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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서평 - 물질을 빼고 행복을 추구하자

작성자 관리자 | 날짜 2021.07.13

물질을 빼고 행복을 추구하자

「행복의 경제학」 쓰지 신이치 지음/ 장석진 옮김/ 서해문집 2009

 

 

설가 김연수는 중앙일보 2006년 5월 13일자 ‘삶과 문학’ 편에서 C더글러스 러미스의 책 「경제성장이 아니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를 인용하여 ‘타이타닉 현실주의’에 대해 말했다. ‘타이타닉 현실주의’는 요리사나 기관사의 입장에서 배가 멈추면 그들의 일자리가 없어지게 되기 때문에 곧 빙산에 부딪치므로 당장 멈추어야만 한다고 소리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곧 부딪치는 타이타닉호에서 중요한 것은 일자리가 아니라 생명인데도 말이다. 우리 생활에서도 경제를 계속 발전시켜야 돈이 많아지고 그러면 더욱 행복해진다는 주장은 일면 타이타닉 현실주의에 사로 잡힌 모습이다. 타이타닉호가 일자리 때문에 멈추지 못하여 생명을 잃듯이, 경제성장의 지속이라는 돈의 추구는 행복을 잃을 수도 있다. 일자리가 곧 생명이 아니듯, 돈이 곧 행복은 아니다. 오히려 너무 많은 돈은 행복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경제의 성장은 행복에 기여할 수 있지만, 어느 단계부터는 경제적 요소를 줄이면서 행복을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오늘날 우리가 점점 더 행복해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한번쯤 던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냥 세상 속에 놓여 지내다 보면 매우 공허한 나, 결코 행복하지 못한 나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행복의 경제학」은 그런 의도에서 선정했다.

저 자인 쓰지 신이치 메이지학원대학 국제학부 교수는 우리가 살아가는 풍요를 위한 경제 시스템이 국극적으로 사람을 행복하게 하지 않는 시스템이라면 새로운 경제 개념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경제학’이라는 학문을, 경제 그 자체를 발전시키기 위한 학문이 아니라 인간이 행복해지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만들고, 그것을 ‘행복의 경제학’이라 이름 지었다.

나는 이 책이 우리가 살아 가는 방식과 생활에서 여러 가지 의문을 제시하고 있음에 주목한다. 가장 대표적 의문점은 ‘그렇게 열심히 살면서 풍요를 위한 발전을 추구하지만 궁극적으로 행복한 삶과는 점점 멀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이다. 이에 답하기 위해선 먼저 발전이란 무엇인가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이 책은 오늘날의 발전이란 오직 풍요로운 정도, 즉 물질적 부에 의해 측정된다고 본다. 가장 대표적 측정치는 GNP(국민총생산)나 GDP(국내총생산)다. 또 전 세계 모든 나라와 국민이 ‘발전’이라는 프로세스 속에 있다고 말한다. 책은 이 발전의 개념에 반기를 들고 싶어 한다. 그렇게 진행된 발전이 궁극적으로 행복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국민의 노동시간이 줄어들고, 여가가 늘어나는 것을 ‘발전’이라고 하겠다거나, 자연과 문화를 소중히 하여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즐거운 나라가 되는 것을 ‘발전’이라고 정의하면 안되느냐’고 묻는다.

 

그렇게 해서 나왔던 말로 GHN를 소개한다. 이 말은 부탄의 지그메 싱기에 왕추크 Jigme singye Wangchuck 전 국왕이 1970년대에 만들어 낸 말이다. Product-상품의 ‘P’ 대신에 Happiness- 행복의 ‘H’를 넣었다. 한 나라의 부(W)를 재기 위한 지표로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GNP(국내총생산)에 빗대어 마지막의 ‘P’대신 ‘H’를 넣었던 것이다. 즉 GNH는 국민총행복으로 해석할 수 있다. 어쩌면 부탄 전 국왕은 GNH라는 말을 통해 GNP라는 발전의 모델을 전면 부정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100세 시대를 배우고 공부하면서 ‘우리의 인생을 거꾸로 들여다본다면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에 천착하여 그 내용을 모아 본 적이 있다. 나는 그 제목을 ‘거꾸로 생각하면 보이는 여유 있는 삶!’이라 이름 붙였다. 이 내용은 행복의 경제학과 일면 비슷한 점이 있다. 당신이 하는 오늘의 물질추구와 삶의 속도를 잠시 멈추고 다음의 내용을 보아주기 바란다.

 

너무 부지런하게 살려고 하지 마라. 사람들은 원래 게으르다. 따라서 부지런한 사람이 예외인 것이다. 재미있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다. 재미를 아는 사는 사람이 세상을 잘 산다. 즐거운 삶을 추구해야 한다. 사람들은 원래 즐거운 것을 좋아한다. 따라서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더 좋다. 완벽한 삶을 추구하지 마라! 완벽한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남들에게 잘 보이려고 하지 마라. 어색한 꾸미기보다 자연스러운 나의 모습을 사람들은 더 좋아한다. 직장이 제1의 인생 목표는 아니다. 직장에서의 성공은 내가 하고 싶은 목표를 이루게 해 주는 유효한 방법이므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시간을 알뜰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라! 가끔은 아무 일 없이 멍 때리고 있는 것도 괜찮다. 아침형 인간이 성공한다는 등 말을 따라서 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나치지 않은 하루 일과가 오히려 낫다.

 

쓰지 신이치 교수는 「행복의 경제학」에서 물질주의로부터의 탈피와 슬로 라이프를 주장한다. 풍요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크기와 속도를 줄이라고 조언한다. 물질부자가 아니라 시간부자, 소비부자가 아니라 자연과의 조화 부자가 되라고 한다. 현대 사회를 사는 우리는 물질과 속도를 뺀 행복을 추구해 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 「행복의 경제학」을 읽어라. 행복한 생활이 무엇인지 중심을 잡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