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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서평 - 노년에는 외로움과 서러움을 친구처럼 대해야 한다. (2021년 12월 호)

작성자 관리자 | 날짜 2022.12.30

노년에는 외로움과 서러움을

친구처럼 대해야 한다.

「지금 외롭다면 잘되고 있는 것이다」 한상복 지음/ 위즈덤하우스 2011

 


 

 

인생을 규정하는 많은 말들 속에 '외로움'이 있다. 인문학자 김열규 교수는 「아흔 즈음에」 에서 "노년이 되어 나이가 더 드는 것과 외로움을 타는 것은 정비례하는 것 같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외로움의 도수가 늘어만 간다. "고 했다. 아일랜드 시인 존 오도노휴 John O'Donohue는 "인간에게 심각하고 혹독한 외로움이 냉혹한 겨울처럼 다가 왔다. " 고 했고, 이근후 교수는 "노후 대비로 젊었을 때 보험이나 연금을 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로움에 대비하는 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살다 보면 아무도 나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 시기가 꼭 온다. 그 상태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그에 적응하는 법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했다.

 

「지금 외롭다면 잘되고 있는 것이다」 를쓴 한상복 작가도 이 외로움에 주목했다. 그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다가 '외로움'이라는 비공식적인 동기를 발견했다고 한다. 명분, 성공, 체면, 사랑 등의 공식적인 동기만큼이나 사람들은 의외로 외로움이라는 동기에 커다란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작가는 사람들이 외로움을 어떻게 만나, 친구가 되고, 마침내는 일상의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고 있는지 오랜 기간 관찰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가 말하는 '외로움'은 다음과 같다.

 

삶에서 피할 수 없는 세가지가 있다. 그것은 죽음, 세금, 외로움이다. 우리는 죽는 날까지 외로움에서 벗어 날 수 없다. 외로움은 '평생을 함께하는 그림자' 이자 '또 다른 나'이기 때문이다. 외로움은 '모든 태어난 자의 숙명'이다. 외로움은 대개 부정적인 단어로 쓰인다. 불안, 위축, 고립, 단절, 슬픔, 무기력, 우울, 패배, 나락, 공포, 몰락, 고통, 절망 등이다. 외로움이 분노와 결합하면 마음속에 악마를 키워내는 경우도 있다.

외로움의 원한이 스스로에게 겨눠지면 자기학대를 거쳐 자멸로 이어지기도 하고, 남에게 겨눠지면 병적 분노의 발산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외로움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남과 함께 있으려고 한다. 서로에게 의존해 외로움의 텅 빈 허전함을 메우려는 것이다. 그러나 외로움은 함께 있는 것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함께한 외로움이 나이가 들면 더 외롭고, 그 외로움은 증폭되어 '서러움'이 된다. 서러움은 우울증으로 발전하는 기폭제다. 이제 평생에 걸쳐 외로움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가 관건이다. 우선 외로움을 겪는 실체적 이유를 알아보지 않을 수가 없다. 한상복 작가는 이를 삶 자체가 나를 지향하는 게 아니라 외부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라 하고, 삶이 나를 지향해야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사회 생활 중에는 너무 바쁜 나머지 내가 없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모든 것, 학력, 재산, 명예 등은 좋은 조건들이지만, 그 속에 자기 기준은 없다. 우리는 하고 싶은 것을 추구하는 플러스형 인간이 아니라 되고 싶은 마이너스형 인간을 추구한다. 내가 즐거워하는 일을 하지 않고 남들이 좋다고 하는 일을 따라 한다. 이런 생활은 날이 갈수록 나를 지치게 한다. 왜 그럴까? 결론은 하나다. 내가 없는 생활이기 때문이다. 기준으로 '나'를 중심에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롭지 않기 위한 첫 단계가 사람들 속으로 들어 가는 것이라 하지만, 사람들 속에 있어도 외로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궁극적 지향점은 나를 향한 생활과 생활의 기준점을 나에게 맞추어야 한다.

 

즉, 한상복 작가는 우리에게 내가 있는 삶을 살고 있는가라고 묻는 것이다.

 

저자는 외로움이라는 하나의 표현을 이해하기 쉽도록 영어로 표현하면서 론리니tmloneliness와 솔리튜드solitude로 구분하고 있다. 이중 론리니스loneliness는 혼자 있는 고통을, 솔리튜드solitude는 혼자 있지만 이를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다. 한상복 작가는 정신분석학자 H.S. 설리번도 관계로부터 격리된 부정적 혼자됨을 '론리니스'로, 스스로 선택해 나다움을 찾는 긍정적 혼자됨을 '솔리튜드'로 분류했다고 하면서, " '우리는 '홀로'라는 선택을 통해 더 좋은 것, 솔리튜드로 도약할 수 있다. 솔리튜드는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솔리튜드는 론리니스를 통과해야만 도달할 수 있다. 고 했다.

 

나는 이 솔리튜드가 맘에 든다. 외로움 속으로 들어가서 나다움을 찾아 그 생활을 즐길 수 있다면 어느새 외로움은 작아지는 까닭이다. 물론 너무 즐거운 솔리튜드로 사는 길은 인간이기 때문에 쉽지 않다.

그러나 받아들이기에 따라서 솔리튜드의 경지는 경제적 노후 준비의 부담도 줄여 주는 또 다른 노후대책, 대박 보험이란 생각이 맞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생각하는 솔리튜드를 위한 훈련들을 추천해본다. 1. 혼자서 재미있게 산책하고 여행하고 등산할 수 있다. 2. 혼자서 영화관, 미술관 가는 것이 편하게 생각될 때가 있다. 3. 혼자서 최고 경영자 과정, 평생교육원, 세미나, 포럼, 심포지움 등에 참여하여 공부할 수 있다. 4. 혼자서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방법을 알고 있고, 동참하는 것에 긍지를 느낀다. 5. 혼자서 집이나 식당에서 식사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가능하다. 6. 휴일 날 혼자지내면서 조용히 멍 때리고 있더라도 그 여유를 즐길 수 있다. 7. 교리를 몰라도 특정 종교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8. 최소한의 돈으로 한 달 버텨보는 연습을 해보았다. 9. 동창회, 사회단체, 계모임 등에 참석하지 않아도 견딜수 있다. 10. 경비원, 택시기사, 공익일자리, 청소용역 등 일자리를 매력적으로 여겨 할수 있다. 11. 남편(아내)과 자식들과 떨어져 있어도 빈둥지 증후군을 극복할 수 있다. 12. 문명의 이기(TV, 컴퓨터, 핸드폰)가 없어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나이가 들면 외로운 것이 당연하다. 당신은 그 외로움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론리니스로 살 것인가, 솔리튜드로 살 것인가? 외로움을 완전히 떨쳐낼 수는 없다. 혼자인 인생을 받아들이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훈련을 알고 싶다면, 외로움이 새로운 희망이자 즐거움이 되는 방법이 필요하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아마 여러분 각자의 긍정적인 혼자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