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Notice

이달의 포커스 - 최신판례해설

작성자 관리자 | 날짜 2021.09.16

기아자동차/현대자동차 사건

- 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6다248998 전원합의체 판결 -

이승길교수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쟁점 : 단체협약의 산재유족 '특별채용' 규정에 따른 고용계약 요구가 유효

 

<대상판결>

기아자동차/현대자동차 사건(대법원 2020.8.27. 선고 2016다248998 전원합의체 판결, 손해배상 등 (자) 파기환송)

 

1. 사안의 개요

(1) 망인은 1985년 2월 1일 피고 '기아자동차'(소하리공장 및 시화연구소)에 입사해 근무하다가, 2008년 2월경 피고 '현대자동차'(남양연구소)로 전적(轉籍)해간이금형공정중 금형세척작업을 수행했는데, 그 직후 '백혈병(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진단받아 투병하던중 2010년 7월 19일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2) 망인의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법'이라 한다)상 유족급여 등을 신청했고, '근로복지공단'은 2013년 망인의 질병이 피고 기아자동차에서 근무할 당시 벤젠에 노출된 영향으로 보아 산재법상 '업무상 질병'이라고 판정했다. 그리고 망인의 배우자 등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유족급여(평균임금의 1300일분) 등을 받았다.

(3) 피고 기아자동차와 노동조합이 체결한 단체협약 제27조(우선 및 특별채용) 제2항은 "업무상 재해로인한 '사망과 6급 이상 장해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에 대하여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요청일로부터 6개월 내 특별채용하도록 한다"고 규정했고, 피고 현대자동차가 노동조합과 체결한 단체협약 제97조(우선채용)는 "회사는 조합원이 업무상 사망했거나 6급 이상의 장해로 퇴직할 시 직계가족 또는 배우자 중 1인에 대해 결격사유가 없는 한 요청일로부터 6개월 이내 특별채용하도록 한다"고 규정했다(이하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

(4) 그 이후 원고들은 망인의 자녀들인데, 원고 1(자녀 1인)은 위의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에 따라 주위적으로 피고 기아자동차를, 예비적으로 피고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채용계약 청약에 대한 승낙의 의사표시를 청구하는 소송(유족고용의무 이행청구소송)을 제기했다(손해배상 등). 피고회사들은 단체협약규정은 회사의 인사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내용으로서 단체협약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사항을 약정한 것이므로, 단체협약 규정은 무효라고 주장하였다.

 

2. 관련 법령

■ 헌법 제33조 제1항;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 노조법 제2조(정의) 제4호 본문 : "노동조합"이라 함은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근로조건의 유지 · 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 · 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 또는 그 연합단체를 말한다.

■ 노조법 제29조(교섭권· 체결권한) 제1항 :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그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다.

■ 민법 제103조(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

 

3. 소송 경과

(특별채용 청구 부분 1심, 2심 '기각'

(1) 제1심(서울중앙지방법원) : (원고 청구) 기각

-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민법 제103조에 의해 효력이 없다.

(2) 원심(서울고등법원) : 항소기각(제1심판단 유지)

- 특히, 단체협약상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사회질서를 위배하는 고용세습조항'이라고 지적하였다.

(3) 대법원 : 원심의 파기환송

 

4. 사건의 쟁점과 대법원 판결의 요지

□ 산재 유족 중 1인을 단체협약상 특별채용 조항이 민법 제103조의 무효 여부

(1) 다수의견(11명) :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지 않음' - 파기환송

1) 법리

▶ (단체협약의 법원의 후견적 개입 한계) 단체협약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단체협약이 헌법이 직접 보장하는 기본권인 단체교섭권의 행사에 따른 것이자 헌법이 제도적으로 보장한 노사의 협약자치의 결과물이라는 점 및 노동조합법에 의해 그 이행이 특별히 강제되는 점 등을 고려해 법원의 후견적 개입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 (민법 제103조의 무효 구체적인 판단기준) 사용자가 노동조합과의 단체교섭에 따라 업무상 재해로 인한 사망 등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조합원의 직계가족 등을 채용하기로 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한 경우, 이러한 단체협약이 사용자의 채용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정도에 이르거나 채용 기회의 공정성을 현저히 해하는 결과를 초래해 민법 제103조에 의해 무효가 되는지 여부는 단체협약을 체결한 이유나 경위, 그와 같은 단체협약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과 수단의 적합성, 채용대상자가 갖추어야 할 요건의 유무와 내용, 사업장내 동종 취업규칙 유무, 단체협약의 유지 기간과 그 준수 여부, 단체협약이 규정한 채용의 형태와 단체협약에 따라 채용되는 근로자의 수 등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용자의 일반 채용에 미치는 영향과 구직희망자들에 미치는 불이익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

 

2) 판단

▶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업무상 재해에 대해 추가적인 보상을 정한 것으로 중요한 근로조건에 해당한다. 노사는 양측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을 단체협약에 포함시킨 것으로 보인다.

