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Notice

이달의 포커스 - 특별기고 - 부당노동행위의 범죄화 및 형사처벌주의는 최적의 선택인가?

작성자 관리자 | 날짜 2021.08.26

부당노동행위의 범죄화 및

형사처벌주의는 최적의 선택인가?

 

김희성(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는 신의에 따라 성실히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여야 하며 그 권한을 남용해서는 아니 되며(노조법 제30조 1항), 정당한 이유없이 교섭 또는 단체협약의 체결을 거부하거나 해태해서는 아니된다(동조 2항). 동 규정은 노사 양측에 대하여 성실교섭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원래 구법에서는 사용자에 대해서만 성실교섭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부당노동행위로 처벌하였으나(구노조법 제33조 5항, 제39조 3호), 현행법에서는 사용자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성실교섭의무를 부과함으로써 노사가 자율과 책임을 기초로 성실하게 교섭이 이루어지도록 하였다.

그런데, 사용자의 성실교섭의무를 위반하는 행위는 부당노동행위로서 처벌되는 데 반하여(노조법 제81조 3호), 노동조합의 성실교섭의무위반에 대하여는 아무런 벌칙을 두고 있지 않다. 다시 말하면 부당노동행위의 주체는 사용자만으로 규정되어 있어 노동조합이 부당노동행위를 하여도 아무런 구제나 이를 정상화하기 위한 제도는 없는 반면에 사용자는 부당노동행위를 하면 정상화하기 위한 조치만 아니라 처벌까지 받는 법 · 제도적 현실로 인하여 노사 간의 실질적 대등성은 완전히 상실되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따라서 노사관계의 공정성 그리고 노사간의 실질적 대등성 확보를 위해서는 부당노동행위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 노동조합들이 부당노동행위제도의 본래 취지와는 무관하게 노조법 제81조 위반에 대한 처벌조항을 사용자를 압박하는 도구로서 활용해왔다는 점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노동조합이 설립된 이후 단체교섭이 개시되기 이전에 사용자를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하여 기선제압 또는 압박수단으로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처벌조항을 활용하는 모습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문제점은 부당노동행위 금지규정에 대한 처벌조항을 폐지하는 것만으로도 상당부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부당노동행위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방법으로써, 부당노동행위 처벌조항의 폐지를 적극적으로 논의해보아야 할 시점이다.

오늘날 모든 헌법의 핵심적인 문제는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이익 사이의 긴장관계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 그리고 양 법익간의 균형 상태를 발견하는 제도와 절차를 마련하는 문제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공정한 노사관계의 질서유지와 형성을 위해 행정적 구제 외에 사법적 구제를 규정하고 있는 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은 헌법적 정당성을 가지고 있는가? 다시 말해서 노사관계의 질서회복을 통한 근로3권을 보호하기 위해 행정적 구제수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별개로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형사처벌을 요청하는 것이 ‘지나친(=과잉)’ 입법은 아닌가라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부당노동행위를 금지하고 이에 대해 형사처벌하는 규정이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우선 침해의 최소성에 대한 판단은 첫째, 입법목적의 실현을 위하여 동등하게 적합한 또는 동일하게 효과적인 여러 수단에 대한 확인이 있어야 하며(동일한 적합성), 둘째, 개별 수단의 기본권제한 효과를 서로 비교하여 행위자에게 가장 부담이 적은 수단인지(최소 침해)를 판단해야 한다. 형사처벌조항이 침해의 최소성을 충족하였는지의 판단해 보면,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처벌조항은 각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규제와 구제절차 등의 안전장치의 확인없이 곧바로 형벌의 처벌대상으로 삼고 있으므로 동일한 적합성이라는 침해의 최소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징역형의 경우 신제의 자유라는 관련 기본권을 제한하는 정도가 구제제도와 같은 다른 수단들에 비하여 매우 중대하고 심각하여 침해의 최소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처벌조항이 벌금형뿐만 아니라 징역형까지 규정한 것은 사용자의 신체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이고 이는 노사 간의 자율적 협상을 오히려 타율적으로 강요하는 것이 되므로 헌법 제10조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의 하나인 사적자치의 원칙을 제한하는 것으로서 과잉금지원칙의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반한다. 다음으로 법익의 균형성은 기본권 제한에 의해 보호하려는 공익과 침해되는 사익을 비교형량하여 양자 간에 합리적인 균형이 유지되어야 함을 말한다. 즉 부당노동행위제도가 추구하는 목적과 형사제재에 의한 개인의 자유권적 기본권 침해와의 균형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그러나 법익교량을 위한 합리적이고 구속력 있는 척도가 없기 때문에 법익교량은 구체적인 상황에서 상대적인 중요성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다. 한편, 형사입법의 영역에서 균형성원칙의 본질적인 고려대상은 책임원칙 및 비례원칙이라 할 수 있다. 부당노동행위를 규정한 노조법 제81조의 각 구성요건이 범죄와 형벌 사이의 비례원칙에 위배된다. 이처럼 형법의 기본원리인 책임주의 및 비례원칙에 위반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형벌투입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개인의 기본권 침해가 노사관계질서 확립 및 근로3권 보장이라는 공익과 비교형량하여 결코 그 양과 질이 적다고 할 수는 없다. 즉 형법의 기본원리를 준수하지 못한 법률에 의해 침해되는 개인의 기본권(사익) 보다 더 큰 공익은 존재할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부당노동행위제도는 원래 취지와는 달리 법률에 의해 노동조합이 과보호되고 있는 나머지 오히려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즉, 부당노동행위제도가 헌법상 보장된 근로3권 실현을 위하여 이에 위반되는 사용자의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노사관계질서의 회복, 즉 궁극적 목적은 침해된 권리나 지위의 원상회복이라는 점, 동 제도가 기본권 제한의 헌법적 원칙인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고 있다는 점, 마지막으로 부당노동행위제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판단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 등이다.

노사관계에 있어 부당노동행위 자체를 범죄화하여 그 행위자를 형사처벌해야 하는지, 과연 이러한 규율방식이 우리 노사관계 질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게 하는 방법인지 고민해보아야 한다. 부당노동행위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방법으로서 부당노동행위의 범죄화 및 형사처벌주의가 최적의 선택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깊은 성찰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나라 노동시장 및 경제사회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서도 노사 자율과 책임에 기반한 노사관계의 안정이 그 어느 때보다도 요구되는 시점이다. 따라서 현재의 집단적 노사관계에 있어서 불안정적인 부분은 어디인지, 그리고 노사관계의 균형성을 저해하는 부분은 어디인지를 명확히 진단하여,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사의 기본권이 조화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집단적 노사관계의 개선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노사 당사자 모두의 권리남용을 방지하고 노사가 다같이 자율과 책임을 기초로 한 합리적인 노사관계 구축을 위하여 노력하도록 법 · 제도적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부당노동행위제도의 개선이 필요한데, 구체적인 개선방향으로는 노조의 부당노동행위 신설, 부당노동행위 처벌조항삭제가 그것이다. 즉 사용자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부당노동행위제도를 동일하게 적용함으로써, 노사 당사자 모두의 권리남용을 방지하고 노사가 다 같이 자율과 책임을 기초로 한 합리적인 노사관계 구축을 위하여 노력하도록 법, 제도적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