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Notice

이달의 포커스 - 특별기고1 (임금체계 개편에 따른 노사관계 전망과 과제)

작성자 관리자 | 날짜 2021.05.17

임금체계 개편에 따른 노사관계 전망과 과제

윤동열 교수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지난 12월 기존의 노사관계의 틀을 변화사키는 노동계의 노동조합법, 공무원노조법, 교원노조법 개정안 등 7개 노동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 되었다. 이로 인해 해고자 · 실업자를 포함하여 5급 이상 고위 공무원과 소방대원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게 되었으며,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금지 규정이 삭제되면서 공공부문 노동운동을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기업은 코로나19 확산과 수출 및 내수 시장 수요감소로 임금 지급여력이 감소하고 친노동입법 환경 등이 강화되면서 노사관계 불안요소로 제기하고 있다.

2021년에는 임금인상, 임금체계 개편 등을 두고 노사 간의 갈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공공기관위원회는 지난 11월 25일 공공기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합의를 발표했으며, 합의문에서 객관적 직무가치가 임금에 반영되는 임금체계 개편을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다. 이미 오래전부터 정부는 성과연봉제도는 반대하지만 단순히 연공서열대로 임금이 올라가는 구조는 옳지 않다고 밝히고 성과연봉제와 연공급제를 대신할 임금체계로 직무급제를 언급한 바 있다. 호봉의 상승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연공급제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주된 임금체계로 채택되어 왔는데, 최초급여를 기준으로 근속연수에 비례해 임금이 상승하기 때문에 세대, 산업, 업종 간 임금 불평등의 원인으로 끊임없이 지적된바 있다.

직무급은 20세기초 미국에서 테일러의 차등실적급이 노동강도를 높이고 근로자 간의 경쟁을 부추긴다는 노동조합의 비판의 결과와 그 대안으로 동일직무에 대한 동일임금을 요구한 결과로 탄생했다. 임금체계란 기본급을 결정하는 기준이나 임금항목의 종류 등을 일컫는 개념으로 직무급제는 직무의 가치를 판단하기 위해 직무분석이 필요하며, 지속적인 직무평가를 통해 개인의 직무수행 결과를 평가해 승급에 반영한다. 경제발전 초기 한국전력, 포항제철 등 공기업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에도 직무급제가 도입된 사례가 있으나 대부분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폐지되거나 변형됐다. 고도성장기에는 새로운 직무가 지속적으로 만들어지고 이때마다 직무평가를 새롭게 할 수 없는 상황적인 특성과 경제성장 초창기 전반적으로 낮은 임금수준으로 직무가 변한다고 해도 임금변화가 발생하는 시스템을 근로자 입장에서는 선뜻 받아들이기도 어려웠던 것에 기인했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기업별 노동조합의 형태를 띠고 있는 국내 현실에서 직무평가를 둘러싼 노사갈등보다는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정부나 기업에게는 우선적인 해결과제였을지 모른다.

근속 연수에 따라 임금이 상승하는 호봉제는 과거 고도성장기에 노동자의 장기근속을 유도하는 역할을 했지만, 저성장 고령화 시대를 맞아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늘려 더는 유지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는다. 호봉제는 극심한 임금 격차의 배경으로도 지목된다. 이에 따라 근속 기간이 아닌 직무의 난이도, 가치, 업무수행능력 등을 기준으로 한 직무급제를 도입해야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지만 노동계의 반대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직무중심 임금체계 개편은 획일적, 일방적 방식이 아닌 기관별 특성을 반영해 개별 공공기관 노사 합의를 통해 자율적, 단계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공공기관이 직무급제를 도입할 경우 민간부문의 직무급제 확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

직무급제 본연의 의미를 되살리고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국가들의 사례와 같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하고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개별 기업단위의 직무급제의 논의가 아닌 초기업단위, 사업별 합치가 이뤄져야 한다. 프랑스 단체협약에서 정하는 임금표는 직무급으로 직무가 동일하다면 기본적으로 같은 임금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기업의 지불능력에 따라서 실질임금의 차이는 나겠지만 기본적으로 업종별 협약으로 하한선을 제시하기 때문에 임금 격차는 상대적으로 작다고 할 수 있다. 업종별 협약과 직무급제의 결합은 원 · 청의 임금 격차를 해소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직무급제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력을 확보 · 유지할 수 있는 임금수준의 경쟁력인 외부적 공정성과 조직내부의 구성원들이 보상의 공정성을 인정할 수 있는 내부적 공정성을 갖추어야 한다. 특히 연공급 중심의 임금체계를 도입한 기업이 다수인 우리나라에서는 직무급제와 직무중심의 인적자원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말만큼 쉽지 않다.독일에서도 금속노조가 ERA로 개편하는데 13년, 일본의 도요타가 연공급에서 직능급으로 개편하는데 14년이 걸렸다. 특히 임금은 생계비와 직접적으로 연동되므로 노동자 입장에서는 안정성과 연속성을 요구하고, 사측은 철저히 비용으로 보고 통제하기 때문에 급격한 변화보다는 충분히 예측 가능한 점진적 변화만이 근로자의 수용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직무급제 논의를 개선하고 도입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 해결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직무급제의 원래 취지는 담당업무가 같다면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자는 의미에서 시작한 것으로 노동계가 주장하고 있는 동일노동가치 동일임금 원리에 가장 부합하는 임금체계라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사측이 직무급제의 도입을 서두르는 반면 노동계에서는 직무급제 도입에 다소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호봉급제는 근속연수에 따른 자동적으로 임금상승이 일어나는 체계가 아닌 다른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발표하는 공공부분 임금체계 개편이나 민간기업 임금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직무성과급이라는 표현을 자주 발견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직무급제가 업무성과와 연동하는 보상체계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연공급에서도 성과급을 도입할 수도 있고 직무급에서도 성과급을 도입하지 않을 수 있다.

정부의 직무급제 도입 및 임금피크제와 연계된 신규채용을 늘리는 방안은 단기적으로 공공기관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겠으나 대외 경영환경의 영향을 받는 민간기업에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또한 연공형에 기반한 국내기업의 인사 및 임금제도의 조속한 개편 없이 이러만 문제를 해결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며 무엇보다도 직무중심으로 인사관리 체제를 전환하고자 하는 노사 당사자의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대다수 국내기업들이 적용하고 있는 연공형 임금체계 하에서 회사의 인건비 부담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단계적으로 직무중심의 인사체계로 전환하고 근속이나 연령 증가에 따른 임금 상승분을 완화하는 한국형 임금체계의 제도적 보완도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