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Notice

이달의 포커스 - 특집 -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노동3권, 그 현황과 전망

작성자 관리자 | 날짜 2021.07.06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노동3권, 그 현황과 전망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 변호사)

 

 

1.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단결권

 

가. 판례의 변천

대법원은 2018년 이후의 일련의 판결들로 노조법상 근로자의 범위를 대폭 확대하였다. 2018년 재능교육 사건 판결은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판단함에 있어 여전히 ‘사용종속관계’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나, ‘사용종속관계’의 존부를 판단하는 하위표지들에 관해서는 종전의 판결과 차이를 보인다. 2018년 판결은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지휘 · 감독 관계의 여부’와 ‘보수의 노무대가성 여부’를 사용종속관계를 판단하는 하위표지로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기존의 판례와 동일하지만, 기존의 판결에서 ‘노무의 성질과 내용’을 사용종속관계 판단의 하위표지로 언급한 것에 비하여 2018년 판결은 이러한 하위표지를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에 2018년 판결은 이전 판결에서는 언급한 적이 없는 ‘노무제공자의 소득이 특정 사업자에게 주로 의존하고 있는지’, ‘노무를 제공받는 특정 사업자가 보수를 비롯하여 노무제공자와 체결하는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특정 사업자의 사업을 통해서 시장에 접근하는지’, ‘노무제공자와 특정 사업자의 법률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 · 전속적인지’를 사용종속관계 판단의 하위표지로 새로이 언급하였다. 나아가 2018년 판결은 이들 하위표지들을 열거하는 순서에 있어서도 새로이 추가한 ‘노무제공자의 소득이 특정 사업자에게 주로 의존하고 있는지’, ‘노무를 제공받는 특정 사업자가 보수를 비롯하여 노무제공자와 체결하는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특정 사업자의 사업을 통해서 시장에 접근하는지’, ‘노무제공자와 특정 사업자의 법률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 전속적인지’라는 하위표지들(이들은 주로 ‘경제적 · 조직적 종속성’을 추단케 하는 것들임)을 기존의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지휘 · 감독 관계의 여부’ 및 ‘보수의 노무대가성 여부’라는 하위표지들(이들은 주로 ‘인적 종속성’을 추단케 하는 것들임)보다 앞에 언급함으로써 ‘인적 종속성’보다는 ‘경제적 의존성’이 노조법상 근로자성 판단의 핵심적인 표지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종래 법원이 노조법상 근로자성이 문제된 사례에서 ‘사용종속관계’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성 판단에서 사용되는 ‘사용종속관계’의 하위표지들 중의 일부를 사용하여 판단하였던 것과 구별될 뿐만 아니라, 경제적· 조직적 종속성을 판단하기 위한 새로운 하위표지들을 ‘사용종속관계’의 판단지표로 추가하였음을 의미한다.

 

나. 변경된 판례법리의 안착

위 재능교육사건 이후 대법원은 다양한 유형의 분쟁에서 방송연기자, 자동차판매 대리점 카마스터 등이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다양한 업종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노조법상 근로자성이 하급심에서 인정되었다.

 

