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Notice

이달의 포커스 - 특집 - 직업안정법상 '근로자공급사업'의 재구조화를 통한 플랫폼노동 규율

작성자 관리자 | 날짜 2021.11.12
첨부파일

직업안정법상 '근로자공급사업'의

재구조화를 통한 플랫폼노동 규율

-플랫폼사업자 책임의 논거를 중심으로-

진명구 (국회 보좌관, 법학박사)

 

※ 본고는 2021년 2월 18일 노동법이론실무학회에서 발표한 "플랫폼 노무공급에 대한 체계적 규율"을 수정 · 요약 정리한 것임을 밝혀둔다.

 

 

I.들어가며

최근 플랫폼노동 종사자 규모가 확대되면서, 수수료 수익구조로 인한 낮은 소득, 휴게시간· 휴일· 휴가 등 휴식의 보장, 안전사고에 따른 산업재해 보상· 보험 등 플랫폼노동 종사자와 관련한 노동법적 보호와 규율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최근 노사정은 플랫폼기업이 종사자보호를 위해 수수료, 차별방지, 평가제도 등에 관하여 기본적으로 준수하여야 할 '자율규범(code of conduct)'을 제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플랫폼 경제 활성화 및 노동종사자 지원 방안에 관한 합의문」 ('20.5.26)을 채택하였고, 국회에는 '디지털플랫폼근로종사자'를 개념화하여 일정한 노동법적 보호를 부여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의 보호에 관한 법률안'(임이자 의원 대표발의, '20.12.1), 플랫폼노동을 직접 규율하는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장철민 의원 대표발의, '21.3.18)이 발의되어 계류 중에 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플랫폼노동자에 대한 기존의 노동법적 보호를 배제하거나 하향평준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그러나 플랫폼을 통한 노무제공은 대부분 도급·위탁 계약에 따른 것이어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플랫폼노동 종사자의 사회적·경제적 종속성 등을 근거로 근로자 개념 인정 표지의 확장론이 계속 있어 왔지만, 실무에서 수용 가능성은 떨어지는 상황에서 입법론적 논의가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본고는 플랫폼노동에 대한 노동법적 보호와 관련하여, 현행 직업안정법상 '근로지공급사업'을 재구조화하여 입법론적 규율체계를 정립하고자 하며, 이와 관련하여 공급사업주, 즉 플랫폼사업자의 노동법적 책임의 논거를 주로 검토하고자 한다.

 

II. 직업안정법상 '근로자공급사업'의 재구 조화

1. 직업안정법상 '근로자공급사업'

직업안정법은 '근로자공급사업'을 " '공급계약에 따라 근로자를 타인에게 사용하게 하는 사업"으로 정하고 있다(제2조의2제7호). 그러나 "누구든지 고용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는 근로자공급사업을 하지 못한다"고 하여(제33조제1항), 원칙적으로 '근로자공급사업'을 금지하고 있다. 또 그 허가범위를 국내근로자공급사업의 경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에 따른 노동조합, 국외 근로자공급사업은 국내에서 제조업, 건설업, 용역업, 그 밖의 서비스업을 하고 있는 자로 제한하고 있다(제33조제3항). 이에 따르면, 국내에서 '근로자공급사업'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주체는 노동조합으로 크게 제한된다. 이에 따라 사실상 항운노조가 근로자공급사업을 독점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근로자공급사업'의 6 법적구조는 공급계약의 당사자인 사용사업주와 공급사업주, 그리고 사용사업주에게 사용되는 공급근로자의 3면적 관계로 구성된다. 판례는 "직업안정법상 '근로자공급사업'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근로자공급사업자와 근로자간에 고용 기타 유사한 계약에 의하거나 사실상 근로자를 지배하는 관계에 있어야 하고, 근로자공급사업자와 공급을 받는 자 간에는 제3자의 노무제공을 내용으로 하는 공급계약이 있어야 하며 근로자와 공급을 받는 자 간에는 사실상 사용관계에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르면, '근로자공급사업'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a) 근로자와 공급사업주 사이에는 '고용 기타 유사한 계약 또는 사실상 근로자를 지배하는 관계', (b) 공급사업주와 사용사업주 사이에는 '공급계약', (c) 근로자와 사용사업주 사이에 '사실상 사용관계'가 성립되어야 한다.

