및 비진학, 미취업 청소년에 대한 직업능력개발을 체계적으로 실시하고, 이들의 고용을 촉진할 책무가 있다. 또한 직업능력개발은 학생 및 청소년 이외에도 노동시장의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구직자 및 취업취약계층(청년, 고령자, 여성, 장애인 등)을 비롯하여, 노동시장으로부터 중도에 탈락한 자(실업자)들에 대한 고용(취업)의 기회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것은 현대 국가의 고용정책이 완전고용을 목표로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중요하며, 직업능력개발의 본질적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현행 고용정책기본법 제1조 목적규정에서도 확인해볼 수 있는데, “국가가 고용에 관한 정책을 수립 · 시행하여 국민 개개인이 평생에 걸쳐 직업능력을 개발하고 더 많은 취업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근로자의 생애에 걸친 직업능력개발을 촉진 · 지원하는 근로자직업능력개발법 제1조 목적규정에서도 확인해볼 수 있다.

둘째, 직업능력개발은 고용을 유지하고 개선하는 관점, 즉 고용안정의 관점에서도 중요한 수단이다. 고용을 단순히 양적으로 확보하는 차원이 아닌 고용을 질적으로도 개선하기 위한 차원에서도 직업능력개발이 적극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오늘날 4차 산업혁명 등과 같은 사회 · 경제적 변화에 따라 노동시장의 적지 않은 변화가 나타남에 따라, 종래의 ‘종신고용(장기고용시스템)’ 내지 ‘평생직장’이라는 의미가 점차 퇴색되고 노동이동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근로자의 ‘평생고용’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직업능력의 개발과 향상이 전제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때 근로자(재직자)의 직업능력개발이 고용안정의 중요한 수단으로써 활용될 수 있도록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과 지원이 필요하다. 아울러 사업주가 주도하는 직업능력개발이 아닌 형태로써, 근로자의 자율적 의사에 기초한 직업능력개발은 근로자 개인의 자아실현 내지 자기계발의 차원에서도 중요한 수단이 되므로 국가는 평생학습의 실현이라는 관점에서 이를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셋째, 직업능력개발은 근로자의 고용촉진 및 고용안정뿐만 아니라, 자영업자의 창업 및 전직을 위해서도 중요한 수단이다. 주요 외국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자영업의 현실과 4차 산업혁명 등에 따라 새로운 자영노동의 형태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고려해본다면, 고용정책적 차원에서 자영업자의 창업과 전직을 위한 직업능력개발을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그밖에도 직업능력개발은 기업 및 국가의 인적자원관리에서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으므로, 직업능력개발에 대한 적극적 투자는 기술투자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처럼 직업능력개발은 전 국민의 지속적인 직업생활을 도모하기 위한 핵심적 수단으로써 작지 않은 의미를 갖고 있으며, 근로권의 실현이라는 관점에서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이 요청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고용정책기본법 제3조 제1호 참고).

한편,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변화의 시대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고용정책적 수단이 검토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전 국민의 평생 직업능력개발을 위한 정책이 전 세계 공통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점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오늘날의 직업능력개발은 학생, 구직자 및 실업자의 고용을 촉진하는 수단일 뿐만 아니라, 근로자(재직자)의 고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개선하는데 실질적인 수단으로써 기능하고 있으며, 사회통합 나아가 평생학습을 위한 수단으로써도 그 타당성을 충분히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전 국민의 평생 고용가능성(Lifelong Employability)을 제고하고, 안정적인 직업생활(근로권)과 인간다운 생활(생존권)을 보장하는데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정책수단은 직업능력개발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이미 독일, 프랑스, 일본 등의 주요 선진국에서는 직업능력개발의 중요성을 일찍이 인식하고, 직업능력개발과 관련한 법 · 제도 내지 정책의 개선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그와 같은 개선의 기본방향은 일찍이 ILO가 강조해 온 평생직업능력개발의 보장과 직업능력개발에 관한 권리를 강화하는 것으로 요약해 볼 수 있다.

 

3. 소결

 

우리 정부에서도 4차 산업혁명과 같은 새로운 노동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직업능력개발훈련 제도개편(안)」을 제시한 바 있으며, 주요내용으로는 신산업 분야 인력양성 기반의 대폭 확충, 노동시장 · 산업수요에 신속히 대응하는 훈련공급시스템의 마련, 고성과 고품질 훈련의 확충, 훈련참여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다각적 노력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평생직업교육훈련혁신 방안」도 제시하여,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미래 사회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직업교육훈련체제의 변화방향을 제시하였는데, 주요내용으로는 유연하고 통합적인 직업교육훈련 제공, 미래형 혁신인재 양성을 위한 직업교육훈련 고도화, 지속적 성장이 가능한 직무역량개발체계 확충, 사람중심의 포용적 평생 직업교육훈련체계 구축, 평생직업교육훈련 통합지원 생태계 조성이 있다.

