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Notice

이달의 포커스 - 특별기고1(노동관계 3법 개정과 ILO핵심협약 비준에 대한 단상)

작성자 관리자 | 날짜 2021.06.30

노동관계 3법 개정과

ILO 핵심협약 비준에 대한 단상

이승길 교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1. 경영·노동의 환경 변화

2020년 초부터 코로나19 펜데믹(대유행)에 따라 세계경제는 저성장의 심화, 탈세계화 등의 변화로 구조적 저성장기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의 정치 · 경제 · 사회가 다양화 · 복잡화되고, 정치권은 선거로 인한 노동계의 요구사항의 공약화 및 정책과 입법화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이다. 이와 연동해 정치권은 포퓰리즘성의 친노동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기에 직면해 기존 정책의 대안을 만들어 진정한 변화를 통한 해법은 가능한가? 산업현장에서 ILO핵심협약비준과 개정 노동관계3법으로 노사간 다양한 갈등은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 현장에서 뒤처진 국가에겐 다양한 문제를 치밀하게 파악 · 인식해 실태에 따라 적절하게 해결할 능력이나 자원의 한계가 있다. 국회나 정부가 상세한 게임의 룰인 노동법을 개정함으로써 급변하는 경영환경이나 현장의 실태에 연착륙해야 한다. 하지만 개정된 법과 실태가 딴판으로 종식될 우려가 크다.

지난 2020년 4. 15 총선 이후 6월에 출범한 제21대 국회의 진영은 슈퍼 여당(더불어민주당)이 탄생하였다. 제21대 국회는 국회의원 300석중 176석을 차지한 집권 여당이 마음만 먹으면 통과시킬 수 있는 엄청난 판세 변화가 있었다. 정부는 작금의 코로나 사태 하에 전시 경제상황으로 선언하고, ‘한국형 뉴딜정책’ 및 ‘평등경제’를 주창한다. 이슈 파이팅으로 여야가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 도입, 전 국민 실업부조제도 도입, 급기야 대책없는 ‘기본소득’의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정작 세대 갈등을 불식할 재정 건전성을 담보하면서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묘책도 달리 없는 형편이다.

한편 정부(고용노동부)는 2019년 ILO(국제노동기구)핵심협약의 비준안과 관련된 대량의 노동관계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ILO 핵심 협약 비준 등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자 정부의 국정운영 100대 과제 중 ‘노동존중 사회 실현’ 부문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 주된 내용을 보면, ILO 핵심협약으로 제87호 협약(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제98호 협약(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 적용), 제29호 협약(전반적인 강제 또는 의무근로 금지) 세가지 비준을 추진했다.

이와 연계된 근로3권 중에서 ‘단결권’에 편중해 노동관계3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먼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노조법’)상의 정당한 해고자 · 실직자 · 구직자의 모든 노동조합에 가입 ‘허용’, 노동조합 전임자 급여지급금지 규정은 ‘삭제’, 생산시설과 ‘주요 업무시설’ 점거 금지, 단체협약 유효기간 2년→3년 ‘연장’ 등이 있다. 논쟁이 필요한 ‘교원노조법’상 초 · 중 · 고교(대학교수 노조는 제20대 국회 끝물에 허용)의 퇴직교원(정당한 해고자 포함)의 노동조합 가입 인정, ‘공무원노조법’상의 5급(행정사무관) 이상 간부 공무원의 노조 가입 허용, 퇴직공무원, 소방공무원 노동조합 가입 허용 등이었다.

그 후 2020년 6월 30일 정부는 다시 노동관계 3법안을 제21대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법안은 지난 제20대 국회에 제출한 후 회기 만료로 자동폐기된 노동관계 3법안과 거의 대동소이하다. 적시에 정부는 정치 일정상 노동법 개정을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제20대 국회에서 정부법안에 대하여 노사단체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특히 ‘경제계’는 무기 대등원칙을 위한 대체근로의 전면 허용, 노동조합의 부당노동행위 신설 및 형사벌칙 규정 삭제 등을 요구하였다. 그 당시에도 당· 정 · 청은 ILO 100주년 기념을 위하여 강력하게 추진할 의향도 가졌다. 하지만, 팽팽한 여야는 동상이몽으로 선거법 개정 및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 설치라는 엄청난 정치 갈등이 있었다. 그 때는 ‘선(先)입법 후(後)비준’ 전략을 본격 논의할 상황이 아니었다. 다만, 정부는 그 당시에도 관련 법안을 국회에서 최대한 처리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러한 와중에 ‘전교조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다수의견은 ‘법외노조 통보’(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2항)를 언급하면서, 법률의 구체적 · 명시적인 위임 없이 법률이 정하지 않은 법외노조 통보에 관하여 규정함으로써 헌법이 보장하는 근로자의 노동3권을 본질적으로 제한해 무효라고 판결했다(대법원 2020.9.3. 선고 2016두32992 판결(전원합의체)).

