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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컨설팅 - 인출시대의재테크 ⑤ : 은퇴생활비로 본 노후준비 전략

작성자 관리자 | 날짜 2021.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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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출시대의 재테크 ⑤:

은퇴생활비로 본 노후준비 전략

한국연금연구소 손성동 대표

 

 

우리가 애써 번 돈을 지금 당장 쓰지 않고 모으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공통적인 것은 지금 현재의 소비와 미래의 소비 간에 균형을 취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소비생활이 들쑥날쑥하면 그만큼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노후준비에 많은 에너지를 쏟는 것도 현역시절과 은퇴시절의 소비생활에 균형을 잡기 위한 잠재적 욕망의 발로이다. 이런 욕망을 효율적으로 충족하기 위해서는 은퇴 이후의 생활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은퇴 이후의 생활비는 크게 본원적 생활비(essential expenses)와 비본원적 생활비(nonessential expenses)로 구분할 수 있다. 본원적 생활비는 의식주 비용이나 공공요금, 의료비 등에 지출되는 비용이다. 이 비용을 충당하지 못한 사람의 노후는 비참하기 그지없다. 최소한의 인간다움을 추구할 수 있는 마지노선인 셈이다. 이 비용에 충당할 소득은 안정적이어야 한다. 평균적으로는 소득이 많더라도 소득의 등락이 심하면 소위 말해 굶주림과 포식을 되풀이하거나 편안함과 불편함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본원적 생활비에 충당할 소득은 공적제도나 공사연금제도를 통해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어야 한다.

비본원적 생활비는 여행, 외식비,오락 등에 소요되는 비용을 말한다. 이런 비용이 없으면 삶이 건조할 수는 있어도 생존의 위협을 느끼지는 않는다. 여행 · 외식 오락은 일상이 될 때보다는 간혹 할 때 그 별미가 큰 법이다. 따라서 이런 것에 필요한 비용은 안정적이지 못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다. 이런 용도로 준비한 자산에서 나오는 소득흐름은 다소 들쑥날쑥해도 상관없다는 말이다. 오히려 기대수익을 높이는 전략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수익이 높을 때 그동안 억눌려온 욕망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본원적 생활비에 충당할 소득은 어느 정도 위험이 있는 자산으로부터 조달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

본원적 생활비와 비본원적 생활비로 어느 정도 할당하면 좋을까. 그에 따라 노후준비 전략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이는 중요한 요소다. 미래의 일이니 정확한 예측은 어렵겠지만, 현재 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들여다보면 어느 정도는 정확하게 유추해볼 수 있다. 국민노후생활보장패널조사 데이터에서 현재 은퇴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1,604개 은퇴가구의 지출구조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은퇴자 가구의 총지출액은 연 2,129만원이고 월로는 176.7만원이었다. 이 자료를 기초로 본원적 생활비와 비본원적 생활비로 구분해 살펴본 결과 현재 은퇴자들은 본원적 생활비로 총지출액의 60%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기간이 길어질수록 본원적 생활비의 비중은 점점 높아졌다(<표> 참조).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것은 지금의 은퇴자들은 사용할 돈이 부족해 현재의 삶을 살고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만일 그렇다면 지금 은퇴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본보기로는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지금 현역세대의 대다수는 보다 활동적인 노후를 꿈꾼다. 이를 위해서는 비본원적 생활비 비중이 현재의 은퇴자 가구보다 더 높아야 한다. 노후준비 자산이 충분한 사람들은 별 문제가 없겠지만 스스로 생각하기에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라면 전략과 방법을 바꿀 필요가 있다. 전략적으로는 현재보다 기대수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수정하고, 방법적으로는 위험자산 비중을 높이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고수익을 노리고 묻지마식 투자는 정말 곤란하다. 정교한 설계에 바탕을 둔 투자여야 한다. 현재 은퇴생활을 하고 있는 가구의 본원적 생활비와 비본원적 생활비 비중은 지금의 우리에게 전략과 방법을 재검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표> 은퇴기간별 은퇴자 가구의 본원적 생활비 비중 추정

 

표-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