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Notice

이달의 포커스 - 최신판례해설

작성자 관리자 | 날짜 2021.08.11

제주의료원 사건

-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6두41071 판결 -

이승길 교수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쟁점 : 모(母, 여성근로자, 간호사)의 업무에 기인한 ‘태아의 건강손상’ 또는 ‘출산아의 선천성 질환’을 업무상 재해에 해당

 

<대상판결> 제주의료원 사건(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6두41071 판결, 요양급여신청 반려처분 취소 (자) 파기환송)

 

1. 사안의 개요

(1) ‘원고들’(여성근로자)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의료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로 모두 공통적으로 2009년에 임신하여 2010년에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출산하였다. 그런데, 출산한 아이(출산아)들이 모두 ‘선천성 심장질환’을 갖고 태어났다.

(2) 제주의료원에 근무하던 간호사들 중 2009년에 임신한 사람은 원고들을 포함하여 15명이었는데 그 중 6명만이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였을 ' 뿐이다. 5명은 ‘유산’하였다. 그리고 원고들 4명은 ‘선천성 심장질환아’를 출산하였다.

(3) 원고들은 2012. 12. 11. 2011년 노사합의에 의한 ‘역학보고서’의 내용을 토대로, 임신 초기에 임신한 여성과 ‘태아’의 건강에 노출되어 유해한 요소들에 태아의 심장 형성에 장애가 발생하였기 때문에, 선천성 심장질환아의 출산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함)의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피고’(근로복지공단-제주지사)에 ‘요양급여’를 청구하였다.

(4) ‘피고’(근로복지공단)는 2012.12.27. ‘업무상 재해’란 ‘근로자 본인’의 부상 · 질병 · 장해 · 사망만을 의미하며, 원고들의 자녀(‘태아’)는 산재보험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요양급여 부지급 처분’을 하였다(1차 처분). 그후 다시 요양급여를 청구하였고, 피고는 2013.9.26. 자료보완 요구, 2013.10. 자료 추가 제출, 피고는 2013.11.6. 민원서류 반려처분을 하였다(2차 처분).

 

2. 관련 법령

◆ 산재보험법 제5조(정의) 제1호: “업무상의 재해”란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 · 질병 · 장해 또는 사망을 말한다.

◆ 제40조(요양급여) ① 요양급여는 근로자가 업무상의 사유로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경우에 그 근로자에게 지급한다.

 

3. 소송 경과

(1) 1심(서울행정법원) : 원고 승소

(2) 2심(원심, 서울고등법원) : 원고 패소

(3) 대법원: (원심) 파기환송

 

4. 사건의 쟁점과 대법원 판결의 요지

(1) 사건의 쟁점

모(母, 여성 근로자, 간호사)의 업무에 기인한 ‘태아의 건강손상’ 또는 ‘출산아의 선천성 질환’을 산재보험법 제5조 제1호의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로 포섭할 수 있는지(적극)

(2) 대법원 판결의 요지

가. (업무상 재해 해당 여부) 산재보험법의 해석상 임신한 여성 근로자에게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태아의 건강손상’은 여성 근로자의 노동능력에 미치는 영향 정도와 관계없이 산재보험법 제5조 제1호에서 정한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 산재보험제도와 요양급여제도의 입법취지, 성격 및 내용에 헌법상 생존권적 기본권(제34조 제2항, 제6항), 그리고 헌법상 평등권(제11조)을 구체화한 여성 근로자에 대한 특별한 보호(헌법 제32조 제4항), 모성 보호(헌법 제36조 제2항)의 취지 등을 종합하면, 임신 중인 여성 근로자와 태아는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업무상 유해요소로부터 충분한 보호를 받아야 한다.

 

▷ 산재보험법의 해석상 모체(모성)와 태아는 생명 보호라는 측면에서 한 몸(‘본성상 단일체’)으로 취급된다.

 

▷ 산재보험의 목적(공적 보험)에 충실한 해석인 점, 발전 과정(사회보험), 민사상 불법행위책임 증명의 어려움, 사업주의 무자력, 구제기간의 장기화 등을 고려하면, 산재보험으로 해결하는 것이 근로자 및 사용주 모두에게 바람직하다.

 

나. (모의 요양급여 수급권자 해당 여부) 여성 근로자는 출산 이후에도 모체에서 분리되어 태어난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 등에 관하여 요양급여를 수급할 수 있는 권리를 상실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 임신한 여성 근로자에게 그 업무에 기인하여 모체의 일부인 태아의 건강이 손상되는 업무상 재해가 발생(‘상당인과관계’)하여 산재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 수급관계가 성립하게 되었다면, 이후 출산으로 모체와 단일체를 이루던 태아가 분리되었다 하더라도 이미 성립한 요양급여 수급관계가 소멸된다고 볼 것은 아니다(산재보험법 제88조 제1항).