정부는 예언력이 있었던 것인지 전교조의 재합법화를 위하여 ‘해직교원’도 노조에 가입하도록 교원노조법 개정안은 이미 제출했었다. 당시 정부는 유럽연합(EU)이 자유무역협정(FTA)에 둔 ILO 핵심협약 미비준에 대해 분쟁해결절차에 돌입에 따른 대처라고 했다. 교원노조법 개정과 관련해, 우리 헌법은 국민 아닌 ‘근로자’만이 근로조건의 유지 ·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으로 일체적 노동3권을 가진다고 명문화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 조문은 ILO와도 구미 국가와도 다른 법 규정이다. 구체화된 노조법 및 특례의 교원노조법에서 헌법 합치적으로 체계적인 법해석이 선결될 과제로 판단하지 않은 아쉬움이 있다.

 

2. 노동관계 3법의 개정

험난한 정치 과정은 있었지만, 그 후 제21대 국회 첫 정기국회의 마지막 날인 2020년 12월 9일 본회의(여당 단독 심의)에서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핵심협약과 관련된 개정 ‘노조법’, ‘공무원의 노조법’, ‘교원의 노조법’ 등 고용노동부 소관 10개 법률안이 통과되었다.

특히 노조법은 ILO 결사의 자유 관련 협약 비준을 위한 개정과 아울러 기업별 노사관계의 특성을 고려한 보완방안을 입법하였다(2021.1.5. 대통령이 공포함에 따라 6개월 후 시행하게 되었다(2021.7.6.)).

드디어 국회는 ‘헌법 개정’보다 어렵다는 핵심되는 조항이 포함된 전면적인 노조법의 개정을 단행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노사단체는 상반된 관점에서 각각 비판하는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경제계는 부당노동행위의 처벌조항 삭제, 대체근로 허용 등을 주장했으나, 노조의 강한 반발이 두려웠기 때문에 제외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당초 정부안에 있었던 ‘시설점거 금지’와 ‘비종사자(해고자 · 실업자)의 사업장 출입을 제한 조항도 노동계의 요구대로 제외되었다. 한편 해고자. 실업자의 노조 가입 허용, 국내 노동법 국제수준 상향 등 노조법 관련 조항이 ILO원칙(결사의 자유와 교섭할 권리)과 충돌되지 않도록 절충점(?)을 찾은 성과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개정된 노조법은 대등성과 균형성을 통해 합리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하는데 ‘한계’가 잔존하는 노조법 체계가 되었다.

 

3. ILO 핵심협약 3개(87호·98호·29호) 비준

드디어 2021년 2월 1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ILO회 핵심협약(제87호 및 제98호-여당 단독 통과, 제29호 협약-여야 합의) 비준안을 통과시켰다. 야당(‘국민의힘’)은 ILO 핵심 협약의 관련 법안인 노동관계법 개정안이 2020년 12월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된데 대한 ‘절차적 흠결’과 ‘협약 비준으로 인한 노사 불균형’을 주장하며 퇴장했다. 핵심협약을 비준할 때에 실업자 · 해고자 등의 노조 가입이 허용되면서 노사 갈등을 유발한다는 주장이었다. 하여튼 2021년 2월 26일 ILO 핵심협약 비준 건은 국회 본회의를 그대로 통과하였다. 하지만 국회 비준을 받은 핵심협약의 내용과 관련해 일부가 국내 노동관계법과 충돌할 부분이 남아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비준된 핵심협약 조항>

■ (결사의 자유) 제87호 협약(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근로자의 차별없는 단체 설립 및 가입 인정 등)

■ (결사의 자유) 제98호 협약(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 적용-노조 강비을 이유로 차별과 편집으로부터 보호 등

■ (강제근로금지) 제25호 협약(전반적인 강제 또는 의무근로 금지-모든 형태의 강제근로 금지)

 

이러한 ILO 핵심협약의 비준으로 노동계는 활동력을 크게 높일 것으로 예견된다. 노동계가 개정 노동관계 3법에 대한 요구 사항을 대폭적으로 반영시켰지만, ILO 핵심협약 비준을 요구한 이유가 따로 있었다. 반면에 경제계는 ILO 핵심협약이 발효된 경우 노동조합 단결권이 크게 강화되어 노사관계의 불안이 가중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과 같이 대체근로의 허용,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사용자의 형사처벌 삭제, (파업시) 사업장 점거 전면 금지 등 보완 입법을 요청했으나 제외되었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후 정부는 외교부장관 명의로 ILO에 비준서를 기탁하게 된다(기탁 후 1년이 경과한 비준효력이 발생함).

