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Notice

이달의 포커스 - 최신판례해설

작성자 관리자 | 날짜 2021.07.01

기간제 대학교원에 대한

재임용거부의 정당성 여부

- 대법원 2021.2.10. 선고 2015다254231 판결 -

조성혜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I. 사실관계

(원고들(2명)은 △△대학교(피고법인)의 계약직 교원으로서 2005. 3. 피고법인과 최초 교원임용약정서를 작성한 후 매년 재임용되어 왔다. 임용약정서상 재임용의 조건은 계약기간 1년 동안 국내외 저명학술지에 논문을 150% 이상 게재하고, 학교에서 실시하는 업적평가(연구중심형)에서 연구부문 점수 54점 이상, 합계 업적평가점수 85점 이상을 취득하는 것이었다. 정규직 교원들에게 적용되는 교원인사규정(제25조)에서는 2001. 12. 31. 이전에 임용된 조교수의 재임용조건은 계약기간 3년 동안 연구실적 200% 이상 및 업적평가점수 70점 이상을 취득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었는데, 이 규정에 비할 때 원고들의 재임용조건은 연구실적의 경우 2배 이상, 업적평가점수의 경우 15점이상 높은 것이었다.

피고법인의 교원업적평가규정은, 연구중심형 교원의 경우 교육영역 20점, 연구영역 60점, 봉사영역 20점으로하여 총 100점을 만점으로 하되, 가산점이 있는 경우 100점을 초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연구실적의 경우 ‘제출된 모든 연구실적물을 인정하되, 모든 연구실적은 100%까지는 기본점수로 평가하고, 초과 300%까지는 기본점수의 1/2을, 이후 초과분은 기본점수의 1/4로 평가한다’고 정하고 있었다. 봉사영역의 기본점수는 학과 및 전공 운영 협조(2점), 단과대학 운영 협조(5점), 학교기여, 참여 및 근무성실도(13점)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세부적인 평가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교원으로서는 어떤 평가를 받을지 예측하기가 어려웠다. 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학교기여, 참여 및 근무성실도’ 항목의 기초로 삼았던 ‘평정표’는 원고들에게 사전에 알리거나 공개하지 않았고, ‘근무일수미달’, ‘시험감독불참’ 등 주로 감점사유들을 명시하고 있어 재임용대상 교원이 가산점 항목에 해당되지 않는 한 점수를 취득하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었다.

위와 같은 연구실적의 차등평가규정이나 봉사영역의 평가방식 등으로 인해 교원들이 업적평가에서 고득점을 취득하기가 어려워 매년 적지 않은 수의 교원들이 재임용기준에 미달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이 사건 이전까지 피고법인은 재임용기준에 미달한 교원을 전원 구제하여 왔고, 원고들 역시 업적평가점수가 재임용기준에 미달된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으나 계속하여 재임용되어 왔다.

이 사건의 발단이 된 2013년에는 재임용을 신청한 내국인교원 72명 중 원고들을 포함한 21명(29.2%)이 재임용기준에 미달되었다. 피고법인의 교원인사위원회는 재임용기준에 미달한 교원 중, 신규임용 후 1년 차인 교원, 신설 학과의 소속 교원, 보직을 맡은 교원, 휴직교원, 논문 심사 중인 교원 등 14명을 추가로 재임용대상에 포함하기로 하였다. 그 결과 원고들을 포함한 7명의 교원만이 재임용 제청 탈락 대상자로 남게 되었는데, 이사회는 ‘대학이 운영하는 교원업적평가제도 개선 프로젝트팀에 참여하였다’는 이유를 들어 이들 중 3명을 다시 재임용하기로 심의 · 의결함으로써, 최종적으로는 원고들을 포함한 4명만이 재임용에서 탈락되었다. 그 중 매우 낮은 점수를 받은 한 교원은 2014년 1학기에 신규임용 형식으로 해당 학과에 채용되었다.

원심(서울고등법원 2015. 11. 18. 선고 2015나2032767판결)은 이 사건 재임용거부처분과 관련 재임용심사기준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고, 일부 기준이 합리성을 잃었으므로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하여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다만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 및 위자료 청구와 관련하여서는 피고 법인이 재임용을 거부할 만한 사유가 전혀 없는데도 오로지 원고들을 대학에서 몰아내려는 의도 하에 고의로 다른 명목을 내세워 재임용을 거부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II. 판결요지