1) 택배기사

서울행정법원 2019. 11. 15. 선고 2018구합50888 판결은 CJ대한통운의 집배점과 택배업무 위수탁계약을 체결한 택배기사들로 구성된 전국택배연대노조가 노조법상 노동조합이라고 판단하였다. 이 판결에서 법원은 (원고들이 운영하는 각 집배점) 택배기사의 주요 소득은 원고들로부터 지급받는 수수료이고, 택배기사가 동종-이종의 겸업을 통해 소득을 얻는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택배기사의 소득은 주로 원고들에게 의존하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고들이 택배기사와 체결하는 위수탁계약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자 택배기사의 소득과 직결되는 내용은 공제되는 집배점수수료 비율과 택배기사의 책임배송구역이라고 할 것인데, 원고들은 수수료율과 책임배송구역을 포함한 택배업무 위수탁계약의 내용을 비교적 일방적으로 결정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는 이유로 택배기사가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의 이러한 판단이 타당함은 물론이다. 나아가 서울행정법원이 판단한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왜 택배기사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못하는지 의구심이 든다. 한편, 위 판결의 원고가 대리점(집배점)주라는 사실이 시사하듯, 비공식 노동자의 노조법상 근로자성이 긍정되고 이들이 조직한 단체가 노조법상 노동조합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도, 그들이 제공하는 노무로부터 궁극적인 이익을 취하는 당사자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기껏 노동조합으로 인정돼도 ‘진짜 사장님’과는 단체교섭을 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90%가 넘는 택배기사가 대리점과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는 통계를 볼 때, 우리라나의 택배기사들은 ‘비공식 노동’과 ‘간접고용’의 두개의 함정에 빠져있는 셈이다. 택배기사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인정까지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대리점(집배점)의 배후에 있는 택배회사를 전국택배연대노조가 요청한 단체교섭에 어떻게든 인입(引入)할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한편, 서울행정법원은 2020. 9. 24. “참가인은 노조법상 근로자로 구성된 노동조합이므로 원고들은 참가인이 교섭을 요구하는 경우 사업장에 교섭요구사실을 공고하였어야 하고, 관련 법령 등에서 정한 공고기간이 지난 뒤에는 교섭요구 노동조합을 확정하여 공고하였어야 한다. 이와 같은 전제에서 내려진 이 사건 각 재심결정은 적법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하였고, 같은 날 선고한 다른 판결에서는 “중앙노동위원회가 2018. 3. 16.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 사이의 중앙2018교섭26 씨제이대한통운 주식회사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에 대한 시정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내린 재심결정을 취소한다.”는 취지로 CJ대한통운이 제기한 재심판정취소의 소를 기각하였다. 다만, 후자는 CJ대한통운의 ‘직영기사’가 조합원으로 가입한 것을 이유로 한 것이어서 법원이 집배점과 계약한 ‘위탁기사’와의 관계에서 CJ대한통운의 사용자성을 긍정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2) 학습지 교사

주식회사 대교의 학습지교사의 노조법상 근로자성이 쟁점이 된 서울행정법원 2020.4.2. 선고 2018구합83444 판결은 “학습지 교사 등은 원고에게 상당히 전속되어 있고, 위탁 사업자 계약의 내용은 원고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결정되며, 원고로부터 지휘-감독을 받고 있다. 또한 기본급 없이 회원 관리 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지급받는 구조는 여타 근로자들에 비해 경제생활을 불안정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원고의 사업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이들과 경제적 · 조직적 종속관계를 이루고 있는 학습지 교사 등은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보아 이들의 근로자성을 긍정하였다.

이 판결은 2018년 재능교육 판결 이후 변화된 노조법상 근로자성 판단에 관한 판례법리를 충실하게 적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학습지 교사 등은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결론은 당연하다. 나아가, 학습지 교사 등으로 조직된 참가인은 적법한 노동조합이므로, 원고는 참가인의 교섭요구사실을 공고해야 할 의무를 부담함에도 원고가 참가인의 2018.7.13.자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아 위 의무를 위반했다는 판단도 타당하다. 재능교육 판결 이후 소위 ‘특고’라고 불리는 비공식노동자의 노조법상 근로자성 문제는 사실상 해결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럼에도 이 사건과 같이 기업들이 과거의 협소한 기준을 원용하며 노동조합의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 절차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게 보고된다. 법률의 부지는 용서받지 못한다. 판례의 변화로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될 것이 명백해 보이는 사안에서까지 노동조합의 적법성을 운운해가며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 절차를 이행하지 않는 행위는 노조법 제81조 제3호가 규정하는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감독관청과 수사기관의 신속하고도,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다. 정리

2018년 이후 일련의 대법원과 하급심 판례들의 경향에 비추어 본다면, 향후 별도의 입법이 없더라도 현행 노조법 제2조 제1호의 해석만으로도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대부분은 향후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2.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단체교섭권

 

