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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서평 - 마흔! 나는 나로 살고 있는가?

작성자 관리자 | 날짜 2021.08.23

마흔! 나는 나로 살고 있는가?

마흔앓이 크리스토퍼 포레 지음/ 김성희, 한상철 옮김 MID 2013

 


 

가 세상에 나왔을 때 나는 이 세상의 모습을 알지 못했다. 스스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도저히 가늠하지 못했다. 이때 구세주가 있었다. 그들은 부모님이다. 그들은 나의 삶을 설계하고 길을 놓았다. 나는 그 길만이 유일한 길이며 마치 정답처럼 이해하고 그 길을 따라 살았다. 나는 부모님의 설계도에 따라 성격과 습관, 태도가 형성되어 이를 그대로 사용하였을 뿐이다. 어른이 된 나는 부모님이 투사-뉴된 또 다른 부모의 모습이다. 그렇게 중년의 한 켠에 진입했다. 어느 날 내가 사용한 삶의 기재인 습관과 태도, 세상에 대한 인식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구석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살아온 모습은 진정 나인가? 가정과 사회생활에서 맡은 역할로 나를 표현하지 않으면 나를 어떻게 드러낼까를 고민한다. 나로 살아왔다고 여겼는데 실재하는 내가 없음을 느낀다. 삶의 인식은 사회생활과 경제적 여건이 어려워 질 때 증폭되어 나타난다. 때로 분노가 폭발할 지경으로 쌓이기도 한다. 건강에 이상 신호가 오면 이보다 확실한 자각은 없다. 중년에 진입한 누구나 겪는 이 현상은 오늘날 세상살이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방증한다. 끊임없이 발전을 거듭했다고 하는 세상의 환경에 우리 개인은 무한 경쟁과 적응을 강요받았다. 삶이란 지치지 않고 넘어지지 않고 견디어 버텨내면 그 이상의 무게로 나를 짓누른다. 어느 순간 그 한계를 느낀다. 그러나 이제부터 살아 내야 할 인생의 길이도 만만찮다.

 

늘의 책은 「마흔앓이」 다. 저자인 정신분석가 크리스토퍼 포레는 이 책이 마흔앓이로 시작되는 중년의 심리를 분석하고 치유하는 것을 도우며 풍성한 삶과 새로운 가능성을 향한 첫발을 내 딛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그가 던지는 질문이 있다. ‘마흔앓이’의 시작을 그 질문에 답하는 것에서 출발해 보자. 중년인 지금 일어나고 있는 신체적 변화를 어떤 감정으로 받아 들이는가? 변함없이 친밀한 부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가? 자녀가 독립하게 될 때 어떤 마음이 들까? 부모에게 어떤 기대를 하고 있는가? 현재의 직장 생활에 권태감을 느끼지는 않는가? 어떤 새로운 변화에 대한 갈망이 느껴지는가? 사실 부드러운 질문의 표현은 잘못 되었다. 우리는 마흔의 중년을 맞이하면서 회한과 절망 그리고 탄식 속에 눈물을 흘려야한다. 한마디로 중년은 위기로 시작한다. 책에서는 ‘중년의 위기’란 용어를 캐나다 심리학자 엘리엇 자크가 1965년 열린 정신분석 국제 심포지움에서 처음 사용했다고 소개했다. ‘중년의 위기’란 용어는 그 후 미국 예일 대학 다니엘 레빈슨 박사와 UCLA대학 로저 굴드 박사가 재 인용했고, 그들은 중년의 위기를 ‘40~50대 나이의 사람들이 죽음을 의식하면서 돌연 엄습하는 심리적이고 실존적인 위기’라고 정의 했다고 적었다. 또 코넬 대학의 일레인 웰링턴 교수는 ‘중년의 위기란 사실 성인의 삶중 어느 한 시점에서 일어나는 부정적인 사실들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중년의 위기를 정신분석가인 제임스 홀리스 James Hollis는 책 「내가 누군지도 모른채 마흔이 되었다」 에서 ‘중간항로’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 번역서의 원래 제목이 「중간항로 Middle Passage」 다. 제임스 홀리스는 ‘중간 항로에 들어서면 우리는 마음에 지진이 일어난다. 사고방식이 바뀐다. 거짓된 자기를 죽인다. 투사를 거둬들인다. 끝없을 것 같았던 여름이 지나간다. 희망을 줄인다. 우울, 불안, 신경증을 겪는다’고 했다.

