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Notice

이달의 포커스 - 최신판례해설

작성자 관리자 | 날짜 2022.02.25

청소용역업체의 변경과 고용승계

- 대법원 2021. 4. 29. 선고 2016두57045 판결 -

조성혜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I. 사실관계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 울진원자력본부(이하 '한울원자력본부'라 한다)는 청소업무에 관하여 공개입찰로 외주 용역업체와 2004. 9. 1.부터 2015. 8. 31.까지 1년 또는 2년 단위로 용역도급계약을 체결하여 왔다.

주식회사 청우건설은 한울원자력본부와 2013. 9. 1.부터 2014. 8. 31.까지의 용역도급계약을 체결하여 청소업무를 수행하였다. 참가인들은 청우건설에 입사하여 2014. 8. 31.까지 한울원자력본부 사업장에서 근무하였다.

원고는 2014. 8. 5. 이 사건 청소용역 공개입찰에 참여하여 2014. 8. 27. 이를 낙찰받았고, 같은 날 한울원자력본부와 계약기간을 2014. 9. 1.부터 2015. 8. 31.까지로 정하여 이 사건 청소용역에 관한 용역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용역계약의 내용에 포함된 2014년도 한울원자력 제1발전소 청소용역시방서에서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① 계약상대자는 종업원을 채용하고자 할 때는 당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자만을 채용하여야 하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현재 근무하고 있는 종업원을 고용승계 및 용역계약기간 중 고용유지 하여야 한다(일반시방서 제10조 제1항).

② 근로계약서는 1년 단위로 계약이 성립되어야 한다(일반시방서 제10조 제4항).

③ 계약상대자는 청소용역 작업원 확보 시 원자력 발전소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기존 청소업체 종업원의 재채용을 원칙으로 하며, 결원자의 신규채용 시는 발전소 인근 주민을 채용하되 인근 주민의 수급이 불가할 때는 감독원의 승인을 받아 타 지역 인원을 채용할 수 있으며, 채용된 작업원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용역계약기간 중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특기시방서 제4의 라항).

이 사건 청소용역을 도급받아 수행한 용역업체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종전 용역업체에서 근무한 근로자들의 고용을 대부분 승계하여 왔다. 원고는 이 사건 용역계약체결 이전에도 2007. 9. 1.부터 2008. 8. 31.까지 이 사건 청소용역을 도급받아 수행하였던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에 도그 이전 용역업체에서 근무한 근로자 23명 전원의 고용을 승계하였다.

원고는 2014. 9. 1. 청우건설에서 근무하던 근로자 23명 중 4명에 대하여 고용승계를 거부하였다. 참가인 B는 종전 용역업체가 고용한 현장대리인으로서 원고회사의 용역에 부적합하고 직원의 불신감 및 위화감을 해소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참가인 C는 남편이 본부 운전원으로 근무하고 있는데다 C의 채용청탁을 하였다는 이유와 위장전입을 하였다는 이유로, 참가인 D는 직원 상호간 불신과 위화감을 조장하였고 전 용역업체 대표와 친밀한 관계가 있다는 이유로부터였다. V는 소외인이어서 사유가 생략되어 있다.

참가인들은 원고의 고용승계 거부가 부당하다는 이유로 2014. 10. 14. 경북지방노동위원회(이하 "경북지노위"라 한다)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다. 경북지노위는 2014. 12. 15. 원고와 참가인들 사이에 근로계약관계가 형성된 사실이 없어 원고의 당사자 적격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사건을 각하하였다.

이에 참가인들은 2014. 12. 31.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라 한다)에 재심을 신청하였는데, 중노위는 2015. 2. 16. 원고가 고용승계를 거부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로 참가인들의 재심신청을 인용하여 2014. 9. 1. 원고에 의한 참가인들에 대한 고용승계 거부가 부당하다고 판정하였다.

중노위의 판정에 대한 원고의 소송 제기에 대하여 제1심'과 원삼'은, 원고가 참가인들에 대한 고용을 승계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참가인들을 고용하지 않은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원고 패소의 판결을 내렸다.

 

II.판결요지

이 사건의 판결요지는 다음과 같다.