가. 문제의 소재

2018년 재능교육 판결은 현재 견고한 판례법리로 빠르게 정착되었다. 이렇게 변천된 판례법리에 따르면 종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류되어 노조법상 근로자성이 부정되어 왔던 노동자의 대부분은 별도의 입법이 없이도 당연히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노조법상 근로자의 개념이 이렇게 확장된 이상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해서도 노동3권이 온전하게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조직한 노동조합(이하 편의상 “특고노조”라고 함)이 관할 행정관청으로부터 노조법 소정의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은 경우 이러한 특고노조는 당연히 ‘법내노조’에 해당하므로 이들에게도 노조법이 전면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현재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가운데 일부 직종의 종사자들은 노동조합설립신고 후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았다. 그러나 이들 특고노조는 설립신고가 수리되었음에도 사용자와의 단체교섭 과정에서 단체교섭 요구단계에서부터, 교섭창구단일화 과정, 단체교섭대상의 확정 등 단체교섭의 일련의 과정에서 곤란함을 겪고 있다.

 

나. 단체교섭의 상대방 - 원청사업주에 대한 단체교섭 요구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포함한 근로자들의 단체교섭권의 행사 상대방은 현행 노조법상 “사용자나 사용자단체”라고 규정되어 있다. 이때 사용자는 노조법 제2조 제2호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이다. 여기서 사업주는 통상 근로계약 관계가 있는 근로자들과 관련하여서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업주일 것이지만, 노조법상 근로자 개념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개념보다 넓고 또한 반드시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사업주라도 노조법상 사용자가 될 수 있다고 새겨야 할 것이다. 다만 직종 내지 업종별로 조직되고 있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노동조합의 특성상 개별 사업주 범위를 넘어서 원청사업주와 사업주단체를 대상으로 하는 단체교섭 요구의 정당성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의 노무제공형태의 특징 중 하나는 원하청도급관계내지 그와 유사한 방식 하에서 노무제공계약관계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은 택배와 같이 원청인 물류회사를 중심으로 형성된 배송지역의 구분에 따라 물량을 수주받아 배송기사를 모집하고 택배업무를 위탁하는 대리점이나 시장지배력을 갖는 프로그램회사와 계약을 맺고 배송기사를 모집하여 해당 배송기사로 하여금 프로그램에 가입하게 한 후 프로그램회사가 전송해주는 배송요청에 따라 배송을 하도록 하는 퀵(배달)대행업체 등에 소속되어 택배 혹은 퀵(배달) 업무를 수행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에게서 특히 강하게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근로자측의 단체교섭요구에 따라 단체교섭 응낙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는 위 노무제공관계에서는 대리점이나 대행업체라고 할 수 있는데,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이 유지 · 향상될 수 있기 위해서는 사실상 물류회사나 프로그램회사 등이 대리점/대행업체와 함께 혹은 단독으로 근로자들의 단체교섭요구에 응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지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 문제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아닌 근로자들의 간접고용과 그에 따른 원청사업주의 단체교섭 의무라는 논의를 통해 주로 다루어지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9. 10. 27. “근로기준법은 노동자와 사용자간의 개별적 근로관계를 규율 대상으로 하며, 노동조합법은 노동3권 보장을 통한 집단적 노사관계를 규율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개별적 근로관계에 비해 집단적 노사관계에서의 사용자 범위는 확장될 수 있다. …… 따라서, 노동조합법 사용자 규정을 개정하여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노동조건 및 노동조합 활동에 대하여 실질적 지배력 또는 영향력이 있는 자까지 포함하도록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한 바 있다.

 

다. 교섭창구단일화 절차, 조정전치주의의 문제

하청노조의 원청을 상대로 한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경우 현행 노조법상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와의 관계에서 사용자가 이러한 단체교섭 요구에 응할 의무가 있는지 문제된다. 원청업체가 하청노조가 요구하는 단체교섭의 사용자가 되는 경우 교섭창구단일화 절차가 어떻게 정리되어야 하는지 다투어질 수 있고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원청업체가 하청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경우 단체교섭거부의 부당노동행위로 볼 수 있는지 논란이 된다. 근로자파견의 경우에도 파견근로자 노조와 사용사업주의 직고용 근로자노조가 모두 존재하는 경우라면 역시 교섭창구단일화 문제가 쟁점으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교섭대표제도의 시행으로 파견근로자 노조 내지 하청 노조와 사용사업주 내지 원청사용자 간의 이해관계는 매우 복잡하고 분쟁의 가능성이 높다.