 

리스토퍼 포레는 중년의 위기를 다급함과 혼란 그리고 두려움까지 동반한 내적 감정을 뜻하며,이것은 얼마 남지 않은 한정된 삶을 의식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중년의 위기가 숙명은 아닐지라도 마흔을 넘어가면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분명하다고 표현 했다. 저자는 궁극적으로 중년의 위기가 변화는 분명하지만 위기는 아니며 성장과정이라고 강조한다. 나는 중년 또는 나이 40~50 사이에서 겪는 삶의 인식은 지난 삶에 대한 자각이고,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은 인생을 내다 본 결과라고 본다. 이제부터 나의 삶을 살겠다는 각오이며, 스스로 내가 누구인지 탐색한 대로 살아가겠다는 다짐이다.

 

년의 위기가 성장과정이라면, 그 위기를 충분히 앓아야 한다. 아픈 만큼 성장한다는 말은 사실이다. 다만, 미리 알고 있으면 좋은 내용은 살펴두어야 한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본격적인 마흔앓이는 진짜 나를 찾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왜 그럴까? 인생 전반기가 진정한 나로 살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생 전반기에 대해 ‘마음 속 목표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고, 환심을 사는 것으로 정해 두어서 세상이 요구하는 것에 자신을 굴복시키고 순종해야 했다’고 적었다. 한마디로 나 자신의 모습으로 살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우선 이를 인식하고, 자기와 마주보아야 한다. 그러면 자기 이면에 숨겨져 왔던 본래의 인격이 나타나고 인격의 부정적 측면과 긍정적 측면을 바로 보게 된다. 이때 보여지는 모습을 그대로 받아 들이면서 자기 속 가면을 벗어버리고, 자신에게 더욱 진실해지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저자가 주장하는 마흔앓이의 핵심은 자기 자신과 마주하기란 점을 거듭 강조해 둔다. 마주하기에는 거울 속 나의 알몸을 들여다보며 나의 몸 상태와 마주하기, 중년의 부부 사이를 각자의 관점에서 마주하기, 노쇠해 지는 부모의 모습과 마주하기, 품을 떠나려는 자녀들과 관계 설정을 위한 마주하기, 가족과 사회 관계망에서 홀로 되지 않도록 관계 속의 나와 마주하기, 적극적으로 삶을 주도하기 위한 나의 진정한 모습과 마주하기가 포함된다. 마흔 앓이란 앓는 것도아픈 것도 결국 나 자신이며, 나를 치유 할 수 있는 것 역시 온전히 내 몫이다. 마흔 앓이를 잘하고 난 중년의 삶은 이전과 완전히 다르다. 온전히 자신이 중심이 된 삶이다. 관점이 자신에게로 완전히 바뀐 삶이다. 나는 중년을 배우고 공부하면서 중년을 어떻게 재 설정하고 실천하느냐가 100세 인생을 좌우한다는데 천착하였다. 그것을 ‘인생의 중년이 노년에게 시비를 걸다’라는 짧은 문구로 정리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노년이 길어서 100살까지 사는 게 아니다. 중년이 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100살까지 산다. 제2의 사춘기와 철학을 끼고 야금야금 땅을 넓혀온 중년! 가장 큰 공을 세운 놈이 큰 소리 치는 법, 중년이 터널을 뚫었으니 노년이 있는 것이다. ‘지금도 계속 땅을 넓혀 가고 있다’고 인생의 중년이 노년에게 시비를 건다.”

 

러분의 중년은 어떻게 시작하였는가? 마흔앓이는 사실 누구나 겪는 일이다. 인생의 중간 지점에서 혼란을 겪거나, 마흔이 되어 왠지 마음이 불안하고 허전하거나, 중년의 심리가 궁금하거나. 마흔이지나 갑자기 눈물이 나거나, 중년에 닥친 위기 대처방안이 필요하다면, 이 책으로 자신을 마주대하는 것에서 중년을 적극적으로 맞이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