이 사건 청소용역은 상시·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업무이고, 이를 수행하는 용역업체가 변경될 때마다 새로운 용역업체가 종전 용역업체에서 근무한 근로자들에 대한 고용을 대부분 승계하는 관행이 형성되어 있었다.

원고는 이러한 고용승계 관행을 잘 알고 이 사건 용역계약을 체결하였고, 참가인들도 이 사건 용역계약의 내용과 이 사건 청소용역과 관련된 고용승계 관행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2014. 9. 1.부터 원고로 고용이 승계될 것을 신뢰하였다고 할 것이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참가인들에게는 이 사건 용역계약을 체결한 원고로의 고용이 승계되리라는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보아야 하고,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참가인들에 대하여 이루어진 이사건 고용승계 거부에 합리적 이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이는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참가인들에게 효력이 없다.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이 원고가 이 사건 고용승계 거부의 사유로 든 사정을 인정할 증거가 없거나 고용승계를 거부할 사유로 삼기 부족하므로, 참가인들에 대한 고용승계를 거부할 합리적 이유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이같은 취지에서 원고가 참가인들에 대한 고용승계의무를 부담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III. 검토

이 사건의 쟁점은 청소업무에 대한 용역계약을 새로이 체결한 용역업체가 이전 용역업체 근로자들의 고용을 승계할 의무가 있느냐 여부이다. 이 사건에서는 중노위, 제1심, 원심 및 대법원이 모두 원고의 고용승계 의무를 인정하였기에 큰 논란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북지노위가 원고와 참가인들 사이에 근로관계가 형성되지 않아 당사자 적격이 없다고 각하한 점이 특기할 만하다.

이하에서는 원고에게 당사자 적격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와 원고의 고용승계 의무를 살펴본 후 용역계약 관행의 문제점을 검토하기로 한다.

1. 당사자 적격

참가인들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각하한 경북지노위의 취지는 해고란 근로관계의 종료를 의미하는데, 원고가 참가인들의 고용을 승계하지 않은 이상 원고와 참가인들 사이에 근로관계가 형성되어 있지 않고, 그렇다면 원고를 사용자라고 할 수 없어 당사자 적격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견 원고가 참가인들의 고용을 승계하지 않았으므로 원고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의 당사자가 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고와 참가인들 사이에 근로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것은 원고가 한울원자력본부와 청소용역계약의 내용을 준수하지 않은 데 따른 결과이다. 원고와 한울원자력본부 간 청소용역계약의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 일반시방서 제10조 제1항과 특별시방서 제4의 라항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현재 근무하고 있는 종업원을 고용승계하 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원고는 원칙적으로 종전 업체인 청우건설 소속 근로자들의 고용을 승계할 의무가 있고,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경북지노위의 견해처럼 단지 원고가 근로자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사자 적격이 없다고 본다면 참가인들은 어느 누구에게도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수 없게 된다. 청우건설은 용역계약 기간 만료로 더 이상 한울원자력본부의 청소업무를 수행하지 않으므로 참가인들의 사용자가 될 수 없다.

따라서 경북지노위는 원고와 참가인 간 근로관계가 성립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당해고 구제신청의 상대방이 아니라고 속단할 것이 아니라, 원고가 청소용역계약의 내용을 준수할 의무가 있음을 검토한 후 당사자 적격을 인정했어야 한다.

2. 고용승계 의무

이 사건 판결이 설시한 바와 같이 “청소용역시방서 중 일반시방서 제10조 제1항 및 특기시방서 제4의 라항은 원자력 발전소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용역업체가 자주 바뀌는 데에 따른 안전사고 등을 방지하고 근로자들의 고용안정을 보장하기 위하여 특별히 명시된 사항이고, 원고는 이를 수용하는 것을 전제로 이 사건 용역계약을 체결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고용승계 규정이 단순히 근로자들의 고용안정뿐 아니라 원자력 발전소의 특수성을 고려한 데 따른 것이라면 원고는 임의로 기존 근로자들의 고용승계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이 사건에서는 용역업체가 변경될 때마다 새로운 용역업체가 종전 용역업체에서 근무한 근로자들에 대한 고용을 대부분 승계하는 관행이 형성되어 왔고, 원고는 이미 2007. 9. 1.부터 2008. 8. 31.까지 청소용역을 담당한 적이 있기에 이러한 고용승계 관행을 잘 알고 있었다. 참가인들도 이 사건 청소용역과 관련된 고용승계 관행에 따라 종전과 마찬가지로 원고에게 고용이 승계되리라 신뢰하였을 것이다.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참가인들에게는 원고업체로 고용이 승계되리라는 기대권이 있다 할 것이고 고용승계 거부의 합리적 이유가 인정되지 않는 한 고용승계 거부는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효력이 없다고 할 것이다.