하청노조나 파견근로자 노조가 다른 노조와의 관계에서 공동교섭 또는 개별교섭을 원청사용자나 사용사업주에게 요구하는 경우 과반수 노조 또는 공동대표단을 구성하여 실질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정규직 노조가 하청 노조 내지 파견근로자노조에 호의적이라면 교섭대표노조에 참여하려고 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 자율교섭을 요구하거나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노동쟁의 조정은 단체교섭을 촉진하는 제도이므로, 노동조합의 경우에도 노조법 제29조의2에 의해 결정된 교섭대표노동조합일 것을 요한다. 그런데,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당사자적격을 확대해 하청노동조합의 원청사업주에 대한 노동쟁의 조정신청의 적격을 인정하는 경우, 하청노동조합에 대해서도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지위가 있어야 하는지 문제된다. 현행 노조법의 해석론으로는 교섭창구단일화절차를 거치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편, 간접고용 근로자와의 관계에서 사용기업(원청)을 사용자로 인정할 경우 단순하게 사용자 개념의 외연이 넓어지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교섭창구단일화 제도와의 관계에서 ‘교섭단위’의 분리를 인정할 것인지, 원청 이외에 하청기업을 단체교섭에 어떻게 인입(引入)할 것인지, 이러한 3자 교섭방식의 규율과정에서 행정기관에 어떠한 권한을 부여할 것인지 등의 복잡한 문제가 예상된다. 따라서 노조법의 일부 조항의 개정만으로 이러한 다양한 쟁점에 관한 합리적인 규율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예상된다.

현재의 노사관행상 중층적 노동관계하에서 교섭창구단일화에 대해서는 위와 같은 이론적 난점이 존재함은 물론이고, 실무적으로도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거부하기 위한 전제로서 교섭창구단일화에 협력할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 즉, 하청노동조합이 원청 창구단일화절차에 참가가 쉽지 않고, 별도의 교섭단위로 보아 교섭요구를 하더라도 원청사업주가 이에 대해 교섭요구사실공고 등의 절차를 이행할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거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쟁의 조정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하청노동조합에게 기대가능성이 없는 지위의 획득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다. 특히 앞에서 조정제도의 서비스적 성격, 당사자 자율에 기초한 분쟁해결이라는 제도적 취지를 고려한다면 단지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실현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에 교섭창구단일화를 거쳤는지 여부는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논하는 단계에서 판단하도록 하고 조정 절차 내에서는 이를 다루지 않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보아야 한다.

다만, 노동분쟁은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하여 발생한 분쟁상태를 의미하므로, 원청으로서는 적어도 분쟁이 존재한다는 점을 예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하청노동조합이 원청에 대한 아무런 교섭요구 없이 막바로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하는 것은 노동쟁의의 자주적 해결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하청노동조합이라도 창구단일화절차를 준수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 이를테면 원청사업주에 대한 교섭요구 또는 교섭단위 분리신청(노조법 제29조의3 제2항)은 형식적으로라도 할 필요가 있다.

하청노동조합과 원청사업주의 사이의 관계는 마치 산별교섭과 유사한 구조라는 점에서 기업별 노조를 전제로 설계된 교섭창구단일화절차와는 정합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장기적 관점에서는 입법적 해결 방안도 적극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라. 정리

원하청관계에서 단체교섭당사자로서 사용자는 근로계약 내용의 결정권자이므로 원청기업을 사용자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으나, 노조법상 사용자 개념을 확장하여 간접고용관계에 있어서도 간접고용근로자의 근로조건에 영향력을 미치는 사용기업을 사용자에 포함시키는 입법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교섭창구단일화 제도가 존재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사용기업(원청)의 노조법상 사용자성이 인정되더라도 교섭창구단일화와 관련한 법적용상 문제가 발생한다. 단일의 사용사업주가 ‘단독으로 고용한 근로자(직영근로자)’와 ‘공동으로 고용한 근로자(간접고용근로자)’를 결합한 교섭단위’를 인정하고, 사용사업주가 이러한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간접고용근로자를 노사자치의 영역으로 포섭시키는 미국 제도의 수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간접고용근로자들이 원청업체와 별도의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않을 경우 원청업체의 직접고용근로자들이 적용받는 단체협약이 하청업체에 의해 사용되고 있는 간접고용근로자들에게도 확장 적용하는 입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3.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단체행동권

