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Notice

이달의 포커스 - 특별기고1 - 상시적 고용위기 시대에서의 고용안전망의 정책 과제 (2021년도 12월 호)

작성자 관리자 | 날짜 2022.11.11

상시적 고용위기 시대에서의

고용안전망의 정책 과제

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 고용안전망연구센터 소장)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충격은 굳이 통계를 인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피부로 느껴질 정도다. 주위에 문을 닫은 식당들과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고, 관련 기사들도 매일 넘쳐나고 있다. '코로나19 펜데믹'이 기존 경제 질서 재편을 촉발하면서 고용환경을 급속히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타격이 노동시장 취약계층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주로 해고가 비교적 쉬운 사업장의 근로자, 비정규직 내지 임시일용직, 노동법의 보호가 적용되지 않는 형식상의 프리랜서와 같은 경제사회적 취약계층들이 일터에서 밀려나고 실정이다.

우리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배우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지난날 우리 사회의 경제적·사회적 위기는 가장 먼저 노동시장 취약계층의 위기로 이어졌으며, 위기가 지속될수록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고착화되어 왔다. 이러한 경험들은 고용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즉각적인 대응과 함께, 사각지대 없는 고용안전망 구축이라는 제도적 개혁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주었다. 코로나19 고용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일자리 예산을 살펴보면, 고용유지지원금 4.1조원, 긴급 고용안정지원금 3.4조원 등 대규모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고용보험의 적용범위를 확대하는 '전국민 고용보험'이 추진되고, 한국형 실업부조인 국민취업지원제도가 도입되어 실시되고 있다.

이처럼 현재의 정책적인 대응은 과거의 위기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방향성과 내용에 관하여 비판적인 의견들도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전국민 고용보험' 관련하여 실업자의 폭증으로 고용보험기금의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하지만 고용보험의 적용 범위 확대는 재정적 지원 확대와 구분되어 논의될 필요가 있다. 고용보험은 사회적 연대 원리에 기반한 사회보험이다. 고용위기 시 별도의 예산 편성 없이 즉각적으로 작동하는 가장 우선적인 고용안전망이다. 노동취약계층을 포괄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전국민 고용보험'이 고용정책의 핵심으로 논의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코로나19 위기 이후, 또다시 고용에 큰 충격을 가하는 위기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과거 사드 위기나 금융위기, 일본과 무역 갈등과 같은 세계 경제적 위기 및 신종 감염병의 창궐 등 비단 부정적 요인이 아니더라도, 기술의 발전에 따른 산업구조의 변화, 탈탄소로의 전환 역시 산업과 분야에 따라서는 커다란 고용 충격을 유발시킬 수 있는 위험 요인임은 분명하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고용위기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상시적 사회적 위험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고용보험의 역할을 감안한다면, 고용보험 지출 확대를 걱정하기보다는, 오히려 고용보험기금의 역할을 강화하고 외연을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재정 확충 방안도 다각적으로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고용보험의 적용 대상 확대는 보편적 고용보험으로의 전환을 위하여 필수불 가결한 과정이지만, 그 자체가 최종적인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고용보험은 가입과 급여 체계로 운영되는 사회보험으로서, 궁극적으로는 소득에 기반한 고용보험의 지속가능한 운영이 '보편적인 고용보험'의 모습이 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적용 대상 확대로 대변되는 '적용의 보편성'은 물론, 실직자의 생활 유지를 위한 '보장수준의 적정성', 그리고 고용보험기금의 전체적 차원에서 '재정 지속가능성' 간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그 정책적 지향점이다. 다만, 세가지 정책 목표 간에는 상충되는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동시에 달성할 수 없어 단계적 대응이 요구된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전국민 고용보험'에서는 보편적 적용만 강조되고 있지만, 새로운 대상을 고용보험 체계로 포섭하는 과정에서 기여와 급여 간 형평성을 확보하여야 한다. 또한 조세 및 사회보험료를 회피하기 위한 위장 노무제공자(자영업자)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도 요구된다. 한편, 고용보험은 보충성의 원칙에 따른 사회보장제도이므로, 급여의 수급보다 안정적인 취업으로의 전환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고용보험 체계 전체에서 '근로로의 유인'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이 필요하다. 악의적인 반복수급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는 물론, 제도 설계에 있어서도 실업급여가 일했을 때의 소득보다 크지않도록 설계하는 등 일하는 것이 유리하도록 급여제도를 설계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전국민 고용보험'과 함께, 2021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국민취업지원제도'는 현 정부의 핵심 고용안전망 제도이다. 국민취업제도는 저소득 구직자, 청년, 경력단절여성 등 취업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취업지원서비스와 생계지원을 함께 제공하는 한국형 실업부조 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고용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취약계층을 실업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보완적인 고용안전망의 역할을 담당한다.

'국민취업지원제도'는 해외 국가들의 실업부조와 비교할 때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수급자의 기여와 관계없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소득을 지원하며 지원과정에서 취업 활성화 의무가 부과된다는 점에서 공통되나, '국민취업지원제도'는 단순한 참여자의 소득보장이 아닌, 더 나은 일자리로의 취업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 특징이 있다. 이에 따라 현금급여는 가구가 빈곤을 벗어날 수 있는 보충급여가 아니라 구직활동을 비롯한 활성화 의무 이행이 가능한 수준의 정액급여로 제공되고, 수급기간도 빈곤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한 계속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한시적이며, 재참여 제한기간도 설정되어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국민취업지원제도가 취업지원서비스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며, 반대로 소득지원에 치중한 '퍼주기 제도'라는 비판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상이한 비판이 제기되는 것은 「구직자 취업촉진 및 생활안정지원에 관한 법률」을 통하여 취업취약계층의 취업지원을 법적 권리로 보장함에 따라 원칙적으로 적용 대상 요건이 법령으로 고정되어 있지만(제1유형), 취업지원 서비스 중심의 대상자 선발(제2유형)도 같이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취업지원제도'가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제도요건에 관하여 유연한 접근이 요구된다. 노동시장이 악화된 시기엔 소득보장 측면이 강조되고, 호황기엔 취업지원 서비스 활성화 정책이 강조되는 '자동안정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경제적 위기는 사회구조에서 가장 취약한 곳에 충격을 심화시킨다. 그러나 이러한 충격은 제도적인 대응에 따라 완화시킬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위기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프리랜서, 영세 자영업자 등 경제사회적 취약계층에 집중되었지만, '전국민 고용보험' 추진과 '국민취업지원제도'의 도입은 보편적인 고용안전망을 확립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향후 정책의 추진 과정에서 노사는 물론 정치권과 일반 국민들로부터 정책 방향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될 것이다.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과 함께 단순히 복지혜택의 확장 차원이 아닌, 향후 지속적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는 고용위기에 대한 구조적인 해결 방안이 무엇인지에 관한 고민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끝)