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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포커스 - 특별기고2(근로자의 의무위반의 법적 효과)

작성자 관리자 | 날짜 2022.02.24

근로자의 의무위반의 법적 효과

정진우교수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근로자가 안전보건에 관한 의무를 위반할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법적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가.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한 효과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에 규정되어 있는 각종의 의무규정을 위반한 경우에는 그에 따른 법적 효과가 발생하는데, 근로자의 경우에도 동일하다. 즉, 근로자가 「산업안전보건법」상 벌칙이 수반되어 있는 규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근로자 또한 처벌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안전보건기준규칙」을 보면, 동일한 조문의 제1항에 사업주의 의무를 규정하고, 그 제2항에는 근로자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 한 예로 제491조를 보면, 제1항에는 석면제거 · 해체작업에 종사하도록 하는 사업주의 의무로서 근로자에게 개인보호구를 착용하게 하는 것을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제2항은 이것을 받아 근로자의 착용의무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에, 만약 근로자가 개인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으면, 산업재해 발생 여부에 관계없이 근로자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 받게 된다(산업안전보건법 40조, 제175조 제6항 및 시행령 제119조).

나. 형법에 의한 효과

경우에 따라서는 근로자에게 「형법」 제268조의 업무상과 실치사상죄가 성립하는 경우도 있다. 「형법」 제268조에는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뼈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면, 「안전보건기준규칙」 제98조의 규정에 의하면, 근로자인 운전자는 차량계 하역운반기계, 차량계 건설기계를 사용하여 작업을 하는 경우 미리 정해진 제한속도를 초과하여 운전해서는 안 된다. 만약 근로자인 운전자가 굴삭기를 사용하여 굴착작업을 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사업주는 굴삭기 운전자가 제한속도를 초과하여 운전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하여 운전자에게 제한속도를 초과하지 않도록 주의를 주었다고 하자.

그런데 운전자가 사업주의 주의를 귀담아 듣지 않고 제한속도를 초과하여 운전하다가 굴착작업을 하고 있던 인근의 다른 근로자를 치어 그 근로자가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었다고 하면, 당해 운전자는 업무상 과실 또는 중과실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효과

근로자 측에 일정한 문제가 있는 때에는 업무상의 재해 인정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다. 근로자의 고의 · 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 · 질병 · 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인정되지아니한다. 다만, 그 부상 · 질병 · 장해 또는 사망이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에서 한 행위로 발생한 경우로서 일정한 사유(i) 업무상의 사유로 발생한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았거나 받고 있는 사람이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경우, ii) 업무상의 재해로 요양 중인 사람이 그 업무상의 재해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경우, iii) 그 밖에 업무상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하였다는 것이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있으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

한편, 「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에서는 「근로기준법」과는 달리 근로자의 '중대한 과실'에 의해 산재보험급부의 원인이 되는 사고를 발생시킨 경우 이에 대한 산재보험급부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

라. 근로기준법에 의한 효과

「근로기준법」 제81조에 의하면, 근로자가 '중대한 과실로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에 걸린 경우에는, 사용자가 그 과실에 대하여 노동위원회의 인정을 받으면, 휴업보상이나 장해보상을 하지 않아도 무방한 것으로 되어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범위가 대부분의 사업으로 확대되고 산재보험의 급여가 「근로기준법」의 보상을 크게 상회하고 있는 지금에 있어서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근로기준법」을 대신하여 산재보상의 대부분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의 재해보상규정은 사실상 i) 산재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사업, ii) 산재보험이 적용되는 사업이라 하더라도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0조 제3항 또는 제52조 단서의 규정에 따라 산재급여가 지급되지 않는 3일 이내의 요양재해 또는 휴업재해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마. 민법에 의한 효과

사업주 측의 안전배려의무 위반(채무불이행, 민법 제390조), 불법행위(민법 제750조), 사용관계에 있는 피용자의 선임· 감독 주의의무 위반(민법 제756조), 공작물 등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민법 제758조)로 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사업주에게 손해배상을 행할 책임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 경우에 산업재해를 입은 근로자 측에 과실이 있으면, 과실상계되어 손해배상액이 감액될 수 있다(민법 제396조).

예를 들면, 소음성난청의 청력장해를 입은 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에 대하여, 당해 근로자가 개인보호구(귀마개)를 착용하기 위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은 잘못을 들어 60%의 과실상계를 한 판결(대법원 1989.8.8. 선고 88다카33190), 사출기에서 이물질을 제거하려다 손목골절 등의 재해를 입은 파견근로자가 사용사업주의 안전배려의무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당해 근로자 또한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되는지를 확인하는 등의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잘못이 있다고 하여 30%의 과실상계를 한 판결(대구고법 2011.6.29., 2010나9475), 특고압이 흐르는 전주 및 전선을 철거하는 작업을 하다가 양측 상지 전기화상 등의 재해를 입은 근로자가 자신의 사업주와 도급인을 상대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사건에서 근로자도 위 작업을 함에 있어 주의를 살펴 자신의 안전을 스스로 도모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류가 끊어졌는지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아니한 채 감전방지용 활선장갑을 벗고 위 전선을 만진 잘못이 있다고 하여 30%의 과실상계를 한 판결(광주고법 1999.4.16., 99나273) 등이 있다.

이상과 같이, 사업주뿐만 아니라 근로자도 산업재해 방지 노력을 하지 않으면 많은 불이익을 감수하여야 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근로자도 산업재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산업재해에 따른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산업재해 방지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