 

표-1

 

(a)의 관계는 파견법이 고용계약의 전제로 하는 것과 달리, 고용계약뿐만 아니라 '기타 유사한 계약', '사실상 근로자를 지배하는 관계'로 확장된다. '기타 유사한 계약'에는 도급, 위임 등 노무의 제공과 관련한 다양한 형태의 계약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사실상 근로자를 지배하는 관계'는 고용관계의 사용종속성은 아니지만, 실제로는 그러한 종속성과 유사한 효과를 지니게 된다는 점에서 구속력(拘束力)을 지니는데, 노동조합과 그에 소속된 조합원의 관계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조합원은 노동조합에 대해 사용종속성은 아니지만 가입에 따른 조합원의 지위를 통해 조직적으로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항운노조 판례에서는 항만하역장 및 농수산물창고의 하역업무에 관한 십장(什長)의 조직체에 소속된 노무자들의 관계로 나타난다. 뿐만 아니라, 노무의 제공과 무관할지라도 파견사업주의 지시 명령에 복종할 수밖에 없는 특약(特約)이나 관습법(慣習法) 관계를 포함하기 때문에 그 범위가 개방적이다. 대법원도 '직업안정법에서 정한 근로자공급 사업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공급사업자와 근로자 사이에 고용계약 등 계약상 또는 사실상 공급사업자가 근로자를 지배하는 관계가 있으면 족한 것이지, 그들 사이에 반드시 고용계약이 성립돼 있을 것이 요구되지 않는다'고 했다.

 

2. '근로자공급사업'의 재구조화

(1) 허가제의 폐지

직업안정법상 '근로자공급사업'의 재구조화는 플랫폼노동뿐만 아니라, 가사·돌봄노동 등과 같이 다면적 관계를 통해 이뤄지는 노무공급을 총괄적으로 규율하는 체계로 구상한다. 이에 따라 다양한 노무공급 관계의 형태를 포괄적으로 수용하기 위한 틀로서 개방적인 제도로 재편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기존의 허가제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고,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허가제는 폐지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첫째, '근로자공급사업'은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로부터 인정되는 영업의 자유에 따라 원칙적으로 사인에 의해 자유롭게 인정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입장은 '근로자공급사업'의 허가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1998.11.26. 97헌바31 전원재판부)의 헌법재판관 반대의견에서도 나타난다. 반대의견은 근로자공급사업의 본질상 국가의 독점적 영위가 반드시 도출되는 것도 아니며, 직업안정법 전체를 법체계적으로도 국가가 원칙적으로 '근로자공급사업'을 독점하고 한정된 분야에서만 예외적으로 사인에게 '근로자공급사업'을 허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지 않다고 보았다.

둘째, 경제적 . 사회적 변화로 인해 '근로자공급사업'의 원칙적 금지의 주요 취지인 중간착취의 가능성이 크게 줄었다. 1980년대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인권이 크게 신장되었고, 노동시장에서의 인신매매, 중간착취 등이 거의 사라졌다. 고용노동부의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최근 10년 동안 중간착취, 강제근로 등의 근로기준법 위반 건수는 연간 7.3건으로 극히 미미한 수준으로 나타난다. 반면, 민간고용서비스 기관은 양적으로 급격하게 확대되었고, 고용노동부의 통계에 따르면, 1998년 1,100여개에서 2017년 14,000여개로 12.7배가 늘어났다. 이는 노무제공의 중간매개에 대한 수요를 반영하는 것이고, 더 이상 중간매개의 원칙적 금지가 아니라 자율적 영역에서 민간고용서비스기관을 합리적으로 규율하는 방향으로 전환의 필요성을 반증한다.

