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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서평 - 나는 9988124 하고 싶다 (2021년 9월 호)

작성자 관리자 | 날짜 2022.06.16

나는 9988124 하고 싶다

「노화혁명」 박상철 지음/ 하서2010

 


 

국의 인구학자 폴 월레스는 노쇠하고 생산성이 떨어진 노인이 증가하는 현상을 우려하여 '고령화 충격agequake' 이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반면에 이화여대 조성남 교수는 고령인 증가현상을 사회를 개조하고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새로운 기회로 보자는 의미에서 '고령화 기회ageboom'라는 개념을 제안하고 있다. 사실 이 두 가지 모두를 받아들이기 위해선 사회에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고령화 충격'을 흡수하려면 고령화가 과속하지 않고 서서히 진행되어야 한다. '고령화 기회'도 마찬가지로 준비해야 하는 것을 미리 알고 대비하면 가능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짧은 시간에 고령화가 진행되었다. 고령화의 충격과 고령화의 기회가 동시에 도래한 것이다. 만일 앞서 겪은 세대가 있으면 물어볼 수도 있고, 또 모범적 사례가 있으면 따라서 하면 될텐데, 그런 사례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100세 장수인들에 대해 탐구한 학자들의 연구를 살펴보아야 한다.

 

박상철 교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이자, 서울대학교 노화고령사회연구소 소장이다. 그는 이 책 「노화혁명」 에서 100세인을 면담 조사한 연구자로서 100세 장수인의 모습을 설명한다. 나는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 중 세 가지 주제를 선정했다. 기능적 장수, 수명의 직각화, 장수 집 짓기 모델이 그것이다. 기능적 장수란 단순한 생명연장이 아니라 삶의 질을 고양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지킬 수 있는 건강한 장수의 패턴을 의미한다. 기능적 장수를 위해서는 생의 마지막까지 생체 기능을 극대화하여 유지하는 노력을 필요로 한다. 박상철 교수는 바로 이러한 개념이 참늙기, 웰에이징의 본질이라 했다. 수명의 직각화는 사는 날까지 건강하게 사는 삶을 의미한다. 학계에서 노화연구의 궁극적 지향점으로 언급되는 인구 생존곡선의 직각화는 바로 이러한 웰에이징의 기능적 장수가 추구하는 목표다. 우리나라에서 얘기되고 있는 9988124, '99세까지 팔팔하게 살고 하루 이틀만 아프다 죽자' 운동과 일본 나가노 지역에서 얘기되고 있는 PPK(Pin Pin Korori) '팽팽하게 살다 팍 죽자' 운동은 기능적 장수와 수명의 직각화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장수 집 짓기 모델(Park's Temple Model for Longevity)은 장수하기 위한 모델을 절(寺) 모양으로 만들어 설명한다. 장수 집 짓기의 기초요인은 고정요인으로 유전자, 성별, 성격, 사회문화, 환경생태 등이다. 기둥요인은 개인적 가변요인으로 운동과 영양의 육체적 요소, 관계와 참여의 정신적 요소다. 지붕요인은 정치 · 사회적 요인으로 사회 안전망, 의료시혜, 사회적 보호 등이다. 건강한 장수를 하려면 이러한 장수변인을 단계적으로 보강해야 한다. 건물을 높이 튼튼하게 지으려면 바닥을 튼튼하게 다지고 기둥을 균형 있게 세우며, 지붕을 튼실하게 씌워야 하듯이, 장수도 기초와 기둥, 지붕을 튼튼하게 해야 가능한 일이다.

한편 이 책의 제목은 「노화혁명」 이다. 왜 노화를 혁명이라 이름 붙였을까? 혁명은 변화와 혁신과는 완전히 다르다. 급격하며 어느 순간 우리 앞에 펼쳐지는 사건이다. 박상철 교수는 노화가 혁명적 사건으로 우리 앞에 있다고 말한다. 노화의 혁명적 사건은 무엇인가? 이 부분에 대해 박상철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① 고령화되더라도 열정을 가진 사람은 연령에 상관없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국내의 백세인 조사에서도 장수인들의 열정과 집념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따라서 연령에 따라 인간의 능력이 소실된다는 일방적인 편견은 큰 오해다. ② 오늘날의 고령인의 건강상태는 영양, 의료, 사회안전시설, 생활습관개선 등의 많은 노력에 의해 호전되고 있다. 1977년에 70세인 사람의 건강상태가 30년이 지난 2007년에는 87세인의 건강상태와 같았다. ③ 장수인의 의료비 지출은 폭발적으로 증가하지 않는다. 6,70대의 나이에 병들면 고가의 의료수요를 필요로 하지만, 90대는 폐렴이나 낙상 등으로 단기간의 의료시혜를 필요로 한다. 또 대체로 사망 원인이 자연사이기 때문에 의료비가 적게 든다. 건강하게 장수하면 사실상 복잡한 의료가 필요 없어지기 때문에 돈이 적게 들어간다. ④ 인구 고령화에 따라 질병의 증가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사망 직전에 비로소 질환이 증가한다. 따라서 미래 고령사회의 의료비 지출이 현재 상황을 바탕으로 하여 예상한 지출보다는 현저하게 낮아질 수 있다. 박상철 교수는 이상의 내용을 바탕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노화의 암울한 생각을 완전히 뒤집어 놓는다. 오늘의 노화는 예전과 다르며, 건강한 노화는 죽는 날까지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또 건강한 노화는 질병으로 인한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것이다.

 

박상철 교수는 연구자로서 「노화혁명」 의 책 속에 초 장수인의 모습을 비교적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혹시 나이가 들면 모든 능력을 상실한다고 믿는가? 그럼 인간이 100세 정도가 되면 그 상태가 어떨 것 같은가? 아마도 신체적, 인지적 기능의 악화를 예상할지 모른다.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초장수인의 모습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온전하다. 전국의 백세인은 어떻게 장수할 수 있었는지 살펴보고, 어떻게 나이들어 갈 것인지를 연구자의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싶다면 「노화혁명」 을 읽어야 한다. 이 책에서 우선 건강한 장수를 위한 기본 토대를 충분히 이해하고 그 실천 방법을 찾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