3. 고용승계 거부의 합리적 이유

위와 같이 원고가 참가인들의 고용을 승계할 의무가 있다면, 일반시방서 제10조 제1항 및 특기시방서 제4의 라항에서 의미하는 바와 같이 고용승계를 거부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참가인 B의 경우, 종전 용역업체가 고용한 현장대리인이라는 사실은 고용승계 거부의 이유라고 할 수 없고, 현장 대리인으로서 직원 불신감 및 위화감을 해소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도 설득력이 약하다. 참가인 C의 경우, 남편이 본부 운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도 고용승계 거부 이유가 될 수 없고, 설령 C의 남편이 C에 대한 고용승계 부탁을 하였다 해도 시방서에 따라 원고에게 고용승계 의무가 있으므로 고용청탁이라고 할 수도 없다. 참가인 D의 경우, 직원 상호간 불신과 위화감을 조장한다고 하나 그 구체적인 행위가 기재되어 있지 않아 이를 승계거부의 이유로 삼기는 부족하고, 종전 용역업체 대표자와 친하다는 이유도 승계거부의 이유가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원고가 참가인들의 고용승계를 거부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어 이 사건 고용승계 거부는 부당한 해고라 하지 않을 수 없다.

4. 편법적 간접고용 관행의 문제점

위와 같은 이유로부터 이 사건 판결의 결론에 동의한다.

다만 이 사건에서 일반시방서 및 특기시방서가 고용승계의무를 부과하고 있다는 사실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쟁점을 불러일으킨다.

첫째, 원청이 용역업체의 변경 시 고용승계 의무를 부과할 권리가 있느냐 여부이다. 물론 고용승계 의무 규정 덕분에 용역업체의 변경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들의 고용이 유지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청소업무를 위탁한 원청은 용역업체에 업무만 위탁하면 되지 소속 근로자들의 고용까지 간섭할 권한은 없다고 본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8조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8조'에서 부당한 경영간섭의 금지를 규정하고 있기는 하나, 고용승계는 이 규정에서 금지하는 부당한 경영간섭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밖에 청소업무는 파견대상 업무에 해당하므로 원청이 하청 사업주에게 고용과 관련한 간섭을 한다 해도 불법파견이 되지는 않는다.

둘째, 비단 이 사건 사업장뿐 아니라 수많은 사업장이 청소업무를 용역업체에 위탁하고 있고, 용역업체가 바뀔 때마다 소속 근로자들의 고용이 승계되는 관행이 형성되어 있다. 용역업체가 바뀌면 근로자들도 모두 바뀌는 것이 원칙이겠지만, 실무에서는 기존 근로자들의 고용안정을 위하여 용역업체가 바뀌더라도 계속 고용을 승계하도록 하고 있다. 마치 영업양도 시 근로관계의 승계와 비슷한 구도이다.

이 같은 청소용역의 고용승계 관행을 살펴보면 원청이 실질적인 사용자이고, 용역업체 사업주는 형식적 사용자에 불과하고, 근로자들은 형식적으로만 용역업체에 소속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원청이 직·간접적으로 고용승계 의무까지 부과하며 매년 용역업체를 변경하는 것은 원청이 실질적 사용자로서 청소업무 감독을 담당하는 중간관리자(용역업체 대표)를 매년 교체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더불어 청소업무는 상시·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하는 업무인데 이를 굳이 1년 또는 2년 단위로 용역을 주어 업체가 변경될 때마다 근로자들의 고용을 승계하도록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이 인다. 다시 말해 원청이 차라리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하여 관리할 것이지 구태여 중간에 용역업체를 끼워 넣어 간접고용의 외형을 갖출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더 나아가 매년 용역업체를 바꾸는 수고를 아낄 겸 지속적으로 일할 청소업무 관리직원을 채용하는 것이 덜 번거로워 보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