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Notice

이달의 포커스 - 특별기고(원청사업주에 대한 사내하청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 가부)

작성자 관리자 | 날짜 2021.08.10

원청사업주에 대한 사내하청 노동

조합의 단체교섭 요구 가부

 

 

김기선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arbeit@kli.re.kr)

 

I. 들어가며

직사내하도급은 여전히 노사관계뿐만 아니라 노동법률분쟁에 있어도 뜨거운 이슈이다. 법리적 차원에서 본다면 사내하도급은 개별적 노동분쟁 및 집단적 노동분쟁에 있어서도 주목할 만한 법리를 쌓아나가고 있다. 개별적 노동관계 측면에서는 예컨대 불법파견의 경우에도 직접고용간주가 적용된다고 한 ’예스코 판결(대법원 전원합의체 2008. 9. 18 선고 2007두 22320 판결)‘, 근로자파견과 도급의 판단원칙과 판단기준에 대한 '현대자동차 판결(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등을 들 수 있다. 집단적 노동관계 측면에서는 지배 · 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있어 ‘실질적 지배력설’에 의해 원청사업주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현대중공업 판결(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7두8881 판결) 등이 있었다. 여기에 더하여 최근 2020. 5. 20. 민주노총 소속 전국금속노조(중앙2020 조정24 전국금속노동조합 노동쟁의 조정신청 사건),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중앙2020조정23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노동쟁의 조정신청 사건), 전국민주연합노조(중앙2020조정25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노동쟁의 조정신청 사건)가 사내하청 근로자의 교섭요구를 거부한 원청 사용자를 상대로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하고, 이에 대한 중노위의 결정이 내려지는 등 원청사업주가 사내하청 노동조합의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이라 함)상 단체교섭의 상대방이 될 수 있는지가 다투어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금번 노동쟁의 조정신청의 경위 및 중앙노동위원회의 판단을 살펴보고, 이와 관련하여 지면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원청사업주에 대한 사내하청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의 가부에 대해 검토해 보고자 한다.

 

Ⅱ. 노동쟁의 조정신청의 경위 및 중앙노동위원회의 판단

1. 중앙2020조정24 전국금속노동조합 노동쟁의 조정신청 사건

사내하청근로자를 조직하고 있는 전국금속노조는 9개 원청사업주를 상대로 ‘간접고용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한 기본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을 3차례에 걸쳐 요청하였으나, 원청사업주들은 이에 대한 교섭에 응하지 아니하였고, 이에 전국금속노조는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하였다. 이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는 ① 원청사업주들은 이 사건 사내하청근로자들과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에 있지 않다. ② 이 사건 전국금속노동조합의 조합원에 대한 임금 지급의 주체는 하청사업주이고 이 사건 노동조합이 일부 사내하청 사업주와 단체교섭을 진행하는 등 원청사업주와 이 사건 노동조합의 조합원 간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의 성립을 인정하기 어렵다. ③ 원청사업주들이 이사건노동조합 조합원의 근로조건을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지배 · 결정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자 하였으나 입증이 부족하여 이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④ 따라서 원청사업주들이 이 사건 노동쟁의 조정사건의 당사자에 해당한다는 점이 확인되지 않기 때문에 노조법상 노동관계 당사자의 노동쟁의라 단정하기 어려워조정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2. 중앙2020조정23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노동쟁의 조정신청 사건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설립된 자회사 소속 근로자를 조직하고 있는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는 2개의 모회사를 상대로 ‘2020년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권리보장 기본협약’체결을 위하여 3차례에 걸쳐 단체교섭을 요구하였으나 모회사는 이에 응하지 아니하였고, 이에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은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하였다. 이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는 ① 모회사는 자회사 소속의 노동조합원과는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에 있지 않다. ② 자회사가 소속 근로자의 임금 지급의 주체이고, 노동조합은 근로계약의 당사자인 자회사와 단체교섭을 진행하는 등 모회사와 이 사건 노동조합 조합원들 간에 묵시적인 근로계약 관계의 성립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③ 모회사가 이 사건 노동조합 조합원의 근로조건을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지배 · 결정하는지를 확인하고자 하였으나 입증이 부족하여 이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④ 따라서 모회사가 이 사건 노동쟁의 조정사건의 당사자에 해당한다는 점이 확인되지 않기 때문에 노조법상 노동관계 당사자의 노동쟁의라 단정하기 어려워 조정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3. 중앙2020조정25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노동쟁의 조정신청 사건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생활폐기물 수집 · 운반 업무 등을 위탁받아 수행하는 업체에 고용된 근로자 등으로 조직된 산업별 노동조합인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은 당초 근로자를 직접 고용한 업체들과 단체교섭을 진행하였으나 이들 업체들이 실질적인 결정권한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고 판단하여 환경부 및 20개 지방자치단체에 ‘2020년 간접고용노동자 노동안전, 임금 및 복지, 고용안정, 교섭체계 구축’을 요구하며각 2차례에 걸쳐 단체교섭을 요구하였으나, 환경부장관과 지방자치단체장들은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아니하였고, 이에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은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하였다. 이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는 ① 환경부 및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자치단체의 생활폐기물 처리 등 대행업체 소속 노동조합원과는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에 있지 않고, 이 사건 노동조합이 대행업체와 근로조건 등에 대한 단체교섭을 하고 있는 등의 환경부 및 지방자치단체와 이 사건 노동조합원들 간에는 묵시적 근로관계에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② 환경부 및 지방자치단체가 이 사건 노동조합원들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지배 · 결정하고 있는지 확인한 결과, 환경부장관이 법령에 따라 생활폐기물 수집 · 운반의 대행업무에 대한 원가계산기준 등 최소한의 준수사항을 결정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바, 이를 근로로 노동조합원들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 · 결정하고 있다고 볼 수 없고, 위탁계약 내용이 대행업체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고 위탁계약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장이 대행업체에 특정한 업무요구 등을 하였다고 하여 지방자치단체장이 대행업체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사실상 지배 · 결정하는 노조법상 사용자라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③ 따라서 환경부장관과 각 지방자치단체장 이이 사건 노동쟁의 조정사건의 당사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노조법상 노동관계 당사자 간의 노동쟁의라 볼 수 없으므로 조정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III. 단체교섭상의 사용자에 대한 검토