 

가. 문제의 소재

특고노조의 쟁의행위에 관해서는 종래 주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가 업무방해죄를 구성하는지와 관련하여 업무의 ‘타인성’이 문제가 되었었다. 과거 화물연대의 집단적 운송거부가 업무방해죄를 구성하는지가 다투어졌던 사건에서 대법원은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화물 운송을 집단적으로 거부한 사정만으로 화주 등 ‘타인의 업무’를 방해하였다고 평가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지하였다. 다만,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되고, 특고노조가 노조법상 노동조합으로 인정된 이상 특고노조가 자신의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사용자의 업무의 정상적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 이러한 행위는 노조법상 쟁의행위의 개념에 포섭된다고 보고, 노조법의 제반 규정에 근거하여 해당 행위의 정당성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이 정합성이 있는 법적용이라고 생각된다. 이처럼 특고노조의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가 쟁의행위에 해당한다면, 특고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해서도 “사용자는 쟁의행위 기간 중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다.”라는 노조법 제43조는 제1항이 적용되는지, 나아가 동 조항이 적용된다면 대체근로가 금지되는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의 범위를 어떻게 해석하여야 하는지 등이 해석상 논란이 될 것이다.

 

나. 하청노조의 쟁의행위 - 택배노조 사건을 중심으로

 

1)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2020. 2. 12. 선고 2019고단579 판결

 

이 판결의 배경이 된 사실관계를 보면, 이 판결의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들은 CJ대한통운(이하 ‘피해자 회사’라 함)의 구미지점과 위탁계약을 체결한 집배점으로부터 다시 위탁을 받아 김천지역에서 택배화물집배송을 하는 택배기사들이다. 피고인들의 단체교섭 요구에 피해자 회사가 응하지 않자 피고인들은 2018. 11. 22. 09:30경 김천터미널에서 택배화물 상차 지정 위치에 자신들의 택배 화물차량을 주차하여 같은 달 24.14:00경까지 2일 동안 피해자 회사가 투입한 대체 택배 화물차량이 상차지정위치에 주차하지 못하고 수 미터 떨어진 곳에 주차하게 하였다. 그리고 피고인들은 피해자 회사가 대체 택배 화물차량에 택배화물을싣고 배송을 위해 위 터미널을 나오려고 할 때 택배 화물차량에 적재된택배화물을 검사하여 생물 등 일부 품목에 대하여만 반출을 허용하고 단시일 내 부패 손상의 우려가 없는 공산품을 비롯한 대다수의 택배 화물을 차량 밖으로 끌어내리는 방법으로 반출 및 배송을 막았다. 또한, 같은달 24. 12:53경부터 같은 날 14:00까지 대체 화물차량이 택배 화물을 싣고 위 터미널 밖으로 나가려 하자 터미널 출입구에 일렬로 서서 위 화물차량들이 터미널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았다.

이러한 사실관계 아래서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2020. 2. 12. 선고 2019고단579 판결은 “사용자의 규모가 클수록 대체 인력 투입에 따른 부담은 작아지기 마련이고, 도급, 하도급 등으로 간접고용의 단계가 심화될수록 근로자의 지위는 약화되기 마련이다. 피해자 회사와 같이 전국에 여러 지점을 두고 택배사업을 하는 대기업 소속 인원과 차량의 규모를 고려할 때 ‘당해 사업’의 범위를 너무 넓게 해석할 경우 피고인들의 단체행동권이나 교섭권은 형해화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다음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피해자 회사가 보낸 직영 기사들은 이 사건파업이 일어난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결국 피해자 회사의 대체인력 투입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이라고 보아 위 직영기사들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조합원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 사건에서 김천지원은 김천터미널에서 일하는 택배 기사들과 대구, 광주, 서울 등지에서 근무하는 직영 기사들의 업무나 노무관리가 서로 일체로 관리된다고 볼 수 없는 점, 피해자 회사가 각 세부 지역별로 집배점과 계약을 체결하여 지역들이 서로 분리되어 있는 점, 김천터미널의 파업이 서울, 부산, 광주 등 다른 지역의 집배점 업무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 등을 들어 이 사건 파업에서 피해자 회사가 보낸 직영 기사들은 파업 시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로 보아야 하고, 결국 피해자 회사의 대체 인력 투입은 노조법 제43조 제1항을 위반한 것이라 판단하였다. 따라서 피해자 회사의 위법행위에 대항한 피고인들의 행위는 파업의 효율성을 확보 강화하기 위한 보조 수단으로서 업무방해 행위에 해당하지 않거나, 정당방위 또는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없다고 판시하였는바, 이러한 판단은 노조법 제43조 제1항이 금지하는 대체근로가 행해졌을 경우 이에 대항하여 대체 근로를 방해한 행위(실력행사)가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가에 대해 하급심이지만 보기 드물게 구성요건이 아예 해당하지 않거나, 정당방위 또는 정당행위로 인정하여 위법성을 조각한 것이다.

