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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서평 - U(나의 행복)=M(물질적 행복)+aV(타인의 행복을 느끼는 정도X 타인의 행복)

작성자 관리자 | 날짜 2022.02.11

U(나의 행복)=M(물질적 행복)+aV(타인의 행복을 느끼는 정도X 타인의 행복)

「이타적 인간의 출현」 최정규 지음/ 뿌리와 이파리 2009

 

 


제학에서의 인간은 오직 '경제적 인간'이다. 즉 인간은 합리적 · 이기적 · 논리적 일관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경제현상을 경제심리학적으로 연구한 결과, 이론과는 달랐다. 투자이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투자자들은 결코 합리적이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단지 위험과 수익율이 아니라 더 많은 것을 고려했다. 투자자들은 자신의 전체 포트폴리오를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투자를 각각의 이익과 손실로 파악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익과 손실을 대하는 태도가 크게 달라, 손실은 이익보다 2.5배로 더 크게 받아들였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2009년 노벨 경제학상은 주류 경제학이 받아들이고 있는 합리적이고 완벽하게 작동하는 시장에 대해 반기를 든 올리버 윌리엄슨(Oliver Williamson) UC버클리대 교수와 엘리너 오스트롬(Elinor Ostrom) 인디애나 교수가 수상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행동경제학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나는 한국에서도 경제학의 범주를 넘어 인간의 행동을 연구한 학자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학자를 찾는 중에 2007년 10월 과학저널 사이언스지에 '자기집단 중심적 이타성과 전쟁의 공진화'라는 제목으로 논문을 낸 경북대학교 경제학과 최정규 교수님을 알게 되었다. 그 후 교수님이 하시는 2009년 7월 4일 '생물학은 인간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를 주제로 한 강의에도 참석했다. 인간이 이기적이라면 인류의 역사는 궁극적으로 이기적 유전자만 살아 남아야 하고 타인을 이롭게 하는 이타적 유전자는 소멸되었어야 맞다. 그러나 인류는 이타적 인간이 생존하고 있다. 이날 강의는 이타적 인간이 생존에 유리한 이유를 여러 사례와 이론으로 풀어냈다. 이에 감명받아 그의 책 「이타적 인간의 출현」 을 바로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게임이론을 바탕으로 인간 본성의 진화를 풀어내고 있다.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무조건 자신만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경제적 동물이 아니었다. 인간은 이기적인 면과 이타적인 면을 함께 갖고 있고, 두 관계는 서로 충돌하며 진화해 왔다고 본다. 그럼 이타적 행위란 무엇인가? 저자는 이타적 행위에 대해 남들에게 혜택을 주지만 정작 행위자 자신에게는 손해가 되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알고 있는 딜레마 몇 가지를 소개한다. 먼저 죄수의 딜레마 Prisoner's Dilemma다. 죄수의 딜레마는 실제 죄의 유무를 떠나 궁극적으로 서로 자백하는 결과로 귀결된다. 즉, 서로 배신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이다. 공유지의 비극에서 보면 공공재는 먼저 차지하는 놈이 임자다. 이런 공공재에는 지구도 포함된다. 세 번째는 동창회 자리에서 각자 주문하기다. 전체 비용을 회비로 계산하면 내가 비싼 음식을 시키더라도 내가 직접 부담하는 게 아니다. 이렇게 되면 전체 비용은 증가한다. 이런 딜레마에서 보면 상대방을 배신하는 행위가 우월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결국 어떤 딜레마도 서로 협조적일 때가 최선의 방법이며, 서로 양보해야 공존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딜레마 상황이 아닌 다른 경우에도 이타적 행위는 나타난다. 저자는 그 중에서도 많은 동물 사회에서 볼 수 있는 이타적 행위를 소개하고 있다. 꿀벌 사회에서 일벌들이 생애기간 동안 하는 이타적 행위, 흰개미 사회에서 침입자가 있는 경우 자신의 창자를 파열시켜 끈끈한 내용물을 뿌려 적들의 접근을 금지하는 이타적인 행위, 미어캣 사회에서 적이 다가올 때 큰 소리로 경계신호를 보내지만 정작 자신은 노출되는 이타적인 행위, 거피와 큰 가시고기 무리에서 큰 물체가 나타났을 때 정찰대 역할을 하는 이타적 행위, 흡혈박쥐 사회에서 사냥에 실패한 성인박쥐의 7%, 어린 박쥐의 40%를 헌신적으로 돕는 이타적인 행위, 침팬지 사회에서 서로 털을 다듬어 주는 행위와 먹이를 공유하는 이타적 행위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이타적 행동은 인간에게도 똑같이 나타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타적 행동을 하는 것일까? 우리 사회에서 보이는 이타적 행동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우리는 왜 협조적으로 행동하는 걸까?

최정규 교수는 다음의 네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첫 번째는'혈연선택가설'이다. 내 자식을 돕고, 내 형제를 돕고, 더 나아가 내 손자 손녀와 조카들을 돕는 것은 다름 아니라 나와 동일한 유전자를 갖고 있을 확률이 높은 사람을 돕는 일이다. 그 결과 자식 수가 늘어나면 그만큼 내 유전자를 퍼뜨릴 기회도 높아진다. 이것이 혈연관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타적 행동을 할 때 내가 얻는 이득이라고 강조한다. 궁극적으로 이타적 행동은 나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선택하는 이기적 행동이란 설명이다.

두 번째는 '반복-상호성 가설'이다. 어떤 사회가 반복되는 과정에 있다면 협조는 협조를, 배신은 배신을 가져오고, 이를 무한 반복하면 서로 협조하는 것이 유리한 선택이어서 이타적 행동을 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반복되는 과정이 길수록 이타적 행동이 나타난다.

세 번째는 '유유상종 이론'이다. 협조적인 사람은 협조적인 사람과 모여서 상호작용을 하고, 이기적인 사람은 이기적인 사람들끼리 모여서 상호작용을 한다면 당연히 협조적인 행위가 유지, 진화되기에 더 좋다. 만일 사회가 이타적인 사람과 이기적 사람이 모여 산다면 이기적인 사람은 이타적인 행동이 유리함을 배워 이를 따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네 번째는 '집단선택 가설'이다. 인간은 농경사회 이전에는 수렵 채취가 가장 중요한 경제행위였다. 수렵 채취는 공동으로 해야 성과가 높았다. 이 때는 함께 나누었다. 그래야 후에 내가 능력이 없더라도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적의 침입을 방어하는데도 집단의 공동 대응이 중요하다.

최정규 교수는 이타적인 행위와 관련하여 우리의 만족감을 U=M+aV의 도식으로 설명했다. 우리의 만족감은 U, 자신의 물질적 이득으로부터 얻게 되는 만족감의 정도를 M, 타인의 행복을 느끼는 정도는 a, 타인의 행복은 V다. 어떤 사람의 a가 0보다 크다면 그 사람은 타인이 행복할 때 그로부터 심리적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이다. 물질적 이득으로 얻는 만족감 M은 무한히 증대될 수는 없다. 우리가 만족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타인의 행복으로부터 얻게 되는 만족감인 aV가 높아야 한다. 그럼 내 안의 이타성에게 질문해 보자. 나의 V값과 a값은 얼마인가? 분명한 것은 나이가 들수록 이타성에 의한 만족도가 삶의 만족도이자 행복도가 된다는 점이다. 이타적 관점의 경제학을 공부하고 싶다면, 당신이 하는 이타적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면, 또 나의 만족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이타적 행동을 선택하려 한다면 이 책을 읽어보자. 이론을 설명하고 있어 다소 난해하긴 하지만 이해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