 

▷ 의학기술상의 이유로 태아의 건강손상에 대한 치료 시기를 태아의 출생 이후로 연기할 수 밖에 없는 경우에 요양급여를 받을 수 없다면, 이는 치료시기에 따라 현저하게 불리하게 불합리한 결과가 최되고 형평에도 어긋난다.

 

▷ 그렇다면, 출산 이후에 요양급여 청구서를 누구 명의로 작성해 제출하였는지가 (법기술적인 제도 운용 문제일 뿐)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 등에 관하여 요양급여 제공을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아니다.

 

5. 대법원 대상판결의 검토

(1) 대상판결의 개요

대법원 제2부(주심 대법관 김상환)은 제주의료원의 간호사 4명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 반려처분취소 소송 상고심 선고에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즉 모(母, 여성근로자, 간호사)의 업무에 기인한 ‘태아의 건강손상’ 또는 ‘출산아(출산한 아이)의 선천성 질환’을 산재보험법 제5조 제1호의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고, 모(母)가 출산 이후 모체와 태아가 분리되어 독립된 인격을 가진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 등에 관하여 요양급여 수급권을 상실하지 않는다고 판단함으로써, 이와 달리 원고 패소 판결을 선고한 ‘원심판결’(원고들은 산재보험법상 요양급여의 수급권자가 될 수 없어 요양급여부지급 처분이 적법하다)을 파기하고, 원심법원에 사건을 환송하였다.

대상판결의 법적 쟁점은 여성 근로자의 업무에 따른 ‘태아의 건강손상’이나 ‘출산아의 선천성 질환’이 산재보험법상 ‘근로자의 업무상재해’의 범주에 들어가는지 여부였다. 원고들은 제주의료원 간호사로 일하며 지난 2009년 임신해 이듬해 아이를 출산했지만, 모두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지고 있었고, 이는 업무 중 유해 약품에 노출된 게 원인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하지만 근로 공단이 근로자 본인의 부상과 질병, 장애 또는 사망 등만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거부하자 지난 2014년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및 2심 재판부 판단은 상반되었다. 1심인 서울행정법원(이상덕 판사)은 태아의 건강 손상을 업무상 재해에서 배제하는 법 해석은 국가의 ‘모성 및 태아생명’ 보호 의무를 방기하는 것이고 임신한 여성 근로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이라서 위헌적이라고 했다.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 주야간 교대 근무, 유해한 약물 등과 같은 근무환경과 아이들의 선천성 심장질환에 인과관계가 있다. 원칙적으로 어머니와 태아는 단일체로, 임신 중 업무로 태아에게 건강손상이 있었다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반면 2심인 서울고등법원 행정11부(재판장 김용빈)에서는 출산한 아이의 선천성 질병은 근로자 본인의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근무환경의 유해요소 때문에 태아의 건강 손상이 발생했더라도 출산 이후에는 출산아가 어머니와 독립된 법인격체가 되므로 어머니에 대한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것이 국가의 ‘모성’ 보호 의무를 어긴다든가 임신한 여성 근로자를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이 사건은 3년 11개월 대법원에서 계류되었다. 그 사이 2019년 1월 국가인권위원회는 “태아가 ‘모체와 분리될 수 없는 동일체’이므로 태아의 권리 및 보호 측면에서 태아의 건강 손상을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또한 “유산한 경우와 달리 산재보험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차별 소지가 있다”는 의견서를 담당 재판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최종심인 대법원에서는 2020. 4. 29. 원고들인 여성근로자와 태아 모두 업무상 재해 대상에 포함할 수 있다고 봤다. 임신 · 출산 과정의 업무상 유해요소에서 충분히 보호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하였다. 나아가 “임신한 여성 근로자의 업무로 인해 태아의 건강이 손상됐다면, 이후 출산으로 어머니와 아이가 분리돼도 이미 성립한 요양급여 수급관계가 사라지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2) 업무상 재해 및 요양급여 수급권자의 법적 근거

산재보험급여의 요건은 바로 업무상 재해이다. 산재보험법상의 ‘업무상의 재해’란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 · 질병 · 장해 또는 사망을 말한다(제5조 제1호). 여기서 재해가 업무상의 것인지 여부의 판정은 노사 모두에게 보상책임의 유무와 급여 내용을 결정짓는 중요한 문제이다. 산재보험법은 판례상 요구되는 업무수행성과 업무기인성의 요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운용하고 있다. 업무상 재해는 업무상사고(제37조 제1항), 업무상질병(직업병=사고성질병+직업성질병, 제37조 제2항)으로 분류된다.

