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Notice

재무컨설팅 - 퇴직연금으로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작성자 관리자 | 날짜 2021.12.14
첨부파일

퇴직연금으로

부자가 될수 있을까?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김진웅 소장

 

 

미국에서 '401K 백만장자(Millionaire)'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401K는 우리나라의 IRP와 비슷한 미국 퇴직연금계좌인데, 이 401K에 꾸준히 적립하고 투자하여 100만달러 이상의 퇴직연금을 가지고 은퇴하는 근로자를 의미한다. 우리나라 근로자들도 퇴직연금을 통해 은퇴 후 부자로 살아갈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단순하게 매년 1,200만원씩 적립하고 연 수익률 7% 운용을 가정하면 30년 뒤 11억원이 넘는다. 다만 국민연금과 IRP(개인형퇴직연금)를 함께 활용하고, 장기간 꾸준한 납입과 실적배당형 상품을 통해 수익률을 확보하는 등 몇가지 추가적인 조건이 필요하다. 그럼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퇴직연금운용 현황과 연금부자로 은퇴하기 위한 방법을 한 번 살펴보자.

 

최근 '2020년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현황 통계'에 따르면 퇴직연금 총 적립금은 255.5조원을 달성했고, 이중 DC(확정기여)형 및 IRP(개인형퇴직연금)적립금은 101.6조원으로 100조원을 돌파했다. 2015년 32%였던 DC·IRP 비중이 현재 40% 가까운 수준으로 증가하면서 퇴직연금 총 적립금 증가에 한층 더 높아진 기여도를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낮은 수익률에 머물렀던 퇴직연금이 좀 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할 수 있는 DC·IRP로 제도 간 이동이 먼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제도유형별로 전년대비 증가율을 살펴보면 DB(확정급여)형은 11.5%가 증가한 반면, DC(확정기여)형은 16.3% 증가하였다. 특히 IRP(개인형퇴직연금)는 9조원이 증가하면서 35.5%의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2018년 25.6%, 2019년 32.4%에 이어 증가율이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인데, 주요 원인으로는 세제혜택에 따른 자기부담금 납입증가를 꼽을 수 있다. 한편, 2020년은 증시 활황으로 금투권역으로 IRP유입이 두드려졌던 한 해였다. 퇴직연금 연간수익룰을 보면 원리금보장형(1.68%)에 비해 실적배당형(10.67%)이 월등하게 높은데, 수익률 제고에 따른 평가금액 증가도 IRP적립금 증가의 또 다른 원인이 된것 같다.

DC·IRP 적립금이 늘어가는 추세이지만 퇴직연금 전체 적립금(255.5조원)으로 놓고 보면 89.3%(228.1조원)에 달하는 대부분의 적립금이 여전히 원리금보장형으로 운용되고, 실적배당형은 10.7%(27.4조원)에 불과하다. 특히 기업이 적립금 운용주체인 DB형의 경우 원리금보장상품 편중도(95.5%)가 매우 높다. 퇴직연금이 근로자의 노후를 위해 안정적으로 지켜져야 하는 것은 최우선 과제이지만 저금리 상황에서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는 퇴직연금을 원리금 보장상품만으로 운용하는 것은 자본 효율성 측면에서 고민해 볼 문제인 것 같다. 모든 근로자가 일시에 퇴직하는 것이 아닌 이상 DB형 퇴직연금 적립금의 상당부분은 장기성 자금으로 볼 수 있다. 즉, 가격변동성을 감내하면서 장기투자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존재하므로 DB형 역시 실적배당형 상품의 운용비중을 늘려야 하겠다.

수령방법을 살펴보면 만 55세 이상 퇴직연금 수급을 개시한 계좌 중에서 대부분 일시금 (96.7%)을 선택하였으며, 연금수령을 선택한 비율은 3.3%에 불과하다. 퇴직연금의 노후자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령금액 기준으로 보면 전체 약8.3조원 중 28.4%(2조 3,565억원)를 연금으로 수령하고 있었다. 연금 수령계좌의 평균 적립금은 약 1.9억원으로 일시금 수령계좌 평균 적립금(1,643만원)의 11.5배에 달한다. 적립금 규모가 소액일수록 일시금으로 수령하는 모습인데, 바꿔 말하면 연금으로 받을 수 있을 만큼 적립금을 충분히 쌓지 못함에 따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퇴직연금계좌의 연금수령 여부는 근로자 선택 문제이기에 앞서 퇴직연금의 연속성을 이어가며 충분한 적립금을 쌓아갈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완이 먼저 필요해 보인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매년 1,200만원(월 100만원)을 적립 투자하면 10억원 이상의 자산을 만들 수 있다. 이미 준비하고 있는 연금을 감안하면 좀 더 가까운 현실이 된다. 먼저 국민연금에 20년 이상 가입되어 있는 사람들의 예상연금은 평균 월 93만원으로 30년간 수령을 가정하여 단순 환산하면 3.3억원 정도가 된다. 그럼 10억원 기준으로 6.7억원이 남는데,이는 연 수익률 7% 기준으로 매년 710만원을 30년간 적립하면 가능한 금액이다. 평균 근로소득자(2020년 기준 연 3,791만원)수준이라면 매년 310만원 이상 퇴직연금을 적립할 수 있다. 따라서 부족한 400만원을 IRP(개인형퇴직연금)를 통해 매년 적립하면 된다. 평균적인 근로자 수준만 되어도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으로 연금자산 10억원을 만드는 일이 절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공무원연금을 받는 공무원이나 사학연금을 받는 선생님들을 부러워한다. 이유는 은퇴 이후에도 적지 않은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제도적 지원이 있기는 하지만 공무원이나 선생님들이 안정된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그만큼 많은 금액을 충분히 오래 적립해온 결과이다. 그렇다면 부러워만 하지 말고 그들과 같은 수준의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를 좀 더 해보는 것은 어떨까? 다만 우리에게는 꾸준하게 연금을 쌓아가겠다는 의지가 좀 더 필요할 뿐이다. 평균적인 근로자들도 국민연금과 퇴직연금만 잘 활용해도 안정된 노후생활 조건을 만들 수 있다. 여기에 연금저축까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짧은 시간에 해결하려기 보다는 긴 호흡으로 노후준비를 하다 보면 연금부자로 은퇴할 수 있는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져 있다.

 

표-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