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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컨설팅 - 은퇴 후 복병, 자녀지원 (2021년 11월 호)

작성자 관리자 | 날짜 2022.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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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복병,

자녀지원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김진웅소장

 

 

보통 캥거루족이란 자립할 나이가 되었는데도 독립적으로 생활하지 않고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20~30대의 젊은이들을 지칭한다. 요즘이 캥거루족이 더 나이가 들어가고, 더 많아지는 추세라고 한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0 인구주택총조사(인구· 가구 기본항목)'에 따르면 20세 이상 인구의 7.5%(약 314만명)가 부모의 도움으로 생활비를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 보았을 때 본격적인 경제생활을 시작하기 이전으로 추정되는 20대중 38.9%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30대중 7%, 40대중 2.2%도 캥거루족으로 살아가고 있는 상황은 문제가 좀 다른 것 같다. 비중으로 얼마 안 되어 보이지만 숫자로는 3040세대 캥거루족이 65만명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령화, 청년실업 등으로 청년세대의 사회 진출이 늦어지면서 성인 자녀에 대한 부양이 부모세대가 은퇴한 이후에도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50대를 넘어 자녀가 있고 은퇴를 앞둔 사람이라면 은퇴생활의또 다른 복병, 자녀 지원에 대한 주요 사항들을 한 번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은퇴 후 자녀 지원에 대한 사항들을 살펴보기에 앞서 실제 은퇴를 앞두고 있는 부모들의 생각은 어떠한 지 알아보자. 최근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가 5060세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2021년8월, 만 50세~65세, 조사참여인원 5,115명) 결과에 따르면 자녀가 '결혼할 ' 때까지(34.2%)' 지원하겠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주택마련까지(27.6%)' 지원하겠다는 답변은 두 번째 순위를 기록했다. 대학만 들어가도 독립시키려는 서양부모들의 생각과는 차이가 좀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부동산가격 상승추세나 매매금액 수준을 고려했을 때부모의 지원없이 자녀들이 주택을 마련하기가 결코 쉽지않고, 이러한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한편으로는 이해가 된다. 다음 '취업 전까지(20.5%)', '학업 마칠 때까지(10.7%)' 순으로 나타났다. 현재 50대의 상황을 고려하면 은퇴 이후에도 자녀가 대학에 다니고 있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대학등록금 등 자녀 학업비용부터가 은퇴 이후 주요 부담이 되는 항목으로 보면 되겠다. 성인이 된자녀에 대한 지원이 부모들의 은퇴생활에 또 다른 난관이 되어가고 있다.

 

예전에 비해 결혼연령이나 출산연령이 늦어지면서 퇴직을 한 5060세대의 자녀가 학업을 마치지 못했을 수 있다. 특히 대학 등록금은 꽤 많은 비용으로 대다수 가계에 부담이 되는 비용이다. 최근 통계(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연간기준 대학등록금이 평균 673만 원으로 4년간 총 2,700만 원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에는 코로나19로 상당수 대학들이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했음에도 적지 않은 수준이다. 물가상승분을 감안한다면 대략 자녀 1인당 4년간 총 3,000만 원 정도의 대학 등록금이 필요해 보인다. 국공립의 경우 등록금(연 418만 원)이 낮아 상대적으로 부담이 좀 덜하지만 등록금이 높은 의학계열 대학의 경우 연 천만 원(976만원)에 육박하니 6년간 총 6천만 원 정도되는 금액이 필요하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2022년부터 중위소득 200% 이하 가구는 셋째 자녀의 대학등록금이 전액 지원되고, 중위소득 50% 이하 가구는 둘째 자녀부터 지원되는 등 다자녀가구를 위한 대학등록금 지원제도가 확대되어 갈 예정이다. 자녀들의 학비 걱정에 앞서 지원제도에 해당 사항이 되는 지를 확인해 보아야겠다.

 

앞서 5060세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모 3명 중 2명(65.2%)은 자녀가 결혼할 때까지 또는 결혼을 한 이후(주택마련 또는 평생)에도 지원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 결혼비용 역시 만만치가 않다. 최근 한 결혼정보회사가 발표한 2021 결혼비용보고서(듀오)'에 따르면 신혼부부 총 결혼비용은 평균 2억3,618만 원으로 조사되었다. 결혼비용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주택비용(1억 9,271만 원, 81.6%)이었고, 나머지 결혼비용도 4,347만 원으로 결코 적지 않다. 결혼비용에 대한 부담이 워낙 크다 보니 '작은 결혼식'에 대해 응답자의 92.4%가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등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결혼을 간소화하려는 움직임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금액이 들어가다 보니 부모의 지원 없이는 결혼하기가 쉽지 않고, 결혼하는 자녀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많은 부모들이 결혼비용 지원을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자녀들의 학업비용이나 결혼비용은 우리나라 부모들이라면 대부분 마음의 빚으로 평생 담아두고 있다. 경제적으로 여지가 있다면 자녀의 주택마련을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취업이나 결혼이 늦어진 나이 든 자녀의 생활비를 지원해야 하는 상황도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은퇴 이후 자녀로부터 지원을 받기보다는 지원해주고 싶은 것이 현재 은퇴를 앞둔 부모 5060세대에게 마음이자 닥친 현실이다. 다만 부모들의 은퇴생활을 위한 자산과 자녀 지원을 위한 자산의 목적을 명확하게 구분을 지어 계획을 세우기를 바란다.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대응하다 보면 자녀지원으로 인해 부모의 안정된 은퇴생활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고, 결과적으로 다시 자녀에게 부담을 주거나 갈등이 생기는 상황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자녀 지원을 위한 계획은 반드시 부모 자신의 은퇴자산과는 분리된 별도의 자금으로 균형감을 가지고 대응하기 바란다.

 

부모가 금전적으로 자녀지원을 하는 것이 잘못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자녀에게는 시간이라는 기회가 부모들보다는 더 많이 주어져 있다. 자녀에 대한 사랑때문에 한정된 노후자산을 희생하기보다는 자녀가 경제적인 독립을 스스로 이룰 수 있도록 지켜보는 것이 나중에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더 득이 될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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