이 사건 판결은 이 사건 재임용거부처분과 관련하여서는 원심과 같은 견해이고, 상고 이유 중 손해배상청구는 인정하고 위자료 청구는 배척하였다. 판결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 법인은 통상의 경우와 같이 일부의 자격 미달자를 재임용심사 절차를 통해 배제한 것이 아니라, 해당 대학의 연구 내지 교육여건 등을 감안할 때 다수의 교원들이 현실적으로 재임용심사를 통과하기 곤란할 만큼 엄격한 평가기준을 설정한 다음 일차적으로 탈락된 교원들 중 상당수를 구제하거나 신규 채용하는 방식으로 최종 재임용 탈락자를 선정하였다. 그런데 피고 법인은 다수의 기준 미달자 중에서 재임용 대상자 등을 선정할 기준에 대해서는 사전에 어떠한 내용이나 원칙도 정해두지 않았다. 이는 학칙이 정한 객관적인 사유에 근거하여 교원의 재임용 여부를 심의하도록 한 사립학교법 제53조의2 제7항 전문의 규정과 그 입법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그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또한 피고 법인이 심사기준에 미달한 교원들 중에서 재임용 대상자를 선정할 기준으로 삼은 ‘학교가 운영하는 프로젝트 팀에 참여한 교원’ 등은 학교법인이 그 참여대상의 선정이나 활동 등에 관여하게 되므로 이를 이유로 재임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학교법인이 자의적으로 재임용 대상자를 선정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고, 사전에 그 기준의 내용이나 원칙을 전혀 정하지 아니한 채 심의가 이루어진 이상, 그 심의결과가 사후적으로 보았을 때 외관상 합리적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그 객관적 정당성을 인정하는 것은 사실상 학교법인의 자의적 심사를 용인하는 셈이 되어 수긍하기 어렵다.

이와 같이 피고 법인이 객관성과 합리성이 결여되어 다수의 교원들이 현실적으로 재임용심사를 통과하기 곤란할 만큼 엄격한 재임용 평가기준을 설정한 다음 자의적인 기준으로 다수의 기준 미달자 중 상당수를 구제하거나 신규 채용하는 방식으로 사실상의 재임용 심사절차를 진행하면서 원고들에 대하여 이 사건 재임용거부처분을 한 것은 그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원심은 이 사건 재임용거부처분이 피고 법인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시켜야 할 정도로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단정하여 피고 법인의 불법행위책임을 부정하였으나,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학교법인의 재임용거부결정으로 인한 불법행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그밖에 재임용을 거부할 만한 사유가 전혀 없는데도 오로지 원고들을 대학에서 몰아내려는 의도 하에 피고들이 고의로 다른 명목을 내세워 재임용을 거부하였다거나, 부당한 방법으로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교수협의회 활동을 방해하는 등 불법행위를 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아 원고들의 위자료 청구를 배척한 원심의 판단은 이유가 있다.

 

Ⅲ 평석

1. 재임용기준의 정당성 관련 기존 판례의 태도

사립학교법 제53조 제7항은 교원인사위원회가 교원의 재임용 여부를 심의할 때에는 학생교육에 관한 사항, 학문연구에 관한 사항, 학생지도에 관한 사항, 산학연협력에 관한 사항 등 객관적인 사유로서 학칙에서 정하는 사유에 근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과 관련 대법원은 “사립학교법 제53조의2 제7항 전문에서 재임용 심의사유를 학칙이 정하는 객관적인 사유에 근거하도록 규정한 취지는, 대학교원으로서의 재임용자격 내지 적격성의 유무가 임용권자의 자의가 아니라 학생교육에 관한 사항, 학문연구에 관한 사항과 학생지도에 관한 사항에 관한 평가 등 객관적인 사유에 의하여 심의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해당 교원에게 사전에 심사방법의 예측가능성을 제공하고 사후에는 재임용거부결정이 합리적인 기준에 의하여 공정하게 이루어졌는지를 심사할 수 있도록 재임용 심사기준이 사전에 객관적인 규정으로 마련되어 있어야 함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대법원 2011. 1. 13. 선고 2010두1835 판결 등 참조).

그리고 기간제 대학교원의 재임용과 관련 대법원의 기존 판례는 “기간임용제 대학교원에 대한 학교법인의 재임용거부결정이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것으로 평가되어 그 사법적 효력이 부정된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불법행위를 구성함을 이유로 학교법인에게 재산적 손해배상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해당 재임용거부가 학교법인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것이라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법인이 보통 일반의 대학을 표준으로 하여 볼 때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하여 그 재임용거부결정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정도에 이른 경우이어야 하며,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는지 여부는 재임용거부사유의 내용과 성질, 그러한 거부사유 발생에 있어서 해당 교원의 기여(관여) 정도, 재임용심사절차에서 해당 교원의 소명 여부나 그 정도, 명시된 재임용거부사유 외에 학교법인이 재임용거부 판단에 실질적으로 참작한 사유의 유무 및 그 내용, 재임용심사의 전체적 진행 경과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손해의 배상책임을 대학에게 부담시켜야 할 실질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한 바 있다(대법원 2010. 7. 29. 선고 2007다42433 판결 참조).

이 판례에 의할 때 기간제교원에 대한 재임용거부처분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시키려면 그것이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것으로 학교법인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하여야만 한다고 할 것이다.