하지만, 이것들은 국가 정책의 거시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것일 뿐 평생직업능력개발을 위한 법 · 제도의 개선을 구체적으로 담고 있지 못하여 그 한계가 있다. 이는 주요 선진국의 대응과 비교해볼 때,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현행 고용정책기본법에서도 직업능력개발 등과 관련한 정책에 있어서는 근로자가 가지는 권리가 확보될 것을 명시적으로 주문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본다면(동법 제3조 제1호 참고), 더더욱 그렇다.

결국,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평생직업능력개발 체제의 구축을 위해서는 직업능력개발과 관련한 법 · 제도를 점검하고,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즉, 직업능력개발에 대한 정책방향을 단순히 제시하는데 그치지 않고, 근로자가 가지는 직업능력개발에 관한 권리가 실질적으로 구현될 수 있는 방안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며, 이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있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 할 수 있다.

이하에서는 직업능력개발권의 실현이라는 관점에서 주요 입법적 개선과제를 검토해보도록 한다.

 

III. 평생직업능력개발권의 실현을 위한 주요 과제

1. 헌법개정을 통한 직업능력개발권의 확보

근래에 정치권을 비롯하여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개헌에 관한 논의가 뜨겁게 펼쳐진 바 있다. 헌법은 시대적 사명과 가치를 반영한 총체임을 고려할 때, 1987년을 마지막으로 개정된 현행 헌법은 어쩌면 한계 및 문제점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직업능력개발에 관한 권리를 입법적 차원에서 보다 분명히 하기 위해서는 종국적으로는 헌법의 개정을 통하여 ‘직업능력개발’내지‘직업훈련’을 헌법의 근로권 조항(제32조 등)에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즉, 헌법 제32조의 ‘고용증진’을 위한 하나의 예시적인 수단으로써 ‘직업훈련’ 내지 ‘직업능력개발훈련’, 아니면 더 넓은 개념으로써, ‘직업능력개발’이라는 용어를 명시함으로써, 직업능력개발에 관한 정당성을 헌법적 차원에서 확보하고 직업능력개발에 관한 헌법제정권자의 책무를 강화해 볼 수 있다.

이러한 논의는 헌법과 직업능력개발법제의 체계를 보다 분명하고 직접적으로 구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근로자)이 직업능력개발에 관하여 가지는 권리성을 헌법적 차원에서 분명히 확보할 수 있다는 부분에 그 의의가 있다. 다시 말해 직업능력개발을 국민(근로자)들이 가지는 헌법상 권리로 분명히 인정하게 된다면, 이는 국가가 고용증진을 위한 수단으로써 직업능력개발을 보다 적극적으로 실시할 책임과 의무를 강화하는 것이며, 4차 산업혁명 시대 현대국가의 역할을 새롭게 정립할 수 있다.

다만, 헌법적 차원에서 직업능력개발권을 명시적으로 보장한다 하더라도 직업능력개발권의 구체적인 의미를 확인하고 직업능력개발권을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결국 개별적인 직업능력개발법제를 통해서 세부내용이 결정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입법자는 직업능력개발권을 보장하기 위한 입법을 형성하는데 있어서 광범위한 재량을 가지고 있으며, 이때 국가의 재정 및 고용정책의 상황, 노동시장의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직업능력개발권의 보장내용과 수준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직업능력개발’을 헌법 제32조에 명시적으로 규정하더라도, 근로자(국민)에게 특정한 제도나 구체적인 내용과 수준을 갖는 청구권을 직접적으로 도출할 수 없다는 점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업능력개발과 관련한 헌법 개정의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어, 앞으로 이와 관련한 논의가 보다 구체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면, 이때 근로자(국민)의 고용보장 내지 경력보장을 위한 핵심수단으로써 직업능력개발을 헌법에 위치시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볼 수 있다. 이러한 논의는 앞으로의 헌법 개정과정에 있어서 근로권의 개선과 관련한 논의에도 참고 내지 활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 근로자 주도형 유급학습휴가제도의 도입