한편 정부에서는 한 · EU FTA(자유무역협정) 전문가 패널이 지적한 문제는 해결되었고, 한 · EU FTA 분쟁 소지를 줄이는 등 통상 리스크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모든 근로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가로막는 국내외 노동 관련법을 모두 재정비하자”고 주장했다. 경제계도 “이익집단화된 노조로 인해 기업과 일반 국민들이 피해보는 측면도 있다”고 경영 애로사항을 토로했다. 게다가 노사단체는 향후 선거철 등을 고려하면 동상이몽의 상황이 되었다.

지금의 국회는 브레이크 없는 거여야소(巨與野小)의 구성으로, 여당은 입법권을 행사할 유리한 위치에 있다. 수적 우위는 훨씬더 위협적이고, 야당은 참담한 날치기, 입법 폭주라고 외치지만 표결의 열세에 속수무책이다. 여당은 자신들의 입법결단이 옳더라도 ‘노조판 뉴딜’이 되지 않도록 전문가나 경제계의 찬반 논쟁 및 야당 의견을 청취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여당의 일방적 입법은 상식, 국정의 계속성, 노사 및 국민의 이해관계의 균형과 같은 기본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여기에 국회의 의회 민주주의에서는 쟁점 법안이 심의 과정에서 민주적 절차를 따라 충분한 사회적 대화(논의, 토론, 논쟁)와 타협을 통해 심의해야 한다. 특히, 소수 의견(야당)이 개진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면서 효율적으로 심의되는 관행이 형성해야 한다. 국회의 생산적인 정치는 노사 및 국민의 관점(?)에서 원하는 것을 협치하고 포용할 필요가 있다.

 

4. 잔존한 노동관계법의 과제

코로나의 일상화 속에서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는 노동법의 변혁을 요구하고 있다. 여전히 노동법의 핵심어는 유연성이다. 현행 공업화 시대의 경직된 노동법을 시대 변화에 맞추어 유연화하는 것이 과제이다. 노동법의 핵심과제는 복잡한 상황에서 노사가 현안의 해결 · 예방은 그 한계나 폐해도 고려하면서 법 안에서 수용하고, 다양한 환경에서 각 개인이 그 잠재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법제도의 기반을 정비하는 것이다. 정작 우리의 미래의 노동법은 어떻게 진척되고 있는가?

다시금 ILO 핵심협약 비준에 따른 후속 조치가 노사관계에서 힘의 쏠림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 우선적으로 핵심협약의 비준에 따라 이미 개정된 ILO 노동관계 3법(2021. 7.6. 시행)의 후속 조치로서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의 고용노동부에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이관해 심의해야 하고(2021년 6월), 노동관계3법의 시행령 등을 정비하고(2021. 3. 입법예고, 2021. 7. 6. 시행), 홍보 · 교육 등 현장 안착을 추진해야 한다. 정부는 경영환경 변화를 정책에 잘 반영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희망적 사고'로 잘못된 결정에 따른 더 큰 노사갈등의 대가를 피해야 한다. 노사의 의중을 제대로 파악해 객관적인 인식에 기초해 다양한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

잘알다시피 ILO 협약이 비준되면 협약이 법적 효력을 갖게 된다. 신법(新法)우선의 원칙에 따라 ILO 협약이 우선한다. 노조법 중 ILO 협약과 충돌하는 조항은 협약으로 대체된다. 이와 관련한 문제로 제기될 수 있는 쟁점 사항이 있다. 즉 (i) 개정된 노조3법은 기업별 노조의 임원 자격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ILO 핵심 협약상 결사의 자유를 방해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해고자나 실업자가 기업별 노조의 간부로 활동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이다. (ii) 행정기관의 노조 설립신청의 반려도 결사의 자유를 위반할 소지가 크다. (iii) 노조의 활동 범위를 사용자의 효율적인 사업 운용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로 한정한 것도 협약 위반이 될 소지가 있다. (iv) 종사자(해당 기업의 직원)가 아닌 자의 사업장 출입 제한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노조법상 쟁점이 되는 법조항에 대해서는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가 우리 정부에 폐지와 개정을 권고한 사례와 관련이 된 남은 과제이다. 향후 정부와 국회는 추가적인 노조법을 개정하는 논의 과정이 있다면 일방통행으로 논란을 자초하기 보다는 노사단체 및 전문가들의 충분한 검토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국제노동기준을 지향하면서도 노사관계의 균형을 회복해 건전한 노사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토대가 구축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