▶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소중한 목숨을 잃어버린 근로자의 특별한 희생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고, 가족 생계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사회적 약자를 보호 또는 배려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규정으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 실질적 공정을 달성하는 데 기여한다. '정년퇴직자 및 장기근속자의 자녀'를 특별채용하거나 우선채용하는 합의와는 다르다.

▶ 전몰군경의 유가족, 유공자 또는 그 가족 등에 대한 고용의무를 정하거나 이들에 대한 취업을 지원하는 내용의 규정이 담긴 법률(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 5·18민주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 보훈보상대상자 지원에 관한 법률, 특수임무유공자 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 등)이 제정되어 있다. 이와 같이 특정한 범위의 사람에게 보상과 보호의 목적으로 채용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법질서가 예정한 수단에 해당한다.

▶ 피고들은 자신의 의사에 따라 이 사건 산재 유족특별채용 조항에 합의했고, 장기간 지속적으로 유족을 채용해 왔다.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결격사유가 없는 근로자로 채용 대상을 한정하고 있기도 한다. 이런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들의 채용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한된다고 볼 수 없다.

▶ 유족은 공개경쟁 채용 절차에서 우선채용되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절차에서 특별채용된다. 피고들의 사업 규모가 매우 크고 근로자 숫자도 많은 반면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에 따라 채용된 유족의 숫자는 매우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특별채용이 피고들에 대한 구직희망자들의 채용 기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

▶ 노사는 1990년대부터 자율적으로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을 단체협약에 포함시켜 왔다. 헌법 제33조에 의해 인정되는 협약자치의 관점에서도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을 유효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2) 반대의견(2명, 대법관 이기택, 민유숙) : 산재 유족특별채용 조항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됨'- 상고기각

▶ 반대의견은 업무상 재해에 대한 유족의 보호 필요성을 부정하거나 보상을 축소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보호의 방식이 구직희망자라는 제3자의 희생을 기반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이다.

▶ 피고들에 대한 구직희망자들은 능력이나 자격을 갖추면 공평한 절차를 통해 채용될 수 있다는 정당한 신뢰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고용정책기본법이나 직업안정법도 채용 과정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 피고들은 공정한 방식으로 채용절차를 수행할 사회적 책임을 부담한다.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조항은 그러한 책임을 저버리고 구직희망자들의 지위를 거래의 대상으로 삼은 것과 다를 바 없다.

▶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보상이나 보호의 측면에서 보아도 부적절하고 불공평하다. 나이가 많은 직계존속이나 배우자, 신체적 결격 사유가 있는 유족은 특별채용의 혜택을 받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직계비속이 특별채용의 혜택을 받게 될 것인데, '비혼 1인 가구'나 '직계비속을 두지 않는 부부'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도 맞지 않다.

▶ 이와 같이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기업의 필요성이나 업무능력과 무관한 채용기준을 설정해 '일자리를 대물림'함으로써 구직희망자들을 차별하는 합의로, 공정한 채용에 관한 정의 관념과 법질서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3) 결론: 파기환송

▶ 원심은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협약자치의 원칙'과 '민법 제103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 대법원(전합)은 다수 의견에 따라 원심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환송한다.

 

5. 대법원 대상판결의 검토

대상판결은 망인이 A회사(기아자동차)에 근무하다가 B회사(현대자동차)로 전적한 후 업무상 질병(백혈병)으로 사망한 사례이다. 이에 A회사 산재근로자(망인)의 유족(자녀) 1명인 원고가 주위적으로 A회사에게, 예비적으로 B회사에게 피고로 고용계약 체결의 청약에 대해 승낙의 의사표시를 청구하였다. 대법원(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대법관 김상환(주심))은 2020. 8. 27. 전원합의체에서 두 회사 모두 각각 노동조합 간에 '업무상 재해로 조합원이 사망시 직계가족 등 1인을 특별채용한다'고 규정한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민법 제103조'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지 않아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위와 달리 '무효'라고 판단한 서울고등법원의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결국 회사 승소한 원심을 파기환송해 원고(망인의 자녀)의 손을 들어줬다.

 

(2) 산재유족 특별채용 단체협약 규정과 사회질서

1) 단체협약상 특별채용의 배경

종전부터 대기업(공기업)에서는 장기근속한 자 또는 조합원 자녀의 채용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 우대하거나 업무상 재해를 당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및 배우자를 고용하는 단체협약에 우선채용 · 특별채용조항을 명시해 왔다. 최근 청년층의 취업률이 저조하고, 대기업의 채용은 하늘에서 별따기처럼 어려운 현실과, 특히 공기업의 채용비리 사건 등의 사회문제와 관련해 단체협약상 고용조항에 관한 '고용세습 또는 현대판 음서제' 등으로 노동조합의 활동을 비판하는 움직임이 확산되었다. 노동조합의 고용세습 및 우선 · 특별채용의 요구 등의 권한남용은 노동법제도의 불공정한 모습이 중요한 원인의 하나이다.