산재보험법상의 ‘요양급여’는 근로자가 업무상의 사유로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경우에 그 근로자에게 지급한다(제40조 제1항). 요양급여는 수급권자의 청구에 따라 지급하고(제36조 제2항), 근로자의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는 퇴직하여도 소멸되지 아니한다(제88조 제1항). 요양급여는 재해 전후의 장해상태에 관한 단순한 비교보다는 재해로 말미암아 비로소 발현된 증상이 있고 그 증상에 관하여 최소한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요양이 필요한지에 따라서 그 지급 여부나 범위가 결정되어야 한다. 요양급여의 범위는 진찰 및 검사, 약제 또는 진료재료와 의지(義肢) 그 밖의 보조기의 지급, 처치, 수술, 그 밖의 치료, 재활치료, 입원, 간호 및 간병, 이송 등에 미친다(제40조 제4항).

 

(3) 업무상 재해 및 요양급여 수급권자의 법리 검토

현행 산업보험법상 업무상 재해는 업무상의 사유로 근로자에게 재해가 발생할 것, 즉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있을 것만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 이것과 관련해 참고의 판례로서 최근 대법원 판결에 의하면, 산재보험법상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인정 여부(적극) 사건에서 “산재보험법 제5조 제1호에서 정한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사망’으로 인정하려면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하면서, “하지만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하며,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 질병이나 기존 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증명이 있는 경우에 포함된다.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과의 인과관계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나아가 “1차 재해가 업무와 상당인과관계 있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면, 그 후에 발생한 2차 재해는 1차 재해가 자연발생적으로 악화되어 발생될 가능성이 많고, 만약 사정이 그러하다면 2차 재해도 업무에 기인한 업무상 재해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폭넓게 인정한다고 판단하였다.

이와 관련해 산재보험법의 해석상 임신한 여성 근로자에게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태아의 건강손상’은 여성 근로자의 노동능력에 미치는 영향 정도와 관계없이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것은 산재보험법이 ‘근로자 자신’에 대한 업무상 재해만을 규율하고 있어 엄격하게 법해석을 할 수도 있지만, 헌법상의 국가의 여성근로자의 특별한 보호와 모성의 보호 의무를 확인하면서, 국가의 적극적 책무의 범위를 여성의 직업 수행의 영역에까지 확장했다. 이에 따라 산재보험제도의 적용범위를 확대해 근로자 자신이 아닌 ‘태아’에게 질병이 발생한 것도 여성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특징이 있다. 이것은 사업주로 하여금 막중한 보상비용을 부담하지 않게 한다는 점에서 사업주에게도 바람직하다고 보았다.

또한, 이번 대상판결은 “질병의 발병 시점이나 보험급여의 지급 시점에 재해자 또는 수급권자가 여전히 근로자일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지 않다”고 판시하고, 이에 따라 출산으로 모체와 태아의 인격이 분리된다는 사정만으로 그 전까지 업무상 재해였던 것이 이제는 업무상 재해가 아닌 것으로 변모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여성 근로자의 출산으로 모체와 태아가 분리되는 경우에, 업무상 재해로 보험급여를 수급할 수 있는 법률관계가 성립한 이상 이후 근로자가 퇴직 등으로 근로자 지위에 있지 않게 되더라도 여전히 요양급여를 청구할 수 있는 것처럼, 여성 근로자가 태아의 선천성 심장질환에 따른 요양급여를 수급할 수 있는 법률관계가 이미 성립되었다면 출산한 이후에도 여성 근로자는 요양급여를 청구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여성 근로자는 출산 이후에도 모체에서 분리되어 태어난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 등에 관하여 요양급여를 수급할 수 있는 권리를 상실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4) 대상판결의 의의

이번 대법원의 대상판결은 ‘태아의 건강손상’ 또는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에 관하여 원고들(母, 여성 근로자, 간호사)의 업무상 재해로 포섭할 수 없어 산재보험법상 요양급여의 수급권자가 될 수 없다고 본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한 사례이다. 대상판결의 의의는 ‘태아의 건강손상 또는 출산아의 선천성 질환’이 산재보험법상의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포함되는지 여부(적극)에 관한 최초의 판례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또한, 산재보험제도를 통하여 근로자의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는 경우로 확대해, 원고들(母, 여성 근로자, 간호사)에게 산재보험법상 요양급여의 수급권자가 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모쪼록 이번 대법원의 판결을 통하여 헌법에서 규정하는 생존권적 기본권, 모성보호 및 여성 근로의 특별 보호가 모든 근로자에게 보장되며, 존중받고 안전한 근로 환경의 조성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