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Notice

이달의 포커스 - 특별기고 2 - 원청의하청노동조합에 대한단체교섭의 상대방으로서 사용자 여부 (2022년 1월 호)

작성자 관리자 | 날짜 2023.01.19

원청의하청노동조합에 대한단체교섭의

상대방으로서 사용자 여부

- 택배노동조합사건에 대한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을 중심으로 -

김희성교수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최근 근로계약관계의 존부와 관계없이 집단적 노사관계에서 사용자는 누구인가, 구체적으로는 단체교섭의 상대방으로서 사용자는 누구인가라는 이른바 사용자 찾기가 노동법상의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단체교섭의 당사자로서 사용자는 근로관계의 당사자, 즉 근로계약의 당사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파악되어 왔다. 그런데 최근에 하청노동조합인 택배노동조합이 원청(도급인)인 택배회사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한 사건에서 '실질적 지배력설'을 논거로 택배회사를 단체교섭의 당사자인 사용자로 인정한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이 내려지면서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제 원청회사와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근로계약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하청근로자들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사안에서는 하청근로자도 아닌 택배대리점과 위수탁계약을 맺은 대리기사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원청회사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경우 원청은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상대방으로서 사용자인가, 그리고 이 경우 단체교섭을 거부하면 노조법 제81조제1항 제3호의 정당한 이유 없는 단체교섭의 거부. 즉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여 그 책임을 부담(형사책임을 부담)하는 사용자가 되는가가 문제된 것이다. 이 사건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은 원청회사와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근로계약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하청근로자들로 조직된 노조(이 사건에서는 하청근로자도 아닌 택배대리점과 위수탁계약을 맺은 대리기사로 조직된 노동조합)가 원청회사(이 사건에서는 택배기사들과 아무런 계약관계도 없는 택배회사)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경우 원청은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상대방으로서 사용자라고 인정함에 있어 그 논거를 사실상의 실질적 지배력설을 채택하고 있다.

우선 단체교섭의 당사자가 누구인가를 찾는 것은 단체협약을 통해 근로계약의 내용을 집단적으로 형성·변경할 수 있는 자를 규명하는 것으로서 협약자치라는 틀 안에서 작동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부당노동행위의 주체로서의 사용자, 즉 부당노동행위금지의 수규자로서의 사용자를 찾는 것은 누가 근로3권보장질서 내지 공정한 노사관계질서를 해하고 있는 가를 규명하는 작업으로서 양자는 존재의 평면을 달리한다. 따라서 노조법상의 사용자는 원칙적으로 단체교섭의 당사자로서의 사용자이고 예외적으로 부당노동행위제도하에서의 사용자는 이와 달리 구별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은 이러한 구별없이 단체교섭의 당사자와 부당노동행위제도하에서의 사용자를 통일적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

다음으로 단체교섭의 당사자로서의 사용자를 규명함에 있어서 부당노동행위의 유형인 지배· 개입의 주체로서의 사용자성을 인용하고 있는 H중공업사건 판결의 논거인 실질적 지배력설을 그대로 확장하여 적용하고 있다는 데 문제점이 있다. 앞에서 필자가 지적하였듯이 단체교섭의 당사자로서의 사용자와 부당노동행위의 주체로서의 사용자를 구별한 위에 협약자치라는 단체교섭질서 안에서 단체교섭 당사자로서 사용자는 일정한 근로계약관계가 존재하여야 함에도 그러한 관계가 없는 원청을 단체교섭의 사용자로 하였다는 논리적 취약성이 발견되는 것이다.

또한 이번 중노위 판정은 대리점 택배기사와 대리점주 간에 이미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리점주 외에 택배회사를 '공동사용자 내지 중첩적 사용자'로 인정한 결과가 된다. 이는 현행법상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최근 서울고등법원이 우리노동관계법령상 공동사용자 법리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에도 배치된다고 할 것이다. 서울고등법원은 2021년 4월 13일 기아자동차 카마스터 소송에서" '공동사용자 법리'는 복수의 사용자 중 단체교섭대상의 획정이나 부당노동행위 등과 관련하여 미국에서 형성되어 온 것으로서 우리 노동관계 법령에서는 따로 정하고 있는 바가 없으므로 달리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사용자 또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사용사업주와 다르거나 그와 완화된 개념의 '사용자' 개념을 해석상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서울고등법원 판결이 제시하고 있는 공동사용자법리는 미국 연방노사관계법에서의 공동사용자법리인 것으로 보이나, 사실 판시의 내용은 근로계약상의 공동사용자 지위 내지 책임문제이다. 아무튼 문제는 공동사용자라는 도구로 사용자개념을 확장하여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없는 제3자인 자동차 제조 · 판매회사에 대하여 사용자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의 핵심이다.

따라서 비교법적으로 미국 연방노사관계법 및 공정근로기준법상의 공동사용자법리 두 가지가 다 검토되어야 하는데, 연방노사관계법이든 공정근로기준법이든 공동사용자 지위 결정 기준은 거의 유사하게 다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우리나라의 경우 묵시적 근로계약이 인정되는 경우로 한정되는 것으로 그 성립요건이 엄격하다는 것은 공통의 인지된 사실이다. 결국 근로계약관계가 없는 제3자인 기업을 사용자 지위로 인정하게 할 수 있는 미국의 공동사용자법리 내지 기준이나 우리의 묵시적 근로계약관계 법리나 모두 그 기준 내지 성립요건이 매우 엄격하다는 점이 공통적임을 확인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공동사용자법리를 비교법적으로 검토해 보아도 이 법리 또한 택배노조 사건에서는 사용자개념의 확장의 준거틀이 될 수 없음이 명확하다. 우리노동관계법령상 공동사용자 법리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처럼 현행 노조법이 '공동 사용자'개념을 전혀 상정하고 있지 않은 규율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공동사용자 내지 중첩적 사용자'를 인정한 중노위 판정은 이렇게 법이론적으로 무리한 판정인 것이다.

끝으로 이 사건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은 실질적 지배력설에 근거한 것이므로 이 견해에 대한 법적 문제점이 그대로 적용될 것인데, 우선 원청과 같은 노동력의 이용자에게 단체교섭의 상대방이나 부당노동행위의 주체가 될 정도의 강력한 책임전가와 위험전가를 함에 있어서 당사자의 의사 내지 객관적인 요건을 무시하고 단지 사실관계인 '실질적 지배력'만을 기준으로 사용자로 포섭하는 것은 근로자보호라는 선험적 가치판단을 절대화한 이론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나라 부당노동행위 제도는 그 처벌조항의 입법적 정당성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노동형법'의 영역에 해당하기 때문에 산업안전보건법 등에서 예외적으로 명시적인 근거규정을 통해 도급인에게도 그 의무와 책임의 범위를 확장하여 규정하고 있는 것처럼 하청근로자들에 대한 원청의 지배 . 개입 행위를 금지하고 이에 따른 형사처벌(형사책임)을 근거지우기 위해서는 노조법에서도 이러한 특별한 규정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부당노동행위로서 지배 ·개입 행위의 주체인 사업주에 원청인 제3자를 포함하는 것은 유추에 해당하여 죄형법정원칙에 위반된다 할 것이며, 이는 단체교섭의 당사자인 사용자를 제3자인 원청에 확대하는 경우도 당연히 적용된다 할 것이다. 즉 유추적용금지라는 죄형법정주의로 대표되는 형사법의 근본원칙에 위반되지 않아야 비로소 그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있는데, 제3자로의 확장은 전형적인 죄형법정주의의 위반 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