셋째, 노무제공에 있어 중간착취의 금지는 허가제를 통해서만 달성되는 것이 아닌 반면, 허가제를 통해 '근로자공급사업'을 원천적으로 금지의 영역으로 만들게 되는 경우에는 노무제공의 수요와 공급을 중개하는 긍정적 효과까지 상쇄시키는 문제가 있다. 각국의 민간 직업소개소의 변천 과정에서도 파악할 수 있듯이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중개행위가 발생할 수 밖에 없게 되는데, 이들에 대한 원칙적 금지를 설정하는 경우에는 음성적인 중간매개가 이뤄져 오히려 국가의 관리 . 감독을 벗어나 중간착취, 인신매매 등의 위험성이 커진다. 따라서 이를 양성화하여 중간매개행위가 '근로자공급사업'의 제도적 틀에서 이뤄지도록 하되, 중간매개자인 공급사업주의 요건을 정하고 국가의 최소한의 관리 · 감독이 이뤄질 수 있도록하고, 수수료 범위 제한 등 중간착취 배제 장치를 두어 이를 규제하는 것이 타당하다.

 

(2) '노무제공자' 개념 도입

이와 함께 '근로자공급사업'을 통해 노무를 공급하는 자를 '근로자'로 한정하지 않도록 '노무제공자'의 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협동조합, 협회 등 각종 단체에 소속 가입되어 노무를 제공하거나, 앱 등을 통해 노무를 제공하는 경우에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근로자공급사업'의 법적관계에는 포섭될 수 있으므로, '근로자' 개념보다는 더 넓은 개념의 정의가 필요하다. 영국은 노동관계법 상 최소한의 보호를 구하기 위하여 근로자보다 포괄적 개념으로 고안된 '노무제공자(worker)'를 사용하고, 노동법적 보호를 부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직업안정법 개정안에서, 제2조의2 제6항의 "모집"에 관하여 "'근로자'를 고용하려는 자가 취업하려는 사람에게 피고용인이 되도록 권유하거나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권유하게 하는 것"이라는 규정 중 '근로자'를 '취업할 의사를 가진 자'로 확대하도록 했다는 점을 참고할 수 있다. 직업안정법 상 '근로자공급사업'의 대상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한정하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는 점, 변화하는 고용시장에서 확대되는 고용서비스의 대상을 근로자로 한정할 필요도 없고 오히려 디지털 · 공유경제의 확산에 따라 고용서비스의 대상이 취업자로 넓어지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근로자공급사업'의 재구조화를 통한 노무공급의 규율에 있어서 노무를 제공하는 자를 '노무제공자'로 정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III. '노무공급사업'의 규율체계와 공급자 책임

1. '노무공급사업'의 법적구조

위와 같이 직업안정법상 '근로자공급사업'을 재구조화한 3면 관계를 재구성하여 '노무공급사업'이라 하고, 그 법적구조를 정립해보기로 한다. 즉 공급사업주를 '공급자'로, 사용사업주를 '공급받는 자', 근로자를 '노무제공자'로 정한다. 공급자와 공급받는 자 사이에는 노무공급에 관한 계약, 즉 공급계약이 존재해야 하고, 공급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는 (i)고용, (ii) 기타 유사한 계약, (iii) 사실상 근로를 지배하는 관계 중 하나에 해당하여야 한다. 또한, 공급받는 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는 사실상 사용관계가 성립되어야 한다.

 

표-2

 

2. '노무공급사업'의 법적효과

'노무공급사업'의 법적구조에 포섭되는 경우에 부과되는 법적효과로서 책임의 귀속은 기본적으로 공급자와 노무공급자의 관계에 준거하여 정한다. 공급자와 노무공급자의 관계가 ① 고용계약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파견법의 규율이 이뤄지는 점, 고용관계에 따라 공급자의 책임 귀속이 비교적 명확하다는 점, 그에 따라 공급자 역시 사실상 사용자로서의 노동법적 책임 부담을 예측하고 있고 부담의 여력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파견법상 사용자 책임분배 규정에 따라 해결한다. 즉 직업안정법에서 파견법 제34조의 규정을 원용하여 원칙적으로 공급자와 공급받는 자 모두를 사용자로 보되, (가) 근로계약 당사자로서의 사용자의 지위에 수반하는 사용자의 의무사항으로 근로계약, 임금, 근로시간과 휴게 중연장, 야간 및 휴일근로 가산수당, 연월차휴가수당의 지급, 재해보상에 대해서는 공급자를 사용자로 하고, (나) 업무에 대한 실질적인 지휘 · 명령과 그에 따른 노무제공에 뒤따르는 사용자의 의무사항으로 근로시간, 휴게,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조치에 대해서는 공급받는 자를 사용자로 보는 것이다.

