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Notice

이달의 포커스 - 특별기고(산업안전보건의 관점에서 직장내 괴롭힘의 정신적인 피해에 대한 예방의 필요성)

작성자 관리자 | 날짜 2021.07.23

산업안전보건의 관점에서

직장내 괴롭힘의

정신적인 피해에 대한

예방의 필요성

박수경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박사후연구원)

 

 

1.이른바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의 탄생

직장내 괴롭힘은 직장이라는 폐쇄적이고 한정적인 공간에서 발생하는 인간의 본성과 정치적 및 역학적인 권력의 발현으로서, 다수 또는 개인이 다른 개인에 대하여 행하는 부당하고 불합리한 신체적 · 정신적 공격이다. 이는 신자유주의의 영향으로 성과주의가 만연하게 되었고, 근로자의 노동능력은 말 그대로 상품화가 되어 그에 따른 이용가치가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직장내에서 인간관계가 불균형적으로 발달하게 되고 그 결과 직장내 괴롭힘의 피해는 개인, 기업, 사회에 심각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하지만 그동안은 관련 법규에서 직장내 괴롭힘 관련 조항이 없었다보니, 직장내 괴롭힘에 대한 정의와 개념조차 정립되어 않아 직장내 괴롭힘에 대한 이해와 해결에 많은 어려움이 산적되어 있었다.

하지만, 2019년 직장에서 발생하는 괴롭힘을 규율하는 이른바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2019.7.16. 시행), 「산업안전보건법」(2020.1.16. 시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19.7.16. 시행))이 시행되어, 곧 법 시행1주년을 앞두고 있다.

근로기준법에서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직장내 괴롭힘이라 하여 이를 법률에서 금지하고 있는 점, 이에 대처하기 위한 정부 및 기업의 조치가 강구되고 있는 점, 그리고 사용자가 괴롭힘의 피해 등을 호소한 근로자에 대한 불이익 처우 금지 등에 위반한 경우 형사벌이 부과되어 있는 점 등에서 보면 법적 강행력이 강하며, 아시아 최초의 직장내 괴롭힘을 규율한 법으로서 그 의의를 높게 평가할 수 있다.

무엇보다 그동안 언론에서 많이 보도되었던 간호사들의 태움문제, 몇몇 대기업 임원의 갑질문제 등,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한 피해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그 동안은 직장내 괴롭힘의 행위가 무엇인지 정의가 없어 사실행위의 판단이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 법개정을 통하여 괴롭힘 행위의 핵심적인 구성요건을 확립함으로 직장내 괴롭힘의 사실관계 인정 등에 명확한 기준을 정립하게 되었다.

 

2.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한 정신적인 피해

직장내 괴롭힘과 관련된 주요 사항은 근로기준법상에 규정되었지만, 이와 함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을 통하여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에 대해 보상할 수 있는 법제도가 개선되었다(제37조).

그동안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된 업무상 질병이 판례 등을 통하여 인정되어 오긴 하였으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을 통하여 산재보험이 보호하는 업무상 질병에 직장내 괴롭힘,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이 명문화되었다.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한 결과 및 피해는 육체적, 정신적 등 광범위하게 나타날 수 있다. 육체적 피해와 달리 가시화되어 드러나기 힘든 정신적 피해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고 산재로 보상을 받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 또한 괴롭힘의 피해로부터 구제책 및 해결책을 찾지 못한 피해자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의 안타까운 사건이 여전히 계속 발생하고 있다. 노동연구원에서 실시한 실태조사의 결과에서 보아도, 최근에 당한 직장내 괴롭힘의 유형으로 “정신적인 공격”이 가장 높은 결과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대부분의 업종에서 정신적인 공격 피해에 대한 경험이 높다고 제시하고 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이번 산재보험법의 개정을 통하여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에 대하여 보상할 수 있는 법제도가 개선되었다는 점을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직장내 괴롭힘의 피해를 입은 후 산재보상을 받게 되는 것은 결국 “사후적 조치”이다. 그러므로 예방적 관점에서 직장에서 발생하는 괴롭힘으로 인한 정신적인 피해에 대한 사전예방의 필요성이 더욱 증대된다.

 

3. 산업안전보건법상 직장내 괴롭힘의 정신적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정비의 필요성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한 정신적인 피해 등을 포함하여, 근로자의 정신건강과 관련된 여러 외국의 경우를 살펴 보면, 근로자의 정신건강 문제에 대하여 각 국가가 다양한 방식을 관련 법제로 마련하고 있다. 근로자의 업무관련 스트레스 등의 정신건강 문제를 살펴보면, 예방에 치중한 국가는 정신건강문제의 위험 커버리지 시스템이 덜 정교하고, 반면에 보상제도가 잘 발달된 국가는 예방에 주의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현행 우리 법제도를 볼 때에, 산재보험법상의 보상에 관련해서는 법정비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근로자의 정신건강문제를 산업안전보건법상 예방적 관점에서의 관련 제도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그러므로, 결국 산재보상이라는 사후대처방안과 더불어 장기적으로는 예방적인 관점에서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한 정신적인 피해를 예방하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이와 관련하여 2019년 국제노동기구(ILO)의 창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제108회 총회에서 “일의 세계에서의 폭력과 괴롭힘의 근절에 관한 협약(제190호)(Convention Concerning the Elimination of Violence and Harassment in the World of Work(No.190))”이 채택되었다. 동 ILO 제190호 협약의 제9조의 사용자의 강구조치에서 직업안전과 건강관리에 있어서 폭력과 괴롭힘에 관련된 사회심리적 위험을 고려(제9조(b))하고, 근로자대표와의 참여로 위험성을 확인하고 폭력과 괴롭힘에 대한 위험을 평가하고 이러한 것을 예방하고 통제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제9조(c)), 상기에서 특정된 위험성과 폭력과 괴롭힘에 대한 위험, 관련 예방과 보호조치에 대하여 적절하고 접근가능한 형식으로 근로자와 다른 관련자에게 정보와 훈련을 제공(제9조(d))해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한 정신적인 피해를 적극적으로 예방한다는 관점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사업주의 의무로서 근로자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줄일 수 있는 쾌적한 직업환경의 조성 및 근로조건 개선(제5조 제1항 제2호)을 규정하고 있지만, 직장내 괴롭힘을 명시하여 이로 인한 피해에 대한 사업주의 의무는 규정되어 있지 않다. 또한 유해 · 위험 방지 조치에 관한 사항을 보아도,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조치(제41조)는 규정되어 있지만, 근로자의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한 정식적인 피해 등에 대한 위험성 평가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러므로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정신적 스트레스의 범위를 명확히 하여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한 정신적인 피해가 포함되는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에 산업안전보건법 제36조에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한 정신적인 피해 등의 업무관련 스트레스의 요소도 위험성 평가에 포함하여 확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일본의 노동안전위생법(勞動安全衛生法) 제66조의 10은 근로자의 심리적 부담 정도를 파악하기 위한 검사가 사업주에게 의무화되어 있다.

즉, 이른바 스트레스 체크(stress check)라고 하는 심리적 부담의 정도를 파악하기 위한 검사가 규정되어 있어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 근로자의 스트레스 및 정신건강의 문제를 사전에 파악하여 대응을 강구할 수 있다. 그러므로 법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ILO 협약의 내용과 일본의 스트레스 체크 제도 등도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산업안전보건법상에서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한 정신적인 피해 등을 포함한 근로자의 정신건강을 예방하고 보호할 수 있는 방안 강구와 제도 정비를 위한 노력이 향후 더욱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