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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서평 - 인생! 계속해서 가속 페달만 밟는다면~~

작성자 관리자 | 날짜 2022.04.14

인생! 계속해서 가속 페달만 밟는다면~~

「행복의 중심, 휴식 올리히 슈나벨 지음/ 김희상 옮김/ 걷는 나무 2011

 

 

국의 심리학자 로스월과 인생상담사 코언은 행복지수 HPI(Happiness Index)를 2002년에 발표했다. 행복지수는 18년 동안 1,000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80가지 상황 속에서 자신들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다섯 가지 상황을 선택하게 하는 실험 결과다. 행복지수는 1P + 2P + (5 ×E) + (3 × H)'로 측정한다. 여기에서 P(person)는 개인적 특성으로 인생관, 적응력, 유연성 등을, E(existence)는 생존 조건으로 건강, 돈, 인간관계 등을, H(higher order)는 고차원 상태를 의미 하는 것으로 야망, 자존심, 기대, 유머 등을 표현한다. 영국의 경제학자로 일생을 행복연구에 바쳐온 리처드 레이어드는 「행복의 함정」 에서 행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7가지를 중요성에 따라 '가족관계, 재정, 일, 공동체와 친구, 건강, 개인의 자유, 개인의 가치관'을 꼽고 이를 '빅 세븐Big Seven'이라 하였다. 정신과 전문의 조지 베일런트의 '하버드 대학교 성인발달 연구'에 관한 책 「행복의 조건」 은 행복의 조건으로 고통에 대응하는 성숙한 방어기제, 교육, 안정된 결혼생활, 금연, 금주, 운 동, 알맞은 체중 등 7가지를 들고 있다. 이러한 행복 방정식 속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또 다른 의구심이 든다. 행복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인가 계속 추구해야 한다는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 그래야 하는 것일까? 독일 인문과학 전문기자 올리히 슈나벨의 책 「행복의 중심, 휴식」 은 이러한 생각에 반기를 든다. 휴식을 행복의 중심에 둔다.

 

우리는 시간이 돈인 사회에서 살고 있다. 사람이 시간을 지배하는 게 아니다. 시간이 인간을 지배한다. 그래서 우리는 시간 속에 하는 일의 속도를 끊임없이 높여가야 했다. 점점 더 가속화 되어가는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기 위해 분초를 다투어 달려가야 했다. 그 결과 완벽주의, 조급증, 번아웃 신드롬 등이 더욱 증가했다. 더 잘 살기 위해 노력한 결과는 행복과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관건은 시간의 빈곤이다.

이 책은 시간의 빈곤과 가속화하는 사회 환경에 대해 상당 부분을 할애하여 설명하고 있다.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허버트 알렉산더 사이먼은 정보로 넘쳐나는 세상의 출현으로 생겨난 정보의 과잉은 반드시 다른 분야의 빈곤을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바로 그것이 시간의 빈곤이다. 또 미국의 경제학자 대니얼 해머메쉬는 '부의 증가와 더불어 시간 부족으로 인한 고통도 늘어남을 확인했다. 아무래도 벌이가 늘어날수록 시간은 귀해지는 모양'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갈수록 시간이 점점 더 부족하다는 사람들의 불평은 쓸 수 있는 시간에 비해 너무 많은 돈을 가졌기 때문에 비롯되는 현상이다. 다시 말해 수입의 증가와 더불어 갖고 싶은 것, 누리고 싶은 것도 늘어나는데 이 모든 것을 충족시킬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탓에 사람들은 시간 스트레스를 느끼는 것이다.'고 표현했다. 이상의 내용은 현대인에게 있어 휴식이 필요한 충분한 이유가 된다. 올리히 슈나벨 기자에게 있어 휴식은 나와 시간의 일체감이 있어야 하고 곧 자신만의 시간을 누리는 것이다. 그래서 시간을 누리는 모든 것은 휴식이다.

심지어 일조차도 충족감이 넘치면 휴식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휴식의 2가지 핵심 조건으로 자신이 시간의 주인이 되는 느낌을 가지기, 늘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더 나은 대안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을 포기할 줄 알기를 제시했다. 말하자면 휴식이란 자신만의 시간을 누리는 것, 휴식을 위해 현명하게 포기할 줄 아는 것이다. 우리가 평소 생각한 휴식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올리히 슈나벨 기자는 우리가 생각하는 휴식에 대해 네 가지 오해가 있다고 하고 이를 정리하여 표현했다. 첫째, 휴식을 취하기에 시간이 부족하다는 문제는 개인의 차원에서 다루어야 하며, "단순하게 살아라"와 같이 적절한 태도 만으로 아주 쉽게 해결될 수 있다고 하는 오해다. 사실 시간부족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라는 집단의 문제가 된지 오래다. 바삐 움직이는 사회와 사람들 속에 홀로 여유를 부릴 수 있겠는가? 둘째, 휴식을 위해서는 특별한 시간을 내서 익숙한 일상으로부터 탈출하여야 하고, 이를 위해 많은 돈을 들여야 한다는 오해다. 휴식을 위한 일상탈출의 과정은 어떻게 계획하고 실천해야 하는가? 그 자체가 휴식이 아니다. 셋째, 휴식도 소비할 수 있는 상품으로 보아 각종 프로그램에 등록하여야 즐길 수 있다는 오해다. 장거리 여행과 프로그램에 대한 스트레스, 환경 적웅은 그 자체가 휴식이 아니다. 넷째, 휴식은 충분한 시간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오해다. 사람들은 충분한 시간이 있어도 쉬지 못하고, 행복감을 키워 줄 수 없는 일에 매달리기도 한다.

 

"내일 죽는다 해도 해야 할 일인지 나에게 묻는다. 지상에서 누리는 짧은 시간에 비추어 볼 때, 우리가 벌이는 일은 거의 대부분 웃기는 일이기 때문이다. 막판에 가서 우리는 정작 무얼 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돌아 보는 그 순간, 우리 인생은 이미 지나갔다.' 저자가 책에서 전하는 독일의 영화감독 도리스 되리의 말이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열심히 산다고 하지만 그럴수록 시간에 쫓기는 삶은 멈출 수가 없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나 자신을 찾기도 어렵다. 세상을 더 누리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방법을 추종할수록 시간을 누리지는 못한다. 누리지 못한 인생의 시간은 나의 시간이 아니다. 나의 시간을 팔아 돈을 벌고, 그렇게 사는 삶을 잘 살았다고 표현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묻는다. 지금 당신은 휴식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