반면, ② 기타 유사한 계약이나 ③ 사실적 지배관계의 경우에는 고용관계에 따른 노동법적 규율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 놓여 있어 노무제공자 입장에서는 그 지위가 매우 불안정하고, 책임의 귀속으로 인정할 수 있는 표지가 분산되는 경우 어느 쪽에도 책임을 부과하지 못해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간병인의 경우, 간병인을 병원 또는 환자에게 공급한 협회, 병원, 환자 모두의 지휘 · 명령을 받고 있지만, 판례는 그 누구도 사용자로 판단하지 않고 있어 간병인은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이에 대해 미국의 '공동사용자법리'를 적용하여 복수의 사용자에게 사용자 개념을 확대함으로써 노동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즉 공급자와 공급받는 자가 공동책임을 지도록 규율하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공급자와 공급받는 자는 노무제공자의 노무제공에 대해 연대책임을 지게 되며, 양자 모두 상호 구상권(求償權)을 가지고 있어 입증으로 자신의 책임을 줄이거나 면할 수 있다. 특히, 구상권을 전제로 연대책임을 부과한 것은 어느 한 쪽으로부터도 완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여 노무제공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즉 공급자나 공급받는 자 중 어느 일방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도 노무제공자는 받아야 할 완전한 보상을 그 일방으로부터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결국, 이를 '노무공급사업'의 규율체계에 적용하는 경우, 고용관계가 아닌 당사자 관계에 있어 공급자나 공급받는 자를 연대책임으로 규율하기 위한 구성요건으로서는, 첫째, 양자 사이에 공급계약이 존재하고, 둘째, 공급자나 공급받는 자 중한 당사자가 다른 자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며, 셋째, 공급자나 공급받는 자 중 어느 당사자가 노무제공자의 노무공급과 관련한 근로조건에 대해 완전히 무관하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경우 양자는 노무제공자에 대해 연대책임을 지게 된다고 할 것이다.

 

3. '노무공급사업'에서 공급자 책임의 논거

이러한 '노무공급사업'의 규율체계에 따르면, 노무제공자에 대한 노동법적 책임은 주로 공급자가 지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노무공급의 다면적 관계에서 공급자는 중개(仲介)의 역할을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사용자로서 노동법적 책임을 부담해야 되는 근거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 수 있다.

첫째, 노무공급에 있어서 공급자는 직업소개에 있어서는 중개의 역할이 알선에 그치는 것과 달리, 노무제공자의 노동력을 계속적 · 전속적으로 공급하기 때문에 단순한 중개자로만 파악할 수 없다. 이러한 계속성 또는 전속성에 따라 공급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는 경제적 · 사회적 종속성 내지 조직적 종속성이 발생한다. 이는 근로계약관계에서 발생하는 전통적 의미의 인적 종속성에 이르지 않지만, 그에 준하는 종속성을 지는 것으로 최소한 '사실적 지배관계'를 형성한다. 노무제공자는 사실적 지배관계에서 -공급받는 자와 계약에 따라 -공급자가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노무제공의 조건에 따라 노동력을 제공하기 때문에, 노무제공자의 입장에서는 공급자가 사실상 사용자의 지위에 있는 것과 다름없다. 이러한 공급자의 노무제공자에 대한 경제적 . 사회적 종속성, 이에 따라 형성되는 '사실적 지배관계'는 직업소개 등의 중개와 차별화되며, 그러한 관계에 기초해 책임이 발생한다고 볼 것이다.