이러한 판단은 택배노조의 쟁의행위의 상대방을 집배점(대리점)으로 볼 경우, 집배점이 운영한는 사업의 관점에서 보면 원청인 CJ대한통운 소속 ‘직영 기사’는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별히 어려운 쟁점은 없는 상식적인 판단이라고 생각된다.

 

2) 창원지방법원 2020.8.18. 선고 2019고정406 판결

 

창원지방법원 2020. 8. 18. 선고 2019고정406 판결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이라 한다)에 있어서 적법한 파업에 수반되는 피케팅 및 연좌 · 농성하는 직장점거는 어느 정도 허용된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이나,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게까지 이러한 수인의무를 널리 인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사안에서 CJ대한통운은 노조원들과 직접적인 고용관계가 없기는 하나, 실질적으로는 대리점을 통하여 택배기사들을 지시하여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므로 CJ대한통운을 쟁의행위와 전혀 관계없는 제3자로 보기는 어렵고, 이른바 ‘간접고용’에서 쟁의행위가 어느 정도까지 허용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하여 택배기사의 직접 계약상대방인 집배점이 아니라 그 배후에 있는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하여 수인의무를 부담하는지 문제된다는 점을 지적한 후, “이와 관련하여, 대전지방법원 2015. 1. 15. 선고 2014노390 판결(이른바 ‘수자원공사’ 사건)은 하청업체인 청소용역업체 근로자들이 원청업체인 수자원공사의 사업장 내에서 한 쟁의행위는 원청업체의 재산권 또는 시설관리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지 않아 정당행위에 해당하고, 사용자의 위법한 대체근로 행위에 대하여 어느 정도의 실력행사를 하는 것 역시 허용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2015도1927호 상고심 진행 중).”고 판시하여 하청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한 원청기업의 수인의무 등에 대한 이른바 ‘수자원공사’ 사건의 상고심이 계속중이라는 점을 이례적으로 언급하였다.

나아가, “이 사건에서 택배기사와 직접 계약관계에 있는 대리점은 사실상 독자적인 결정권이 없이 CJ대한통운이 실질적인 업무지시 및 대체배송을 실시한 것이어서, 이는 노조법의 규정취지와 부합하지 않는 측면도 존재한다. 결국 이 사건에서 쟁의행위의 허용범위를 판단할 때는 근로자 노동 3권의 실질적인 보장과 제3자의 권리보호, 그리고 위와 같은 사안의 특수성이 모두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하면서 이 사건에서 조합원들은 CJ대한통운의 직영차량투입행위가 위법한 대체인력 투입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실제 쟁의행위 당시에는 모든 직영차량의 터미널출입을 저지하거나 통제하려는 시도도 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여 이러한 행위가 업무방해에 해당하거나 그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또한 쟁의행위에 수반되는 정당한 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일부 무죄를 선고하였다.