1. 개별적 노동관계와 집단적 노동관계에서의 사용자

가. 개별적 노동관계에서의 사용자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는 그 정의와 해석상 근로조건의 이행주체로서의 사용자를 말한다. 그리고 근로조건의 이행주체로서 사용자는 근로자와 계약관계에 있는 자를 의미한다.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는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하는데, 임금과 근로제공은 쌍무계약상 견련관계에 있다. 근로계약은 명시적으로 성립할 수도 있고, 묵시적으로 성립할 수도 있지만, 이는 근로를 제공하는 자와 근로제공을 받는 자 사이에 근로계약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또한 노동관계법령에서는 임금 및 최저임금과 관련한 도급인의 연대책임,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하 ‘파견법’이라 함)상의 사용사업주의 사용자로서의 책임,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도급사업주의 책임 등을 규정함으로써,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에 있지 않는 자에 대하여도 예외적으로그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한 반대 해석상 개별적 노동관계에서의 사용자는 근로를 제공하는 자와 근로계약관계 있는 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근로자 정의 규정의 문언적 해석, 근로관계에 있지 않은 자에 대한 책임을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노동관계법의 구조,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의 정의가 다른 개별적 노동관계법에 준용되고 있다는 점 등에서 볼 때, 개별 노동관계법의 사용자는 개별 계약관계에 있는 자로 이해된다.

 

나. 집단적 노동관계에서의 사용자

개별적 노동관계에서 있어서와 달리 집단적 노동관계에서의 사용자는 개별적 근로관계에 있는 사용자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는 개별적 노동관계법과 집단적 노동관계법의 입법목적이 다르다는 점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개별적 노동관계법에서의 사용자가 계약관계에 있는 자로 하여금 국가가 법률로 정한 최소한도의 근로조건을 준수하도록 하기 위하여 규정된 것이라면, 집단적 노동관계법의 사용자는 헌법에 보장된 노동 3권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이를 침해하는 행위에 대한 의무주체를 확정하기 위해 규정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노동 3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주체는 집단적 노동관계의 사용자가 될 수 있고, 집단적 노동관계에서의 사용자는 개별적 계약관계에 있는 사용자에 국한되지 않는다.

 

2. 집단적 노동관계에서 사용자 개념의 다양성

집단적 노동관계법상의 사용자 개념이 근로계약관계에 있는 자에 국한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집단적 노동관계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용자는 통일적으로 해석 또는 이해되어야 하는 개념인가, 아니면각 규정의 목적과 취지에 따라 다르게 이해되어야 하는 개념인가가 문제된다. 집단적 노동관계법상의 사용자 개념은 통일적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견해에 의하면 노동조합의 조직 및 운영에 있어 지배 · 개입의 사용자와 단체교섭상의 사용자는 동일하게 이해되게 된다. 이에 따르면, 지배 · 개입의 부당노동행위의 사용자와 관련한 현대중공업 판결은 단체교섭에 응해야 할 사용자의 범위를 확정함에 있어도 원용할 수 있는 중요한 기초가 된다. 그러나 집단적 노동관계에서의 사용자 개념을 통일적으로 해석되지도, 그렇게 이해될 이유도 없다고 판단된다.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다양하고도 각각 다를 수 있고, 이에 따라 노동3권을 침해하는 행위로부터 노동3권을 보장하는 방식도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노조법은 제81조에서 노동3권의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데, 이 때 사용자 개념 또한 부당노동행위가 금지하고자 하는 취지에 따라 사용자 개념도 달리 해석되어야 한다.