둘째, 노무제공자의 노동력이 제공되는 전 과정에 대한 관리자는 공급자이기 때문이다. 공급자는 공급계약에 따라 공급받는 자에게 노동력을 공급하지만, 공급 자체만 행하는 것이 아니라 공급에 따른 노무제공의 내용 등 조건의 확정에서부터 노무제공의 시작부터 종료까지 수행의 전 과정에 대한 관리를 행한다. 예를 들어 '배민', ' '요기요' 등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노무공급 관계에 있어 배달기사는 배달대행업체에 소속되어 있고, 노무제공의 내용 등 조건은 물론 노무제공의 수행에 대한 전 과정이 배달대행업체의 배달대행프로그램을 통해 확정 ·관리되며, 노무제공에 대한 사후평가 역시 배달대행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진다. 즉 배달 애플리케이션은 배달대행업체의 노무제공에 대한 관리 수단일 뿐이지, 관리자로서의 본질은 결국 배달대행업체에 있다. 즉 공급자가 노무제공의 전 과정을 관리하는 관리자의 지위에 있는 것이다. 공급자는 이러한 관리를 통해 공급계약에 따른 노무제공이 완전한 이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며, 공급계약이 정하는 바에 따라 불완전 이행에 대한 책임을 진다. 이처럼 공급자는 노무제공자의 노동력의 제공에 대한 관리자이자 책임자로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노무제공자에 대한 노동법적 책임을 지는 것이 타당하다.

셋째, 공급자는 공급계약과 관련하여 노무제공자에게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노무제공에 대한 통제를 행하기 때문에 그러한 통제에 따른 책임의 주체로서도 기능할 필요가 있다. 공급받는 자의 사업장에서 작업이 이뤄지는 '노무도급으로서 사내하도급'을 제외하면, 공급받는 자는 노무제공자에 대하여 면대면 지휘 · 감독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공급자는 공급계약과 그와 관련하여 공급받는 자가 요청하는 사항에 대해 노무제공자에게 직접적으로 노무제공에 관한 지시를 행한다. 예를 들어,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노무공급 계약에 있어서 배달서비스의 시간, 장소, 배달대상, 배달방법 등의 구체적인 내용이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콜(call)별로 제시되는 것이다. 이는 플랫폼을 통한 '드러나지 않는 통제(invisible control)'로 나타난다. 플랫폼기업은 입사 전 교육, 유니폼 착용, 근태관리, 앱 사용중단 및퇴출 등을 결정하며, 이러한 부분에서 자율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노무제공자는 평가 등급을 받으며 이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감독, 관리 권한을 고객에게 규정한 것으로 플랫폼노동 종사자는 플랫폼기업이 정한 규칙과 평가에 따른 보상을 받는다.

넷째, 노무제공으로부터 직접적 이익을 얻는 자는 공급자이기 때문에 비용과 책임의 부담 주체로 기능할 필요가 있다. 노무공급의 다면적 관계에 있어서 공급자는 공급받는 자로 하여금 노무제공자의 노동력을 이용하게 함으로써 이윤을 얻고 사업을 영위하게 된다. 따라서 노무제공은 공급자의 사업에 있어 본질적인 업무에 해당하고, 공급자에게 조직적으로 편입된 것과 다름없다. 이처럼 실질적으로 공급자가 수익의 주체로서 노무제공자의 노동력의 이용과 관련한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섯째, 위와 같이 공급자가 노무제공으로부터 이윤을 얻는 결과, 노무제공에 대한 이익구조와 분배에 대한 결정권을 공급자가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노무공급계약에 있어서 배달기사의 노무제공에 따른 보수에 영향을 미치는 콜(call)배분, 수수료,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 사용료 등의 결정에 대한 결정권이 배달대행업체에 있다. 즉 공급자는 노무제공자의 보호에 있어 가장 중요한 노무제공의 대가인 보수에 대한 결정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노무제공의 조건과 그 대가인 보수액, 보수지급 방법, 보수지급 시기 등 보수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타당하다.