단체협약의 법적 성질에 관한 다양한 논의가 있다. 하지만, 단체협약이 기본적으로 근로자와 사용자의 집단적 계약으로서의 성질을 보유하고 있다. 단체협약이 하나의 계약인 이상 법률행위에 관한 민법 규정이 적용되며, 대법원도 이러한 전제에서 단체협약의 내용이 강행법규나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경우 민법 제103조에 따라 무효라고 보고 있다.

특별채용이 단체협약의 대상인지와 관련해, 실제 사건에서는 특별채용 단체협약조항이 민법 제103조 위반인지를 주로 다투고 있다. 물론,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사항은 노사가 합의해도 법률상 무효이다. 그런데 대상판결에서 (i)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보상, (ii) 민법상의 손해배상에 추가해 다시금 (iii)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근로자의 유족에게 취업까지 보장해주어야 하는가라는 점에서 사안의 특수성이 있다. 특히, 단체협약상 산재유족의 특별채용 조항이 단체교섭의 대상 여부인지가 쟁점이 된다.

 

2) 산재유족 특별채용 단체협약이 사회질서 위배 여부

먼저 원심 판결에서는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다. 즉 "단체협약은 그 내용이 강행법규나 사회질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단체협약으로서의 효력을 가진다(대법원 2014.3.27. 선고 2011두20406판결). 따라서 단체협약의 체결이 사적 자치의 영역에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이 민법 제103조 소정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 이때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로 되는 반사회질서 행위는 법률행위의 목적인 권리의무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그 내용 자체는 반사회질서적인 것이 아니라고 하여도 법률적으로 이를 강제하거나 법률행위에 반사회질서적인 조건 또는 금전적인 대가가 결부됨으로써 반사회질서적 성질을 띠게 되는 경우 및 표시되거나 상대방에게 알려진 법률행위의 동기가 반사회질서적인 경우 등을 포함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5.7.23. 선고 2015다200111 전원합의체 판결). 이 사건 단체협약에서는 조합원이 업무상 재해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 직계가족 1인을 요청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특별채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략)··· 이 사건 단체협약규정의 취지는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근로자 유족의 생계보장을 위한 것으로서 일응 그 타당성이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은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조합원의 유족에게 생계보장이 필요한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따지지 아니한 채 일률적으로 사용자에게 직계가족 1인에 대한 채용의무를 부과할 뿐만 아니라, 그 요건에 관하여 살펴보더라도 직계가족 1인에게 결격사유가 존재하지 아니하는 한 근로자의 능력적 측면에서는 어떠한 요건도 요구하지 아니한 채 곧바로 채용의무를 부과함으로써 과도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설령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과 같은 규정을 두게 되더라도, 재능과 노력 이외의 것으로 취업할 수 있는 길은 사회구성원의 충분한 합의 후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요건 설정을 통하여 예외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것이고, 단체협약 규정의 하나에 의하여 무제한적으로 인정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다수의견)은 위의 원심 판결과 달리 (i) 위 법리에 따라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중요한 근로조건에 해당하고, 노사 양측이 이해관계에 따라 '단체협약'에 포함시킨 점, (ii) 근로자의 희생에 대한 보상이나 유족 보호를 목적으로 하고, 특별채용이 이러한 목적 달성에 적합하다는 점, (iii) 피고들의 채용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한된다고 보기 어려운 점, (iv)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에 따라 채용된 유족의 숫자가 많지 않아 구직희망자들의 채용 기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근거로 민법 제103조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이와 달리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무효라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했다.

 

3) 고용정책기본법 개정안 추진 등

지난 2015년인가에 고용정책기본법 개정안에 따르면, 제안이유로서 최근 고용노동부와 한국노동연구원의 단체협약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상당수 기업의 단체협약에 정년 퇴직자 등의 배우자나 직계 자녀의 특별채용이나 우선채용을 보장하는 이른바 '고용세습' 조항이 있음이 밝혀져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러한 '고용세습' 조항은 해당 사업장에 근로를 희망하는 취업 지원자의 평등권 및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의 공정한 경쟁 질서를 저해할 수도 있다. 이에 개정안은 고용세습 조항의 금지를 통해 취업희망 근로자에게 공평한 고용 기회를 보장하는 내용이다. 현재 고용정책 기본법 제7조에서는 "합리적인 이유없이 성별, 신앙, 연령, 신체조건,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학력, 출신학교, 혼인 · 임신 또는 병력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데, 개정안은 부모, 배우자, 자녀 또는 형제자매 등 가족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해당 사업장에서 근로하거나 근로하였던 것을 이유 등 인적 연고(緣故)를 이용한 '우선채용' 또는 '특별채용'을 아울러 '차별'로 정의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입법개정안 검토보고서'에서도 "이는 음서제 논란으로까지 비화된 고용세습현상을 방지하고 신종· 변칙적인 차별형태를 금지하는 취지에서는 적절하다고 보인다"고 평가하였다.

