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Notice

이달의 포커스 - 특별기고1(노사관계 균형 회복을 위한 노동조합법 보완입법이 시급하다.)

작성자 관리자 | 날짜 2021.11.05

노사관계 균형 회복을 위한

노동조합법 보완입법이

시급하다.

 

장정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

 

 

1. 들어가면서

우리나라는 주요국들에 비해 노사간 힘의 균형이 노조측으로 크게 기울어진 지형이며, 이로 인해 오랜 기간 갈등적· 투쟁적인 노사관계 구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9년 WEF 조사에서 우리나라의 노사협력 순위는 조사대상 141개국 중 130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해 12월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조법이 개정되었다. 경영계는 ILO 핵심협약비준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국내 노사관계의 특수성과 노사간 힘의 균형을 고려해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한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적극적으로 개진했으나, 노동계의 단결권만 더욱 강화되어 향후 노사관계의 건전한 발전이 저해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2. 개정 노조법의 문제점

이러한 우려의 시각은 노조법 개정을 위한 논의단계부터 제기되어 왔다. 지난 2018년 7월부터 2019년 5월까지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노조법 개정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경사노위「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공익위원들은 일방적으로 공익위원안을 발표했다. 공익위원안은 노사간 합의도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노동계의 요구인 해고자 · 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고 노조전임자 급여지급금지 조항은 삭제한 반면, 경영계의 요구는 전혀 반영되지 않은 균형성을 상실한 내용이었다. 노조법 개정 과정에서 노사간 충분한 협의는 필요충분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인 공익위원안이 발표되고 이것이 기초가 되어 개정 노조법의 모태가 되는 정부안이 만들어진 것은 개정 노조법의 과정상으로도 문제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한편 개정 노조법 내용 역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개정 노조법은 해고자· 실업자 등 비(캬)종사자도 해당 노조의 규약으로 조합원 자격이 인정되면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ILO 핵심협약을 비준한 유럽 국가들은 산별노조 체제를 갖고 있어 해고자나 실업자와 같은 비(캬)종사자라도 산별노조에 가입하는 것이 개별기업의 노사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기업별노조 체제를 갖고 있고, 노사간 힘의 균형이 현저히 기울어진 상황에서 기업과 근로계약 관계가 없는 비(캬)종사자의 노조 가입은 노사관계 불안을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또한 개정 노조법은 효율적인 사업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조합활동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기업과 고용관계가 없는 비(非)종사조합원의 사업장 출입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제한 규정이 부족해 이를 둘러싼 갈등이 우려된다. 기업과 직접 근로관계가 없는 비종사조합원의 사업장 출입과 사업장 내활동은 재산권과 시설관리권에 기초해 제한적으로 이

루어져야 하며 법원도 같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따라서 노사 갈등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비종사조합원의 사업장 출입 및 사업장 내 활동을 일정부분 제한할 수 있도록 정부의 더 명확한 보완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한편, 개정 노조법에서는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 금지 규정과 노조 전임자 급여지급을 요구하는 쟁의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이 삭제되었다. 기존 노조법은 노조전임자에 대한 사용자의 급여지급과 노조전임자 급여지급을 요구하는 파업은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근로시간면제제도(Timeoff)를 통해 일정한 시간 한도 내에서만 예외적으로 유급 노조활동 시간을 인정했다. 이러한 법의 태도는 과거 사용자가 노조전임자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노사관계 관행과 노조전임자로 인한 심각한 폐해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었다. 비록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규정이 삭제됐더라도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은 노조의 자주성·독립성 원칙에 반하고 노조의 운영을 지배 · 개입하는 행위에 해당하는 것인 만큼,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은 노조가 부담하는 것이 당연한 원칙이다.

개정 노조법에서는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규정 삭제에 따른 보완조치로 근로시간면제한도를 초과하는 급여지급을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했으나 이미 기울어진 노사관계 지형에서 사용자만 처벌하는 부당노동행위 제도로 노조전임자 급여지급에 따른 폐해를 예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3. 노사균형 회복을 위한 보완입법의 필요성

지금까지 살펴본 개정 노조법의 문제점을 최소화하고 노사간 힘의 균형 회복을 통한 상생의 노사관계구축을 위해서는 노조의 단결권 강화에 맞춰 사용자의 대항권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되도록 개선해야 한다. 사용자의 대항권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입법 조치로는 ①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직접적 형사처벌 규정 삭제, ② 대체근로 허용, ③ 사업장 점거 전면 금지조치가 필요하다.

개정 노조법 보완입법의 우선 과제는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제도의 개선이다. 현행 노조법은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 및 구제명령 미이행에 대한 형벌 제도와 부당노동행위 자체에 대한 직접적 형벌 부과라는 이중처벌 구조를 갖고 있다. 이러한 이중처벌 구조는 글로벌스탠다드와 맞지 않는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부당노동행위 제도를 갖고 있는 미국, 일본은 부당노동행위 자체에 대해 직접적인 형벌을 부과하지 않고 있다. 또한 우리 현실에서도 노동위원회를 통한 행정적 구제로 일원화하는 것이 부당노동행위 관련 갈등을 줄이고 진정으로 구제가 필요한 근로자가 신속하게 구제받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보인다. 따라서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구제 절차는 노동위원회에 의한 원상회복으로 일원화하고 과잉규제와 이중

규제에 해당하는 직접적인 형사처벌 규정은 삭제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대체근로를 전면금지하는 규정 역시 개정해 사용자의 최소한의 경영 유지와 기업생존을 위한 대체근로를 허용해야 할 것이다. 대체근로 금지 규정은 1953년 노조법 제정 당시 취약한 노조 활동을 보호하고 사용자의 대응력을 제약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인데, 현재는 반대로 노조가 힘의 우위를 가지고 있어 입법적 소임을 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대부분 국가는 대체근로를 전면 또는 부분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대체근로를 전면 금지하는 법 규정을 둔 국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대체근로 허용이 단체행동권을 침해한다는 견해가 있으나, 반대로 대체근로 금지는 파업권 남용의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경영권과 재산권을 현저하게 제한하는 규정이다.

한편,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사업장 점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원칙적으로 사업장 내 모든 시설에 대한 점거를 금지해야 한다. 개정 노조법에 노조가 사용자의 점유를 배제하여 조업을 방해하는 형태로 쟁의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37조 제3항이 신설되었지만, 개정 노조법의 취지가 명확하게 반영되기 위해서는 노조의 사업장 점거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이 외에도 개정 노조법 시행과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고자·실업자 등의 사업장 내 조합활동 제한, 단체교섭 유효기간 확대에 맞춘 교섭대표노조의 지위 유지기간 확대(2년→3년), 노조설립신고제도 보완 등 후속 조치 마련도 필요하다.

 

4. 마치며

이제 7월 6일부터 개정 노조법이 시행된다. 개정 노조법을 현장에 적용해보고 문제가 있으면 그때 살펴보자는 것은 안일한 접근이 아닐 수 없다. 노사관계를 균형화하고 합리화를 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도록 지금이라도 노사간 힘의 균형 회복을 위한 보완입법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