 

IV. '노무공급사업'의 플랫폼노동에 대한 적용

1. 플랫폼노동의 유형별 적용

플랫폼은 매개하는 공간 · 장치 · 업무수행 방식에 따라 (가) 지역기반(Location-based)과 (나) 웹기반(Web-based) 플랫폼으로 구분할 수 있다. '지역기반'형은 서비스의 연결이 위치 정보를 활용한 플랫폼에 의해 이루어지고 실제 서비스의 제공이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는 '온디멘드(주문형) 플랫폼노동'이며, '웹기반'형은 발주자(수요자)가 온라인 플랫폼에서 일을 발주하고, 다수의 서비스 등록자(공급자)가 일에 응모하여 업무위탁/도급계약을 맺고 성과물을 납품하는 형태인 '크라우드 소싱 플랫폼노동'으로 분류된다.

 

(1) 지역기반형 플랫폼

 

표-3

 

플랫폼노동의 유형 중 '지역기반형'의 경우에는 오프라인에서 노무제공이 이뤄진다. 즉 O2O(Online to Offline) 사업자가 플랫폼을 통해 노무공급에 관하여 중간매개를 하게 되는 것이다. 즉 플랫폼은 이용자와 공급계약에 따라 플랫폼 노동종사자로 하여금 이용자에 대해 노동력을 제공하도록 한다. 이에 따라 플랫폼과 이용자 사이에는 공급계약, 플랫폼 노동종사자와 이용자 사이에는 사실상 사용관계가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O2O 사업자와 플랫폼 노동종사자의 사이에는 양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고용관계, 기타 유사계약, 사실적 지배관계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는 플랫폼의 성격상 플랫폼 사업자와 플랫폼 노동 종사자의 관계는 플랫폼을 통한 계속적인 노무제공과 그에 따른 보수의 취득 등으로 인해 형성된 경제적 종속성이 유지되는 '사실적 지배관계'에 해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 될 것이다.

한편, 플랫폼은 위와 같이 이용자와 직접적인 공급계약에 따라 노무공급을 매개하기도 하지만, 가맹점과 공급계약에 따라 노무공급을 매개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로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배달 노무제공의 경우를 들 수 있다. 음식점 등 가맹점이 배달업무에 관하여 플랫폼인 O2O 사업자와 배달노무에 대한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이용자로부터 음식 배달에 대한 주문을 받는 경우, 이를 플랫폼을 통해 제공되도록 하는 것이다. 즉 플랫폼 노동자는 이용자가 가맹점과의 계약에 따라 수령하는 채무와 관련한 배달노무 요청에 관한 업무를 플랫폼의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받고 이용자에 대해 노무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계에서는 플랫폼노동 종사자가 가맹점에 대해 배달 시간, 배달 장소, 가맹점의 채무이행에 대한 급부의 수령 및 그와 관련한 방법, 절차 등에 대한 지시를 받아 노동력을 제공하므로, 플랫폼 노동 종사자와 가맹점 사이에 사실상 사용관계가 발생하는 것으로 볼 것이다.

 

(2) 웹기반형 플랫폼

 

표-4

 

플랫폼노동의 유형 중 '웹기반형'의 경우에는 온라인에서 이용자가 플랫폼에 어떠한 일을 맡겨 수행하게 하는 것으로 이는 진정한 의미의 도급계약으로 볼 수 있고, 이들의 관계도 도급인과 수급인의 관계로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웹기반형'은 플랫폼 노동종사자가 플랫폼에 대해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이지, 이용자에 대해 노무제공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노무공급의 다면적 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 즉 플랫폼은 이용자의 도급계약에 대해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의 방식으로 온라인상에서 다수의 노무제공자를 통해 자신이 영위하는 사업에 대한 '일의 완성'을 추구할 뿐이지 이용자에 대해 플랫폼노동 종사자의 노동력을 직접 제공하도록 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플랫폼과 플랫폼 노동종사자 사이에는 플랫폼이 이용자로부터 도급받은 일에 대해 위탁(委託)하는 관계가 성립할 뿐이다. 따라서 온라인을 통해 해당 일에 대해서만 일회적이고 비전속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데 그치는 플랫폼노동 종사자는 이용자인 주문자에 대해 도급, 위탁 등의 계약관계의 당사자의 관계를 지닐 뿐, 노무공급에 관한 다면적 관계는 성립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노무공급사업'에 따른 법적효과도 발생하지 않는다.