한편, 이 판결이 선고된 직후 대법원은 ‘수자원공사’사건의 상고심에서 “수급인 소속 근로자들이 집결하여 함께 근로를 제공하는 장소로서 도급인의 사업장은 수급인 소속 근로자들의 삶의 터전이 되는 곳이고, 쟁의행위의 주요 수단 중 하나인 파업이나 태업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도급인은 비록 수급인 소속 근로자와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지는 않지만, 수급인 소속 근로자가 제공하는 근로에 의하여 일정한 이익을 누리고, 그러한 이익을 향유하기 위하여 수급인 소속 근로자에게 사업장을 근로의 장소로 제공하였으므로 그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일정 부분 법익이 침해되더라도 사회통념상 이를 용인하여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사용자인 수급인에 대한 정당성을 갖춘 쟁의행위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이루어져 형법상 보호되는 도급인의 법익을 침해한 경우, 그것이 항상 위법하다고 볼 것은 아니고,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형법 제20조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라는 취지로 판결하였다.

 

3)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2020. 9. 9. 선고 2019고정1106 판결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2020. 9. 9. 선고 2019고정1106 판결은 “이 사건에서 피해자 회사와 피고인들 사이에 ‘직접적인’ 고용관계가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 회사는 위수탁계약 관계에 있는 집배점을 통하여 배송기사인 피고인들로부터 노무를 제공받는 형태로 배송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바, 피해자 회사가 이 사건 쟁의행위와 전혀 관계없는 제3자라고 보기도 어렵다.”라고 한 후, 위 수자원공사 대법원 판결을 원용하면서 “수급인 소속 근로자의 정당한 쟁의행위가 형법상 보호되는 도급인의 법익을 침해하더라도,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형법 제20조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됨을 분명히 하였고, CJ대한통운의 대체인력 투입행위의 위법성에 관하여 “① 노조법은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여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는 것 등을 목적으로 제정된 것으로(노조법 제1조), 개별적 근로관계를 규율하기 위해 제정된 근로기준법과는 목적과 규율내용이 다르고, 이러한 입법 목적과 노동3권 보장의 필요성을 고려하면 노조법상 ‘사용자’ 개념은 근로기준법상의 ‘사용자’ 개념보다 확장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② 특히 위 제43조의 규정은 사용자의 쟁의행위 대항수단이 아무런 제한 없이 허용될 경우 근로자 쟁의권의 본질적인 내용이 침해받게 되므로 이를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제한함으로써 근로자의 쟁의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려는데 그 입법취지가 있고, ③ 여기에 원청업체가 하청업체를 통해 노동자를 고용하는 방식의 간접고용관계에서 원청업체는 하청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실질적으로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가 제공한 근로의 결과를 향유하고,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는 원청업체의 영향력 아래에서 근로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상황을 더해보면, 비록 근로계약상 사업주는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하여 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 ·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는 노조법 제43조의 적용을 받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위 판결은 대체인력 투입행위와 관련하여 원청인 CJ대한통운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면서 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7두8881 판결을 참조로 명시하였는바, 위 판결이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관한 원청의 사용자성을 긍정한 취지임을 고려할 때, 법원은 택배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한 대체인력 투입행위를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와 유사하다고 보아 원청의 사용자성을 긍정한 것으로 이해된다.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판결이 인정한 대로 CJ대한통운이 집배점과 계약을 체결한 택배기사들의 근로조건에 관하여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 ·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면, 쟁의행위에 대한 (위법한) 대체인력 투입행위는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를 구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할때 노조법 제43조 소정의 대체인력 사용금지의무와의 관계에서 원청인 CJ대한통운을 ‘사용자’로 인정하는 것은 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7두8881 판결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위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판결이 ‘단체교섭’의 국면에서의 CJ대한통운의 사용자성까지 명시적으로 긍정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기존의 판례에 위반한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4)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 2020. 10. 15. 2019고단589 판결

 