2010년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7두8881 판결)이 인정한 바와 같이, 노동조합의 조직 또는 운영과 관련해서는 소위 ‘실질적 지배력’있는 자가 이에 지배 · 개입하는 경우에 부당노동행위의 사용자가 될 수 있다. 지배 · 개입 부당노동행위의 사용자와 단체교섭 거부 부당노동행위의 사용자는 달리 이해되어야 한다. 단체교섭상의 사용자는 근로계약상의 사용자이어야 한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지만, 단체교섭상의 사용자는 근로계약관계에 있는 자에 국한되지 않는다. 단체교섭은 근로조건의 유지 및 개선에 그 본질이 있다는 점에서, 단체교섭의 상대방으로서의 사용자에 있어서는 해당 근로조건에 대한 ‘처분 또는 결정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근로조건에 대한 ‘처분 또는 결정 가능성’은 계약관계 이외의 관계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파견법이 파견근로자와 근로계약관계에 있지 않은 사용사업주에게 사용자로서의 일정한 책임을 부담토록 하는 것은 이에 대한 ‘처분 또는 결정 권한’을 실질적으로 사용사업주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3. 단체교섭에 있어 사용자

단체교섭에 있어 사용자로서 근로조건에 대한 ‘처분 또는 결정 가능성’을 가지게 되는 데는 여러 가지 형태가 있을 수 있다.

첫째, 근로계약에 의해 ‘처분 또는 결정 가능성’을 가지게 되는 경우에 있는데, 근로계약의 성립과 관련된 사항, 임금 및 그 지급방법 등 근로계약의 이행과 관련된 사항, 근로자에 대한 해고 등 근로계약의 종료와 관련된 사항이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둘째, 근로제공에 있어 노무지시권의 행사에 의해 ‘처분 또는 결정 가능성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연장근로를 포함한 근로시간, 휴게, 휴일, 등이 이에 해당할 수 있다. 계약관계와 사용관계가 분리되는 근로자파견의 경우, 근로자파견법은 사용사업주에게 근로기준법 제50조부터 제55조까지(근로시간, 근로시간제도, 연장근로, 휴게, 휴일), 제58조(근로시간 계산 특례), 제59조(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특례), 제62조(유급휴가 대체), 제63조 및 제69조부터 제75조(여성과 소년 보호 조항)까지의 규정의 적용에 있어서는 사용사업주를 사용자로 취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이를 확인하고 있다.

셋째, 근로제공에 있어 노무지시권이 없다고 하더라도 사업장에 대한 ‘처분 또는 결정권’, 사업장 내 위험원에 대한 지배로 인해 단체교섭에 있어 사용자가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사업장 내에서의 노동조합활동, 사업장 내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자에 대한 산업안전보건, 직장 내 괴롭힘 등 사업 내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자에 대한 인격권 보호 등이 이에 해당할 수 있다. 노동조합의 활동 보장과 관련해서는 사업장에 대한 지배권을 가지고 있는 한 이에 대한 ‘처분 또는 결정 가능성’이 존재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제62조 이하에서 도급사업주에게 수급인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조치를 비롯한 일련의 조치의무를 부과하는 이유는 근로를 제공하는 자에 대한 노무지시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원청사업주가 사업 내 위험원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에 근거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또한 직장 내 괴롭힘은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근로계약관계에서 연유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 내 노무를 제공하는 자 모두에 대한 보편적 인권의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규정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균등대우원칙, 강제근로금지, 폭행금지 등 근로기준법 총칙에 규정된 사항도 사업장 내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자에 대한 인격권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의무가 설정된 것으로 사업장에 대한 처분 또는 결정권을 가진 자가 이를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IV.나오며

원청사업주에 대한 사내하청 노동조합의 단체교섭요구가 인정될 수 있는지는 이후 보다 뜨겁게 다투어 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서는 단체교섭상의 사용자라는 쟁점 이외에 이 글에서는 지면의 한계상 다루지는 못하였지만 원청사업주가 사내하청 노동조합의 단체교섭상의 사용자가 될 수 있는 경우에 교섭창구단일화의 절차, 쟁의권의 범위 등 여러 가지의 법적 쟁점이 존재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노동위원회 노동쟁의 조정신청 절차는 이에 대한 적합한 절차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 노동쟁의 조정은 노동쟁의의 원만한 해결을 위한 행정서비스로 제공되는데 본연의 역할이 있고, 법리적 판단에는 친숙하지 못한 절차이기 때문이다. 중앙노동위원회가 노동관계법령에 따른 다른 적절한 절차를 통해 해결방법을 권고한 것도 이와 같은 취지라고 생각된다. 향후 노동위원회심판절차 등을 통해 이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 및 판단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