 

2. '노무공급사업' 규율에 따른 법적효과

'지역기반형' 플랫폼 노동을 노무공급사업의 규율체계에 적용하는 경우, O2O사업자인 플랫폼은 공급자, 이용자인 주문자는 공급받는 자, 플랫폼 노동 종사자는 노무제공자가 된다. 그리고 공급자와 노무제공자의 관계에 따라 그 법적효과가 달라지게 된다.

첫째, 공급자와 노무제공자가 고용계약인 경우, 파견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플랫폼사업의 경우에는 파견법의 적용이 이뤄지게 되어 파견근로사업으로 규율되게 될 것이다. 파견법의 대상범위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는 양 당사자가 근로계약관계에 기초하고 있으므로 근로기준법이 온전히 적용되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공급자인 플랫폼 사업자는 사용자로서 근로자인 플랫폼 노동종사자에 대해 노동관계법에 따른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둘째, 공급자와 노무제공자의 관계가 위임 등의 기타 유사계약에 기초하는 경우에는 공급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는 계약 관계에 따른 계약 책임만 문제될 뿐이다.

셋째, 공급자와 노무제공자의 관계가 공급자인 플랫폼의 애플리케이션에 등록된 회원, 기사 등 사실적 지배관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노무공급사업의 규율체계에서 별도로 정하는 고유의 법적효과(노무제공의 대가로서 보수에 대한 연대책임, 인권보호, 서면계약 체결의 의무 등)가 적용되게 된다.

 

V.나오며

최근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라 비대면 디지털 경제가 크게 확대되면서 플랫폼노동 종사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러한 플랫폼노동 종사자는 노무제공을 통해 생활을 영위하여 노동법적 보호의 필요성이 크지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인정에 따라 노동법적 보호를 구하고 있는 현재의 규율체계에서 자영업자 또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인식 또는 분류되고 있는 플랫폼노동 종사자의 노동법적 규율이 이뤄지지 못하였다. 이에 플랫폼노동의 현상과 모습을 분석하고 근로자 개념의 확대 등으로 노동법적 규율 범위에 포섭하고자 하는 연구가 있어왔지만, 입법론적으로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준하는 적용의 확대 논의 수준에 그쳤다. 이에 본 연구는 직업안정법상 '근로자공급사업'의 재구조화를 통해 플랫폼노동을 포함하여가사노동 등 돌봄 등 새로운 일하는 방식과 형태의 변화를 포섭할 수 있는 노무공급 규율체계를 구축하고자 그 설계 방안을 제시하였다.

이에 따라 '노무공급사업'은 먼저 기존 '근로자공급사업'의 허가제를 폐지하면서, 근로자보다 넓은 개념인 '노무제공자'의 개념을 정립하고, 이들 노무제공자의 노동력을 공급하는 '공급자', 그리고 공급자와 공급계약을 통해 노동력을 이용하는 '공급받는 자'의 법적구조를 구성하였다. 공급자와 노무제공자의 관계가 (i)고용계약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파견법의 대상에 해당하면 파견법의 규율이 이뤄지게 되지만, 그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에는 직업안정법상 '근로자공급사업'의 재구조화에 따른 '노무공급사업'의 고유한 법적효과가 적용된다. (ii) 기타 유사한 계약 및 (iii) 사실상 지배관계의 경우에는 고용관계에 따른 노동법적 규율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 놓여 있지만, 노무공급자에 대하여 우월적인 경제 · 사회적 지위에서 조직적 종속성을 지닌 공급자가 근로시간, 휴일, 휴가 등에 대해 일정한 부분 책임을 지는 것으로 구성하였다.

이러한 규율체계에 대해서는 수정·보완하여야 할 점이 많지만, 이러한 구상을 단초로 플랫폼노동에 대한 노동법적 보호규범을 정교하게 만들어나가고, 특히 그 과정에서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책임 논의가 실무적으로 활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