오늘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해, 근로자의 역량강화 및 고용가능성의 제고, 그리고 평생직업능력개발이라는 측면에서 유급학습휴가제도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유급학습휴가는 평생직업능력개발 정책의 일환으로 근로자의 교육훈련시간과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면서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직업능력개발의 한 유형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유급학습휴가는 지난 1970년대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근로자의 향상훈련 및 평생학습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되었으며, 국제노동기구(ILO)가 주관이 되어 이를 적극적으로 확대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급학습휴가 제도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법령은 크게 3가지가 있다. 평생교육법과 근로자직업능력개발법, 고용보험법이 그것인데,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평생교육법 제8조에서는 학습휴가 및 학습비 지원과 관련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데, 국가 ·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의 장 또는 각종 사업의 경영자는 소속 직원의 평생학습기회를 확대하기 위하여 유급 또는 무급의 학습휴가를 실시하거나 도서비 · 교육비 · 연구비 등 학습비를 지원할 수 있다(동법 제8조참고). 다만, 이 규정은 학습휴가 제도와 관련한 구체적 하위조항이 없이 임의규정 내지 선언적인 방침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며, 유급휴가라는 표현이 명확하지 않다보니 무급휴가까지도 인정될 수 있고, 무급의 학습휴가를 실시하는 경우 사실상 근로자가 경제적 부담을 지게 됨으로써, 실효성에는 한계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2007년 제17대 국회에서는 최순영 의원이 평생교육법의 개정(안)을 제출하기도 하였는데,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

현행 고용보험법의 사각지대가 작지 않은 점, 평생교육법상 학습휴가제도의 내용은 평생교육법상 평생교육의 의미에 비추어 볼 때, 이하에서 살펴볼 고용보험법상 유급휴가훈련 지원제도와 달리, 직업교육은 물론 광의의 사회교육, 노동교육을 모두 포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평생교육법상 학습휴가를 실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평생교육법 제8조의 학습휴가의 활용과 관련한 청구권 주체, 절차, 방법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

평생직업능력개발을 체계적으로 규율하고 있는 현행 근로자직업능력개발법에서는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직업능력개발을 위한 휴가를 주는 등 직업능력개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을 부여하고 있으며 (동법 제4조 제2항), 고용노동부 장관은 직업능력개발사업을 하는 사업주나 사업주단체 등에게 사업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거나 융자함에 있어서 사업주가 유급휴가(「근로기준법」에 따른 월차 · 연차 유급휴가는 제외)를 주어서 직업능력개발을 실시할 경우 우대할 수 있는 조항을 두고 있다(동법 제20조 제2항 제4호). 하지만 이 역시 선언적이고 임의적인 규정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현행 직업능력개발법제에서 유급학습휴가 제도가 근로자 개인의 권리로까지 인정받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21대 국회에서는 송옥주 의원이 대표발의하여 근로자직업능력개발법 개정(안)을 제출하였는데, 동 법(안)에서는 근로자의 요구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실시하는 직업능력개발에 참여하기 위한 휴가를 사업주에게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직업능력개발훈련 휴가제도를 도입함으로써(직능법 제19조의2 신설), 교육훈련 내용에 대한 근로자의 선택권과 교육훈련 참여권의 내실을 기하고자 한다. 직업능력개발권의 실현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타당한 개정(안)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학습휴가를 보다 실효적으로 보장받기 위한 절차, 방법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정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현행 고용보험법 제27조 및 동법 시행령 제41조 제1항 제5호에서도 유급휴가훈련을 실시하고, 이에 대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사실상 유급휴가훈련의 실시여부는 사업주의 재량사항이고, 근로자가 권리로서 유급휴가훈련을 요구할 수 없다. 즉, 고용보험법상 유급휴가훈련 지원제도는 사업주가 고용보험기금을 부담함으로 인해 간접적으로 근로자가 유급휴가를 받을 수 있는 형태로 제도가 형성되어 있어, 유급휴가는 사업주의 재량에 따라 좌우되는 시혜적 제도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고, 이로써 근로자의 직업능력개발권은 충분히 보장되지 않고 있다. 주체, 요건과 절차 등을 전반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오늘날 4차 산업혁명 등에 따라 노동시장을 비롯한 개별기업의 고용구조와 근로자의 직무에도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이때 기존 근로자(재직자)의 보호와 직업능력의 개발 및 향상을 위해서는 근로자 주도형 유급학습휴가 제도를 도입하거나, 관련 법제의 정비를 통하여 그 실효성을 제고하여야 한다는 견해들이 적지 않다. 이러한 점에서 근로자 주도적인 직업능력개발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현행 유급휴가훈련 지원제도의 패러다임을 적극 전환할 필요가 있다.

 

3. 직업능력개발을 위한 근로시간단축권의 활용

오늘날 평생직업능력개발에 대한 근로자의 자발적 의지가 아무리 높아도 시간적 제약으로 인해 직업능력개발에 대한 실질적 참여가 어려운 경우에는 재직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것만으로는 직업능력개발권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는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시간적 부담을 어느 정도 덜어줄 수 있도록 앞서 검토한 근로자 주도형 유급학습휴가 제도를 도입한다든가, 아니면 현행법상 인정되고 있는 근로시간단축 청구권 제도를 직업능력개발의 경우에도 해석 · 적용해보는 방안을 강구해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근로시간단축 청구권은 현재 재직자 내지 근로자로 근로를 제공하고 있는 자에게 근로관계의 존속 중에 소정근로시간의 단축이라는 중요한 근로조건 변경의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를 말한다.