 

4) 노동조합의 존재 의의

또한, 하급심 판결을 읽으면서, 특별·우선채용 규정이 민법 제103조 소정의 '사회질서'에 부합하는지에 관해 판결문에서 제시한 내용 중에는 '노동조합의 존재 의의'과 관련한 논거로서 제시한 문장이 대법원의 입장과는 다르지만 기억에 남는다. 즉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유족의 채용을 확정하도록 단체협약을 통해 제도화하는 방식은 사실상 일자리를 물려주는 결과를 낳아 우리 사회의 정의 관념에 배치되며 다수의 취업희망자들을 좌절케 한다. 경쟁 없는 채용으로 사라진 하나의 일자리는 누군가가 뼈를 깎는 인내와 단련으로 실력을 키워 차지하려 했던 것이다. 줄어든 일자리 하나가 구직자 일반을 좌절시킨다면 당사자가 합의하였다고 하여 사적 자치의 문제로만 그칠 수 없으며, <중략> 지금은 일자리가 넘쳐나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청년들의 일자리가 희소해진 근래에는 취업의 기회에 관한 한 고도로 엄격한 기준이 사회질서로 제시될 수밖에 없다. <중략> 이동과 상승을 위한 사다리가 있거나, 있다고 믿는 희망은 사회 동력의 근간이다. 그 신뢰를 해하는 것은 적어도 제도적으로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재능과 노력 외의 것으로 취업할 수 있는 길은 합리적인 근거와 함께 예외적으로 마련되어야 하며, 사기업이라고 해서 다른 이들이 손댈 수 없는 그들만의 고치(cocoon)를 구축하고서 그 안에서 서로의 이익을 거래하는 방식으로 비밀의 오솔길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가 존재한다. 근로는 보호되어야 하지만, 대를 이어 일자리를 보장하는 방식은 안 된다. 산업재해로 사망한 근로자의 유족에 대한 산재법상의 보상과 민법상의 손해배상에 더하여, 누군가가 가질 수 있었던 한 평생의 안정된 노동의 기회를 그들만의 합의로 분배해주는 일은 현재의 우리 사회가 동의할 수 있는 질서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3) 대상판결의 의의

그러나 대상판결에서는 피고들 사업장(기아자동차 및 현대자동차)의 '단체협약'에는 '산재 유족 특별채용 규정'뿐만 아니라 '정년퇴직자 및 장기근속자의 자녀'를 우선채용한다는 취지의 규정도 포함하고 있었다. 피고들 외의 다른 기업의 단체협약에도 비슷한 취지의 단체협약 규정들이 없지 않다. 단체협약에서 "회사는" 어떤 사례시 가족의 누구를 회사의 채용기준에 부합할 때 "우선 채용할 수 있다" 혹은 '우선채용을 고려할 수 있다"는 문장이 대부분이다. 과연 산업현장에서 이러한 조항이 얼마나 의미 있게 실행되는지 여부는 별도의 분석이 필요하다. 하여튼 이러한 채용 규정은 (i) '적어도 산재 유족'에게는 무효로 볼 수 없다는 입장과, (ii) '일자리 대물림' 이기에 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 양분되었다.

종국적으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다수의견)은 업무상 재해로 사망 등의 경우 조합원의 직계가족 등의 단체협약상의 '산재유족 특별채용 조항'에 한정해, 사용자의 채용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정도에 이르거나 채용 기회의 공정성을 크게 해하는 결과를 초래하면, 민법 제103조의 '무효'라고 보고, 이에 대한 판단기준을 제시했다. 이러한 판단기준에 따라 산재 유족 특별채용 단체협약 조항의 유효성을 인정했다. 향후 유사한 분쟁시 지침(가이드라인)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반대의견(2명)에서는 업무상 재해에 대한 유족의 보호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보호의 방식이 '구직희망자'라는 ' 제3자의 희생을 기반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번 대상판결의 의의는 '산재유족 특별 채용 단체협약 조항'이 민법 제103조에 의해 무효가 될 수 있는 판단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점이다. 산재유족 특별채용이 (i) 회사의 채용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거나, (ii) 피고들에 대한 구직희망자들의 채용 기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