위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2019고정1106 판결이 선고된 이후,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에서는 다소 상이한 입장의 판결이 있었다. 즉,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 2020. 10. 15. 2019고단589 판결은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피해자 회사가 집배점주들과 택배화물운송 위수탁계약을 체결하고, 다시 집배점주들이 택배기사인 피고인들과 택배화물운송 위수탁계약을 체결함으로써 피해자회사와 피고인들 사이에는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점, 피고인들이 소속된 택배노조는 집배점주들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다가 조합원 찬반투표, 조정절차 등을 거쳐 쟁의행위에 돌입하였고, 피고인들과 사이에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으로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지 아니한 피해자 회사를 상대로는 위와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점, 집배점주와 택배기사인 피고인들 사이의 계약조건은 당사자들인 집배점주와 피고인들이 전적으로 결정할 뿐 피해자 회사가 위 계약내용에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집배점주에게 집화, 배송 등의 업무를 위탁한 도급인인 피해자 회사를 집배점주로부터 집화, 배송 등의 업무를 수탁한 피고인들과의 관계에서 노조법 제43조 제1항의 사용자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게 되면 노조법 제91조, 제43조 제1항의 범죄구성요건인 행위주체의 범위를 지나치게 유추 또는 확장함으로써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이 제출한 증거나 드는 사정만으로는 피해자 회사가 노조법 제43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하여 노조법 제43조 제1항 적용의 관계에서 CJ대한통운의 사용자성을 부정하였다.

나아가 “택배사업은 택배 발송인과 수신인 사이를 연결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으로 전국단위의 물류시스템을 기반으로 하고, 기능적으로 집화 - 중계수송 - 배송의 절차를 거치고, 장소적으로 지역터미널 - 광역터미널 - 지역터미널의 장소를 거치며, 심지어 경주지역에서 경주지역으로 택배화물을 운송하는 경우에도 집화 - 경주 지역터미널 - 광역터미널(충북 옥천) - 경주 지역터미널 - 배송의 절차 및 장소를 거치게 되고, 이와 같이 택배사업은 전국적으로 집화를 담당하는 택배기사, 중계수송담당자, 배송을 담당하는 택배기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사업을 완성하는 점, 집배점주와 위수탁계약을 체결한 피고인들의 쟁의행위로 배송업무가 마비된 경주지역에서 피해자 회사가 타 지역에 있는 직영택배기사를 동원하여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인 경주 지역터미널에 도착한 택배화물을 경주지역 수신인에게 배송하는 업무를 수행한 점 등을 인정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 회사를 피고인들의 사용자로 가정하더라도 전국적인 화물운송 등을 사업목적으로 하는 피해자 회사가 발송인과 수신인 사이의 화물운송절차 중 일부분인 경주지역 배송업무에 타 지역 직영택배기사를 투입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들을 노조법 제43조 제1항이 규정하는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로 단정할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보아 CJ대한통운의 대체인력의 투입행위의 적법성을 긍정함을 전제로 업무방해죄의 성립을 긍정하였다.

 

다. 정리

특고노조의 쟁의행위의 정당성 및 원청의 대체근로의 정당성 문제는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입장이 상이한 1심판결이 선고되는 등 아직까지 법리가 발전도상에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적어도 관련사건에 대한 고등법원의 항소심 판결이 선고되기까지는 향후의 판례법리의 형성의 방향을 짐작하기 용이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수자원공사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고려할 때, 특고노조의 쟁의행위와 관련하여서는 근로자들이 노무를 제공하는 장소가 어디인지가 중요한 기능할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계약관계라는 규범적 관계를 중심으로 사용자가 누구인지를 판단하는 전통적인 계약적 식별의 방법론 외에 근로자들이 실제로 노무를 제공하는 장소를 ‘사업장’으로 보고, 이러한 사업장에 대하여 사실상 지배력을 갖는 자를 ‘사용자’로 인식하는 기능적인 접근을 통하여 쟁의행위의 상대방이나 대체근로 규정의 적용에 관한 사용자성을 판단하는 방법이 유용할 것으로 생각된다.

계약관계라는 규범적 관계를 중심으로 사용자가 누구인지를 판단하는 전통적인 계약적 식별의 방법론 외에 근로자들이 실제로 노무를 제공하는 장소를 ‘사업장’으로 보고, 이러한 사업장에 대하여 사실상 지배력을 갖는 자를 ‘사용자’로 인식하는 기능적인 접근을 통하여 쟁의행위의 상대방이나 대체근로 규정의 적용에 관한 사용자성을 판단하는 방법이 유용할 것으로 생각된다. 즉, 쟁의행위가 발생한 ‘사업’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를 먼저 특정한 다음 쟁의행위의 맥락에서 그러한 ‘사업’과의 관계에서 원청기업을 사용자로 볼 수 있는가를 지배 · 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서의 원청의 사용자성과 유사한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인 해석론이 될수있을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