 

2. 이 사건 재임용거부결정의 정당성 여부

이 사건은 피고법인이 기간제교원에 대하여 정규직 교원에 비해 비현실적으로 높은 재임용 기준을 정해 놓고 다수의 교원들이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게 되자 탈락된 교원을 객관적 근거 없이 선별적으로 구제한 후, 최종적으로 원고들만 탈락시킨 데서 비롯된 다툼이다.

이 사건의 쟁점은 크게 재임용기준의 공정성과 재임용 관행과 절차의 일관성 및 공정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 재임용기준의 공정성

사실관계에도 나타난 바와 같이 피고법인은 원고들에 대한 재임용기준을 2001. 12 31. 이전에 임용된 조교수의 재임용조건에 비해 연구실적은 2배 이상, 업적평가점수는 15점 이상 높게 정하고 있었다. 봉사영역의 경우도 객관적이고 세부적인 평가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이 사건 원고들로서는 어떠한 기준과 방법으로 점수를 부여받을 지를 예측하기 어렵고, 가산점 항목에 해당되는 사항이 없는 이상 점수를 취득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그 결과 임용권자의 자의가 개입될 여지가 많고 업적평가가 투명하지 않다 보니 당사자로서는 자신이 어떤 이유로 재임용 되었는지 또는 재임용에서 탈락되었는지를 알 수가 없다.

이러한 재임용기준은 재임용이 “객관적인 사유에 의하여 심의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해당 교원에게 사전에 심사방법의 예측가능성을 제공하고 사후에는 재임용거부결정이 합리적인 기준에 의하여 공정하게 이루어졌는지를 심사할 수 있도록 재임용 심사기준이 사전에 객관적인 규정으로 마련되어 있어야 함”을 요구하는 기존 판례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2) 재임용 관행 절차의 일관성 및 공정성

또다른 문제는 피고 법인이 일관성과 공정성 없이 기간제교원들을 재임용하였다는 점이다. 즉 이 사건 이전까지는 재임용기준에 미달하는 점수를 받은 교원을 전원 재임용하여 오다가 이 사건의 발단이 된 2013년 재임용에서 처음으로 재임용기준에 미달한 교원들을 실제로 재임용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재임용 탈락자 21명 중 객관적 타당성이 없는 근거로 14명을 재임용 대상에 포함시키고, 그 중 다시 7명을 재임용 대상으로 올린 후, 다시 3명을 구제해 주어 최종 4명만을 재임용에서 탈락시켰다. 그 중 재임용에서 최종 탈락한 하위권 점수를 받은 한 교원은 2014년 1학기에 신규임용 방식으로 채용하였다.

이렇게 매년 재임용에서 탈락한 교원들을 구제하다가 어느 해부터 갑자기 탈락된 교원에 대한 재임용을 거부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훼손하는 처사이고, 더구나 객관적 기준도 없이 탈락자 중 일부는 구제하고 일부는 탈락시키는 것은 공정성 시비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재임용거부결정은 판례에서 요구하는 “재임용거부 판단에 실질적으로 참작한 사유의 유무 및 그 내용, 재임용심사의 전체적 진행 경과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정도에 이른 경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3. 결론

이 사건 피고법인의 원고들에 대한 재임용거부는 판례에서 불법행위책임을 구성하는 요건으로 제시하고 있는 “학교법인이 보통 일반의 대학을 표준으로 하여 볼 때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하여 그 재임용거부결정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정도”라고 할 것이므로 피고법인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이 사건 판결의 결론은 수긍할 만하다.

이 사건에서 논란이 되지는 않았으나 피고법인이 기간제교원에게는 정규직 교원에 비해 높은 재임용 기준을 적용하였다는 점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기간제교원들로서는 계약 체결 시 학교법인에서 일방적으로 정한 재임용기준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채용이 될 수 없으므로이 기준에 대하여 이의제기를 할 길이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다. 다만 이 사건 전까지는 피고법인이 재임용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점수를 받은 교원들을 전원 구제하여 왔기에 교원들이 이 기준에 이의제기를 할 필요가 없었다가, 2013년에 최초로 원고들이 재임용에서 탈락되면서 문제가 불거진 것이었다.

이 사건과 같은 다툼을 피하려면 학교법인이 우선 합리성과 공정성을 갖춘 충족 가능한 재임용기준을 정하고 이를 준수해야 하고, 이후 재임용기준에 미달하는 교원을 구제하는 절차를 두고자 한다면, 그 기준 역시 규정으로 명시해야 할 것이다. 만일 학교법인이 관례적으로 재임용에 탈락한 교원을 구제하여 오다가 어느 시점부터 탈락시키기로 결정을 하였다면 재임용 기준을 현실적 기준으로 조정하고 사전에 교원들에게 이 사실을 공지하여야 한다. 최근 학령인구의 감소 등으로 교원의 지위가 갈수록 불안해져 가면서 교원의 재임용 탈락이 사회적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재임용기준에 관하여 더욱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