즉 근로자가 자기의 필요에 의해 근로계약상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하고, 그 경우 단축범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때, 그 사용사유로써, 직업능력개발을 인정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비교적 최근에 개정된 남녀고용평등과 일 · 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 함)에서는 다양한 사유(가족돌봄, 본인 건강 돌봄, 고령자 은퇴준비, 근로자 학업)에 기초한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제도가 새롭게 도입되어 운영되고 있다(동법 제22조의3 제1항 참고). 그런데 동법 제22조의3 제1항 제4호에서 정하고 있는 ‘학업’에 직업능력개발이 포함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존재한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학업’이라는 용어의 사전적 의미는 주로 학교에서 일반지식과 전문지식을 배우기 위하여 공부하는 것을 가르키기 때문이다. 직업교육과 직업훈련을 개념적으로나 장소적으로 구분하고 있는 현행 입법자의 의도에 따르게 될 경우, 학업에 직업능력개발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 분명하지가 않게 된다. 하지만, 근로자로서의 학업이라는 의미를 보다 넓게 해석한다면, 직업훈련 내지 직업능력개발도 충분히 포함될 여지도 있으므로, 이를 보다 실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지원방안 등을 입법정책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4. 집단적 직업능력개발권의 실질적 보장

현행 직업능력개발법제에서 직업능력개발훈련 계획(정책)의 수립 및 정책 실시를 위한 집단적 참가는 적어도 국가단위, 지역단위, 기업단위에서 제한적이지만 형식적인 구조는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가 노사 당사자의 참가 및 결정기능을 충분히 담보하고 있는 가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이 든다. 물론 노동시장에 대한 개입 내지 직업능력개발정책의 수립여부 등은 전적으로 국가가 재량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더라도, 직업능력개발정책의 실제 운영 내지 구체적인 실시와 관련해서는 반드시 국가가 주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의 직업능력개발은 4차 산업혁명 등과 같은 급속한 사회 · 경제환경 및 수요의 변화에 신속하게 부응하여 노동시장에서 요구되는 직업능력과 고도의 숙련을 갖춘 노동력을 미스매치 없이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형태로 패러다임이 전환되어야 하며, 이러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위해서는 국가주도의 직업능력개발정책이 아닌 노동시장의 주요 당사자가 적극 주도할 수 있는 체제로 직업능력개발법제의 개선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 즉, 직업능력개발정책의 실제 운영이나 관리가 국가에서 노동시장의 주체인 노사 당사자로 넘어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늘날 직업능력개발정책의 운영 및 실시는 노사 당사자에게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 때문에 노사 당사자 법 · 제도적으로 충분히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되어야 하며, 이것은 산업 민주주의적 관점에서 직업능력개발 분야의 집단적 자기결정권을 구현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직업능력개발정책의 중요한 지표나 방향성을 설정하는 측면 이외의 나머지 사항에 대해서는 노사 당사자에게 그 권한을 맡기는 방향으로 법 · 제도 개선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IV. 나오며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지식과 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산업구조의 변화를 촉발하고, 사회 · 경제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노동시장에 있어서는 일자리의 총량을 비롯하여, 일하는 방식과 형태, 직무능력 등에 큰 변화와 불확실성을 초래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국가적 차원의 신속하고도 체계적인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경우 저출산 및 고령화와 고학력화, 여성의 사회진출 등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이상과 같은 환경변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문제(실업, 노동시장의 양극화 등)를 해결하고, 개개인의 고용가능성과 적응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평생 직업능력개발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강조된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기술의 노동대체 가능성과 고령화에 따른 기대수명이 점차 증가함에 따라 국민의 전 생애에 걸친 직업능력개발에 대한 수요와 욕구가 증대되고 있으므로, 국가는 모든 국민의 전 생애에 있어 직업능력개발의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법 · 제도적 환경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변화에 따른 적응력을 제고하고 평생 직업능력개발을 위한 법 ·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으나, 거시적인 방향에 대한 제시일 뿐 아직 구체적인 법 · 제도 개선을 담고 있지 않은 점, 그리고 여전히 직업능력개발의 법 · 제도적 사각지대가 크고, 기업규모별 혹은 고용형태에 따른 직업능력개발기회의 양극화가 존재한다는 점, 시장 주도가 아닌 국가 중심의 규제방식이 크게 변하지 않고 있어 오늘날과 같은 급격한 변화에 유연하기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 노사의 실질적 참여가 제한적이라는 점 등에서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관점에서, 모든 국민이 직업능력개발에 관한 권리를 실질적으로 실현할 수 있도록 현행 직업능력개발체제의 실효성을 재점검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응하는 법 · 제도적 개선과제를 적극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