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Notice

이달의 포커스 - 특별기고2 - 사업주의 의무 (2021년 11월 호)

작성자 관리자 | 날짜 2022.09.01

사업주의 의무

정 진 우 교수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사업주는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에 대하여 어떠한 책임이 있는 것일까. 여기에서 안전보건 앞에 일부러 '근로자의'라는 보충어를 넣은 것은 실은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 산안법」 의 목적을 정하고 있는 제1조에 적혀 있다. 즉, 「 산안법」 제1조에서는 근로자(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 · 증진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 산업안전보건법」이 상정하고 있는 사업주의 책임이라는 것은 원칙적으로 근로자에 대한 것이고 근로자가 아닌 자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근로자에 대해 사업주에게는 어떤 책임, 어떤 의무가 있을까. 그에 대해서는 많은 조문이 있지만, 「산안법」 제5조 제1항에 사업주의 책무에 대하여 구체적인 방향이 제시되어 있다. 본 조항에 의하면 다음과 같다.

① 산업안전보건법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기준을 지킬 것

② 근로자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줄일 수 있는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고 근로조건을 개선할 것

③ 해당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한 정보를 근로자에게 제공할 것

즉, 사업주에게는 「 산안법」에 근거한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최저기준 준수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의무가 부과되어 있지만, 사업주는 단순히 법에서 정하는 최저기준을 준수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쾌적한 작업환경 조성과 근로조건 개선을 통하여 직장에서의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확보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사업주의 의무내용으로서 법의 목적에서 규정된 내용과 동일하게 산업재해의 예방 외에 쾌적한 작업환경의 조성이 규정되어 있다. 그리고 임금, 근로시간, 휴게, 그 밖의 일반적인 근로조건에 대해서도 산업재해와의 관련이 고려되어야 함을 분명히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저임금 때문에 장시간노동을 하고, 그 결과 집중력 저하로 인한 산업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볼 때,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도 일반적인 근로조건의 개선이 필요하기 때문에, 「 산안법」 은 사업주에게 이를 위한 노력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산업안전보건법 제5조 제1항 제2호).

한편, 이 규정은 사업주의 일반적인 행동기준을 정하고 있을 뿐이고 위반에 대해 벌칙은 규정되어 있지 않다. 사업주의 구체적인 조치기준은 「 산안법」 제14조 이하에 규정되어 있고, 그 대부분에 대해서는 위반 시 벌칙(형사처벌, 과태료)이 수반되어 있다.

중요한 것은, 「 산안법」에 규정되어 있는 사업주가 준수하여야 할 의무는 직접적으로는 국가에 대한 의무이고 근로자에 대한 의무는 아니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안전보건규칙」 제94조에는 "사업주는 동력으로 작동되는 기계에 근로자의 머리카락 또는 의복이 말려 들어갈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해당 근로자에게 작업에 알맞은 작업모 또는 작업복을 착용하도록 해야 한다." 고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에, 근로자에게 작업모 또는 작업복을 착용하도록 해야하는 사업주의 의무는 직접적으로는 국가에 대한 것이고, 머리카락 또는 의복이 기계에 말려 들어갈 우려가 있는 작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에 대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설령 작업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작업모 또는 작업복의 착용을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사업주의 「안전보건규칙」 제94조 위반의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사업주는 근로자에 대하여 직접적으로는 아무런 의무도 없는 것인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 산안법」에 정해진 국가에 대한 의무와는 별개로, 사업주에게는 근로자에 대해 근로계약에 수반하는 안전배려의무가 있다는 것은 많은 판례와 학설이 인정하고 있는 바이다. 예를 들면, 머리카락 또는 의복이 기계에 말려 들어갈 우려가 있는 작업에 근로자를 종사시키고 있는 사업주는 안전배려의무로서 근로자에게 작업에 알맞은 작업모 또는 작업복을 착용하도록 하여야 한다.

「산안법」에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사업주의 대부분의 안전보건조치의무는 사업주의 근로자에 대한 안전배려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으로 되는 경우가 많다. 즉, 「 산안법」 상의 사업주의 의무규정이 근로계약의 내용으로 되는 데 적합한 경우 사업주의 안전배려의무가 된다. 또 사업주가 철저한 안전보건대책을 실시하는 데 있어 「 산안법」은 사업주에게 적절한 방향과 방법을 제공한다. 다만, 「 산안법」은 일반적으로는 사업주가 준수하여야 할 안전보건대책의 최저기준을 정한 것이므로, 안전배려의무가 「 산안법」보다 그 범위가 훨씬 넓을 것이다.

따라서 「 산안법」을 100% 준수하고 있으면 법 위반으로 형사책임을 추궁 받거나 과태료를 부과 받는 일은 없겠지만, 그것만으로는 현실적으로 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의 민사책임을 완전히 면제받는 것은 곤란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산업재해로 피재한 근로자나 사망한 근로자의 유족은 산재보험에 의한 보상을 받는 외에, 사업주에게 위에서 설명한 안전배려의무 위반=채무불이행(고의 . 과실로 안전배려의무 등의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하는 것, 민법 제390조)이 있는 경우에는 사업주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같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재판에서 사업주에게는 "근로자의 생명, 신체, 건강 등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도록 배려하여야 할 의무", 즉 안전배려의무가 있다는 것이 확립돼 있다. 따라서 민사상의 손해배상(민사소송 또는 합의)의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기 위해선, 벌칙이 수반되어 있는 「산안법」 상의 기준을 준수하는 것을 넘어, 벌칙이 없는 기준, 나아가 「 산안법」 에 규정되어 있지 않은 기본적 사항에 대해서까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철저히 노력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안전보건규칙」 제669조에는 "사업주는 근로자가 장시간근로, 야간작업을 포함한 교대작업, 차량운전 및 정밀기계 조작작업 등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 직무스트레스)이 높은 작업을 하는 경우에 「 산안법」 제5조 제1항에 따라 직무스트레스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을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위반하더라도 사업주에게 처벌은 따르지 않지만, 안전배려의무 위반이 되어 민사상의 손해배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근로자가 직무스트레스가 높은 작업을 하는 경우 해당 사업주는 내실 있는 안전보건관리를 하기위해 종업원에 대해 작업환경, 작업내용, 근로시간 등 직무스트레스 요인에 대해 평가하고 근로시간 단축, 작업자 휴식의 적절한 배분 등 근로시간과 관련된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등 직무스트레스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즉, 사업주로서 안전배려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벌칙이 부과되어있지 않은 규정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활용을 도모하고 안전보건관리의 철저를 기해야 한다.

사업주의 「 산안법」 위반에 대해서는, 종전에는 대부분 형사처벌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지만, 2000년대 초 범정부적인 행정형벌의 행정질서벌화 정책에 따라 현재는 「 산안법」 위반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되어있는 조항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